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반성문

여기까지만 하자고,

by 딛우

이 글은, 팔을 다쳐서 그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는 핑계를 참 구구절절하게 나열한 반성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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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출근길에 빙판길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팔꿈치에 금이갔다.

수술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 달 이상 팔 사용은 불가능하게 되었고.

대부분의 모든 일을 키보드와 함께하는 난 강제적으로 '일시정지' 상태가 되었다.

한 달을 넘게 경과를 지켜보며 병원을 오갔다.


그렇게 거의 두 달이란 시간이 지났는데, 내리 회사를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 출근은 해야 했다. 한 손으로 타이핑을 하면서 느릿느릿 메일을 보내고 문서작업을 했다. 동료들이 많이 도와주었다. 감사한 일이다. 양손이 자유로울 때와는 일처리 속도나 매끄럽지 못한 것들이 많았어도 어찌어찌 회사 업무는 하나둘씩 해냈는데.

퇴근 후 웹소설 작업이 가장 중요했던 나에겐 가장 해야만 했을 일이 제일 불가능한 상태였다. 신작을 두 가지 장르로 준비하려 야심 찬 계획을 세웠건만, 1월부터 이렇게 부상자가 될 줄이야 몰랐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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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어서 어떤 날은 왼손으로 펜을 들어 뭐라도 적어보려니 잘 되질 않았다.


양손잡이인데, 글씨는 주로 오른손으로 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왼손을 다쳤으면? 왼손으론 밥을 먹어야 하니 그 또한 곤란했을 거다.

아직도 금 간 부분이 조금 무리를 하면 뻐근하게 아프긴 하지만 지금은 모든 치료가 끝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타이핑을 하는 내가 낯설기도 하고 이전처럼 생각 정리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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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이 되어서야 병원 외래 진료가 끝이 났다.

팔이 다시 자유를 되찾고 나니,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무기력하게 던져두고 만 것들이 다시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팔을 다쳐서가 아닌, 몸이 자유롭지 못하고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 보니 무기력하게 손에서 놓아버린 것들이 내가 있는 곳곳에 널다만 빨래처럼 죽죽 늘어져 있었다.


일상을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넘쳐났던 1월인데, 하고 싶어서 공들이던 것에서 강제로 멀어지고 나니 정말 기약 없이 닿을 수 없게 되어버린 것만 같은 기분에 시무룩해 있었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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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져둔 것들을 하나씩 손에 쥐어 모아야 한다.

주변 환경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엉망이 되어버린 작업일정을 다시 차근차근 계획해두어야 한다.

밑바닥으로 내 깔아둔 힘을 끄집어내야 하고, 똑바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무기력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혼자 다짐하는 글.!

남은 25년은 이제 무조건 숨찰 정도로, 빠듯하게.

전속력으로. 뭅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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