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칼은 뽑았다
작년 겨울, 무료연재를 시작해 현재는 완결을 내고 단행본으로 첫 출간을 했다.
고작 한 작품일테지만 많은 것들을 경험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그 첫 걸음은, 무료 연재의 시작이었다. 시작의 시작은 무엇인가?
바로 연재를 할 플랫폼을 찾는 것이었다. 플랫폼이야 워낙 많았지만 추려내다 보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찾으면 많기야 많겠지만 독자가 집중되어 있는 곳은 정해져 있고, 일단 처음엔 두 군데의 플랫폼을 정해 출간 예약 설정하고 원하는 날짜 시간에 무료연재 첫 화를 올렸다.
정말 너무 무섭고, 떨렸다. 이것도 글이냐고 하려나, 내용이 구리다고 하려나 등등. 고작 조회수는 몇 되지도 않는데 누군가 내 글을 클릭했다는 것만 보고도 가슴이 쿵쾅대고, 발이 동동거렸다.
그치만 반면, 무언가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어쩌면 조금 간절했던 것도 같다.
웹소설이든 무엇이든 내 머릿속에만 있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간 것을 누군가에게 선보이는 행위는 여태 용감하지 못한 내가 그저 그렇게 숨어서만 꿈꾸던 일이어서, 한 번쯤은 해 봐야 후회가 없을테니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까지 미치게 했다. 처음이니까, 그렇게 덤덤히 하나씩 해보자 싶었다.
오만가지 호들갑을 혼자 떨어대며 연재를 시작했지만, 사실 허무할 만큼, 아무 반응이 없었다.
조회수는 바닥을 쳤고, 점점 심해로 떠밀려 내려갔다. 꼬로록,,,원치 않는 잠수를 하며.
연재 사이트에 내 글 목록을 하루에도 수십 번 새로고침을 하며 들락댔지만.
내 글을 관심작품으로 등록하거나,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마디로 무반응.
지금에서야 깨닫는 건, 연재를 이제 막 시작한 초보자의 실수의 총 집합을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대 환장이랄까.
1. 현실적임을 강조하며 늘어지는, 잔잔한 감정선 위주의 스토리 라인.
내가 볼 땐 사건 위주로 휘몰아치는 것 위주로 보면서 정작 쓸 때는 독자는 고려하지 않았다, 이런 흐름을 보통 마이너라고들 하더라..마이너가...마이너인 줄도 모르고, 시장조사가 부족했고, 독자가 아닌 내가 보고 싶은 이야기만 구구절절 적었다는 게 문제였다.
2. 주인공의 성별이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중성적이거나 또는 너무 여성적인 느낌의 이름은 이야기의 흐름에서 독자들을 헷갈리게도 했다. 처음 쓸 당시엔 특이하게 해보면 어떨까? 하며 혼자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고 신나했고....
3. 웹 소설은 각 잡고 보는 게 아닌 휴대폰으로 가볍게 읽는 컨텐츠라는 걸 알고도, 쓰는 입장이 되자 까맣게 잊고선, 그저 마냥 한글 창 A4 사이즈로 글을 써 내려가 종종 나오는 답답한 벽돌식 문장과 길어지는 대사는 독자들의 손가락 운동만 더 시켰을 테다.
4. 이쯤되면 '마이너'라는 게 문제가 아닌 그냥 제대로 안 쓴 내 문제다.
아무튼 호기롭게 와라라라 써놓고, 뚜껑 열어보니 답도 없다. 써보자! 하고 용감하게 쓰기만 냅다 썼지 정작 웹 소설을 보는 독자. 즉, 나의 고객님들에 대해 완전히 무지했던 난 그렇게 스스로 마이너의 중심으로 들어섰기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이미 건넌 상태였다. (그래도, 어찌어찌 출간은 했다.. 하늘이 도운 듯)
어쨌든,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고 아, 망했다. 하고 그만둔다?는 절대 아니었다.
이미 칼은 뽑았고, 이 바닥 어딘가에 내 손자국 하나 정도는 남겨야겠단 생각이었다.
미미한 반응이라 해도 읽어주는 정말 작고 소중한 독자들이 있었고, 난 '약속'이라고 생각하고
매주 정해진 날짜, 시간에 맞게 연재를 이어갔다.
그렇게 내 글을 관심 작품으로 누르는 횟수가 점점 늘어가기 시작했고, 드디어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