불행은 제법 자주 찾아오지만

by 딛우


기억력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기억? 아니 추억? 뭐라고도 하기 무색한 많은 일들 중, 몇 안 되는 편린들은 말 그대로 단순하게 조각으로 나열할 만큼 짧고 흐릿한 것들이 있다. 굳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것들이었을 테다.


어린 시절 사진을 봐도 그 사진 속 당시 모습은 기억하지만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것처럼, 또한 사진 속 내 얼굴은 거의 웃고 있지 않다.(물론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도 그렇다.)


좋은 기억을 떠올리자 치면 어렵고, 나쁜 기억은 생각보다 아주 빠르게 되감기가 가능하다.





되감아본 머릿속 진득하게 다시 떠오르는 기억들은 좋지 않은 것들.

누구나 그렇지만 나 또한 더러 있다. 내가 상처를 주었다거나, 또는 상처를 받았다거나 하는 일들.


안타깝게도 그 일들이 불현듯 떠오르게 되면 난 또다시 불행하다고 생각해 덮어두었던 시간을 타고 돌아가 한참을 헤매다 돌아온다.


그 일들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그저 언젠가는 사라지도록 그냥 두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어가며 드는 생각은


‘왜 그때 그 상황에서 상처 따윌 받았을까?’

‘왜 그때 그 사람에게 그렇게 못된 말을 한 거지?’였다.


기억하고 싶지 않을 불행에 대한 말을 남기는 이유는 되게 별거 없다.

그저 스쳐가듯 또다시 나에게 눈먼 불행이 다가와도 괜한 상처받지 말자, 결심하고 다짐하기 위해서다.

상황이 주건, 타인이 주건 모든 건 다 지나가고, 불행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그때의 나는 몰랐어도, 지금의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당하는 나는 그저 어려서 그럴 수도 있고, 정작 중요한 자신을 돌보는 법을 아직 찾지 못해 힘들었다. 곁에 있는 사람들 또한 치열하게 살아가느라 내 아픔이 보이지 않아 어느 시절엔 방치되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불행하길 바라는 사람은 없고, 내가 그만큼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닐뿐더러, 나의 행복과 불행 여부에 사람들은 큰 관심이 없다. 그러니 느긋하게 이겨내길, 빠져나오길 언제나 매 순간 바란다.


나에게 머무는 이 앞 못 보는 멍청한 불행들이 파놓은 웅덩이에서 잘 빠져나올 수 있는, 상처에 무덤덤할 사람으로 계속 잘 지낼 힘이 꾸준하길 바란다.

그리고 사랑하는 나와, 나의 모두에게 내가 그 시간을 견뎌내느라 표현하지 못한 미안하고 미안한 그 마음들을 조금이나마 전할 수 있는 선한 내가 되길. 그러니까.


이렇게 괴롭히고 나서 로또 번호 불러 줄 거 아니라면, 이젠 제발 쫌. 사라져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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