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씁니다, 웹소설
세계를 혼란으로 밀어 넣은 코로나 바이러스.
나라고 피할 수나 있었을까. 특히나 내가 다니던 회사는 항공사의 외주업체로써 엄청난 타격을 맞았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어 감과 동시에 팀 전체가 백수가 되는 건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처음 당해본 권고사직은 조금 어리벙벙하게 다가왔다, 고작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실업자 신세가 된 것이다. 생계를 위협당했다. 드라마에서나 있을 것 같은 상황이 나에게도 일어났다는 건 생각보다 큰 위기감으로 내게 전혀 다른 차원의 고민들을 안겨주었다.
실업급여 기간이 다 끝나가며, 집에서 지내던 중.
재취업을 하는 게 쉽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이곳저곳 지원했지만 그마저 어려웠다, 내가 힘들다고 다른 사람들은 편했을 리가. 우리 모두 몸으로 기억하는 온 세계의 그 들썩임은 정말 처절했으니까.
물론, 나이도 있는 사무직 여성이 현실적으로 갈 곳이 그리 많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대출금과 카드값, 관리비에 각종 공과금이 월별로 통장을 비워가는 데 멈춰있을 수는 없었다. 뭐라도 해야 했고, 흐르고 흘러 난 쿠팡 새벽 아르바이트를 다니기 시작하며 정규직, 계약직 할 것 없이 미친 듯 이력서를 넣었다.
코로나로 이 세상 모든 것들이 폐쇄되어 갔다. 움츠러드는 것이 기분 탓만이 아닌 사실 정말 그랬다. 그러나 분명 그 괴로움을 동반한 시기는 내 인생에 작게나마 물결을 일으켰다.
쿠팡에 새벽일을 다녀와 퇴근하면 오후 4시였다. 집으로 돌아오면 5시, 온몸이 힘들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곧 적응이 되었고 생각보다 새벽출근은 날 더욱 부지런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 주었다. 거기다 한창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때에 쿠팡 센터에 코로나 환자나 접촉자가 발생하면 전체 셧다운을 하기도 해서 종종 시간이 붕 뜨는 날도 더러 발생했다. 그렇게 나는 시간이며, 퇴근 이후를 그저 흘려보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 어느 날, 문득 웹소설을 써봐야겠단 마음이 들었다.
별다른 결심이나 계기라기 보단, 아르바이트를 다니며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취업준비 말고,
'내가 나 스스로 돈을 버는 수단이 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가 이 일의 시작점이었다.
작가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이나 대박을 치겠다는 화려한 기대감은 아니었다. 코로나로 잘 다니던 직장을 잃고, 이런저런 많은 생각 끝에 더 이상은 회사와 거기서 주는 월급에만 의존해선 안된다는 결론에 다다랐던 시점이었다.
내가 회사에 있거나, 노동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수단을 만드는 것(또는 그런 시스템)'이 나에게 이제 필요한 것인가 고민하던 시기 문득 던져본 호기로운 결심이었다.
뭐, 일단 웹소설은 타이핑을 할 수 있을 내 손과 노트북만 있으면 시작하기 좋은 부업이라는 것,
거기에 흔히 말하는 치킨값이라도 벌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그 찰나의 생각이 내가 지금 이어가고 있는 길고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사실 글을 써본 게 처음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땐 좋아하던 아이돌 가수를 주인공으로 한 팬픽을 연재했었고, 당시 어느 곳의 운영자가 팬페이지에서 활동을 해주면 좋겠다는 등의 제안이 있었지만 그때의 난 쫄보 내지 겁보였기에 거절을 했었다. 아예 방법을 모르진 않았기에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다시 돌아와서, 아무튼 이번엔 무작정 덤볐던 웹소설은 되든 안 되든 사람들에게 선보이자! 는 게 1차 목표였다.
사람들에게 선보인다는 건, 출간이 된다는 의미였고. 출간이 되어 시장에 나가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참 쉬운 계산법이었다.
계산은 쉬웠어도, 과정과 내게 주어진 결과는 결코 그렇지 못했다.
시작은 호기로웠지만, 쓰다 보니 금세 20회 차도 채우지 못한 시점에서 막혔다.
무언가 요령이 필요할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유튜브로 웹소설 작가들이 설명해 놓은 팁도 보고 플랫폼마다 유명하다는 작품이나 순위권에 있는 것들을 인풋 하면서 내가 부족하게 느끼는 것들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다 보니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는 게 생겼다. 유행 키워드나, 문장 길이, 쓰이는 단어, 캐릭터 설정, 후킹 같은 것들까지 살펴야 한다는 것도 알았고 무작정 쓰는 게 아닌, 전략이 필요하다는 걸 조금은(너무 조금 알았다는 게 문제)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한 회차씩 쌓아 올리기만 하다가, 내 글의 반응은 어떠할지, 그게 궁금했다.
어쨌든 글로 돈을 벌기 위해선 남들에게 평가를 받아야 하기에.
계획한 회차의 대략 1/3 정도 썼을 즘, 내가 쓰는 장르에 맞게 연재가 가능한 플랫폼에서 무료 연재라는 것을 시작했다. 스불재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쨌든, 시작은 조금은 까마득한 기대감 반, 그리고 어쩐지 묘하고 즐겁게 떨리는 마음으로 1회 차를 업로드할 수 있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죽이든 밥이든 내가 설정한 목표는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것이었으니 일단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의 시작은 달콤했다.
그래서, 일단은 씁니다. '웹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