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읽은 -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이라는 책에 무기력을 이기는 방법으로 체력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있었다. 소름 돋도록 내 경험과 닿아 있어서 발췌해 본다.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건 용기다.
그런데 용기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체력'이다.
체력이 어느정도 받쳐주지 않으면 마음까지 약해져 용기가 솟아날 가능성이 아예 사라져 버린다.
(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 -한창수 作, 108쪽에서 발췌)
돌이켜 생각해보니 작심삼일을 반복하며 살았던 건 무언가를 해 낼 체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초식녀 같은 삶을 살던 나는 회사생활 내내 야생에 던져 진 것 같은 긴장감 속에 살았다.
겉으로는 아무일 없는 듯 했지만 그때 난 영양제를 먹어도 그대로 역류할 만큼 몸의 베이스가 바닥이었다.
그 땐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무시했다.
정신력이라기 보다는 고질적인 무신경이었다.
당시 내가 시작한 운동은 헬스였다. 역시 호기롭게 3개월치를 미리 끊었다.
한 달 중에 띄엄 띄엄10일 정도 갔나 보다.
큰 목표를 세운 것도 아니었다. 하다보면 조금이라도 나아지겠지 하는 소소한 마음.
지금보다 한발짝 만이라도 나아지길 바랐던 나는 한 가지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운동을 해서 체력증진을 목표로 삼았다면 그것을 실행 할 장소로 가는 행동부터 실천의 시작이라는 것을.
헬스장에 가는 것 부터가 실천의 시작이었는데
늘 이 과정은 내 머릿속에 생략된 채였다.
그 때는 왜인지 칼퇴 하는 날이 드물었고, 사무실에서 저녁을 먹고 남은 일을 처리하면 9시가 넘었다.
운동 장소는 퇴근하는 방향의 백화점 안에 있어 마음,
정확히는 갈 수 있다는 마음을 먹게하는 체력만 있다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허나 늘 그런 마음의 싹을 움트지 못하게 막고 있는 내 하찮은 체력은
'오늘은 인간적으로 좀 쉬자.' 라는 자기 타협으로 날 이끌었다.
정신력으로 버티라는 둥, 정신력이 부족하다는 둥, 이런 말은 다 뻥이다.
실은 무언가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그저 한 발짝을 움직이게 만드는 체력이라는 걸,
그저 사무실에서 일만 했을 뿐인데 남들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체력과 집중력을 느끼며
깨달았다.
당시 내게 필요했던 건 무언가를 시작할 결심이 아니라 무리하고 있는 상황을 끝내야 하는 것이었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것처럼, 만약 나처럼 도망치듯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의 몸이 먼저
안녕한지 살펴보기를 바란다.
도망치고 싶어하는 건 내 마음이 아니라 내 마음을 버티지 못하는 체력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