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카운트? 학원은 망하지 않는다

by sozero

나는 경제관념이 희박해서

학원비나 장비에 돈을 많이 날렸다.

그중 가장 무쓸모였던 건 댄스 신발이었다.

3개월 등록 시 수강료를 50%나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보고 충동적으로 등록해 버린 댄스학원.

3개월치 통 결제를 유도하는 미끼를 나는 덜컥 물어버린 것이었다.

카드를 긁는 건 참 쉬웠고, 등록 후에는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다.

환불규정 같은 건 빨간 줄 그으며 설명해줘도 잘 안 들었다. 이번에는 꼭 완강할 테니까.

그러다 훅 들어오는 직원의 달콤한 유혹. 마룻바닥에 스크래치가 우려되기 때문에 댄스용 슈즈를 사는 게 좋다는 직원의 권유이다. 지금 당장 신을 운동화가 없긴 하다.

'네, 주세요.' 노 경제관념인 내겐 가격보다 필요가 앞선다. 신발 가격은 7만 원대 후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학원은 파격적인 홍보와 디스카운트로 꽤 많은 수강생을 끌어들인 것 같았다. 첫날 수업에는 수강생들이 빽빽이 들어차 내 시야에서는 강사가 온전히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인원이 4~50명은 되어 보였다.

그런데 다음날엔 신기하게 딱 반으로 줄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첫 수업은 좌절하기 딱 좋았다. 사람은 많고 강사 동작은 안 보이고, 생전 처음 보는 안무를 끼 없는 내가 어찌 따라갔을까. 보통의 타인들도 나와 같은 처지였던 것 같다.

다음 날 수강생이 줄어 강사가 한눈에 들어온다고 해도 나는 그대로였다. 시야는 트였지만 댄스 신경은 꽉 막혀있었다.

수업은 배려가 없어서 새내기가 있던 말던 자기들이 늘 하던 걸 계속해버렸다. 어중이떠중이 수강생들을 빨리 떨어 버리려는 것처럼 말이다.

나도 곧 떨구어졌다. 댄스 신발은 학원 락카에 처박아둔 채.

파격적인 가격제안과 함께 학원 전단지가 유난히 나부끼는 시기는

한꺼번에 수강생들이 몰려 수업의 질도 떨어진다. 게다가 환불하려고 할 때는 할인된 수강료가 아닌 원래 가격으로 책정을 해서 환불 시기를 잘못 잡으면 돌려받는 돈에 또 한 번 화날지도 모른다.

나는 학원비도 아까운데 신발까지(그걸 대체 어디에 써먹겠나) 날려버렸으니 다시 생각해도 속이 쓰린다. 물론 한꺼번에 결제한 수강료가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돈보다 그날의 기분에 좌우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혹시 '새해니까 이거 해봐?'라는 즉흥적인 마음과 새해맞이 파격 할인가 앞에서 두근거림이 주체가 안된다면 싼 건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해도 그 학원은 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체력을 기를 체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