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82일 된 딸내미와 신경전 하는 엄마다.
아기가 돌이 되면 좋고 싫은 게 명확해져서
자기 맘에 들지 않으면 온몸으로 뿌리치고,
돌고래 주파수를 발사하거나 무자비한 울음 공격을 퍼붓는다. 대부분은 다른 놀잇감이나
간식으로 주의를 돌리면 해결되는데 둘 중에
하나는 지거나 양보해야 끝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우리의 갈등 요소는 두 가지다.
첫째, 밥 먹는 것과 둘째, 자는 것.
돌 전엔 먹, 잠에 대해서 엄마인 내가 제공하고 아기는 수용하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상호작용이 되었다.
식판을 뜯어내고
자기 싫어 오열하는 아기와 나의 상호작용.
나는 육아책에서 본 대로
아기 전용의자에 앉혀 한자리에서 한 번에
밥을 먹이고 싶다.
아기는 한 입만 먹고 책을 한 번 보고 싶다.
그러려면 식판을 뜯으면 되겠구나 생각하자마자 실행한다. 정말 순식간이다.
처음엔 말로 타이른다.
"밥은 한자리에 앉아서 먹는 거야."
대답은 땅콩 같은 입으로 으앙.
"밥 먹을 땐 밥만 먹는 거야"
더 크게 으앙.
(울컥하지만) 최대한 근엄한 얼굴로
"그만." "안 돼."
"..."
어라, 먹히나?
는커녕 피날레에 돌입한다.
이때부터 감정이 섞인 대립 시작.
내 화는 지금 리얼이다. 눈을 부릅.
아기의 눈을 응시하고
'울어도 소용없다. 너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임을 침묵의 힘을 통해 전하려고 한다.
여기저기서 줍줍 한 지식으론 7~8개월만 되어도 엄마의 표정과 억양을 통해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안 되는 건 단호하게 안된다고 해야 한다는데, 현실 반응은 다른 것 같다.
결국 5분도 안돼서 터덜터덜. 멘털이 나간채로
우는 아기를 장난감 앞에 데려가 준다.
굶길 순 없으니 입 앞에 밥을 대령한다.
어젯밤, 안 자려고 고래고래 우는 아기와
눈싸움하는 나를 보고 남편이
"얘는 아직 사람이 아니다. 그냥 본능에 충실할 뿐"
이라고 한다. 뭘 가르치려 하지 말라며.
왜 잊었을까.
신생아 시절 잠든 아기를 멀찍이 보다가
생각했다. 아기는 보호자가 없다면
절대 생존할 수 없는 절대 약자라는 걸.
인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채로 태어나는구나.
너무 가여워 눈물이 핑 돌았다는 걸 1년 새 잊고
있었다.
고집이 생기는 아기를 보며 훈육에 대해서
다시 찾아보았다. 내가 주로 참고하는 의사는
말 알아듣기 전부터 훈육을 시작하라 하고
어떤 전문가는 만 3세 이전에는 하지 말라고
하고. 육아에 정답은 없다는 사실 직시.
또 내가 직시한 건 1살짜리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신경전을 벌이는 나 자신이다.
널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따르게 하겠다는
일방적 의지. 내 의지가 꺾일 바엔 널 좌절시키겠다는 아집.
나라는 사람이 이런 게 아닐까?
상대방을 보듬어 주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엄마로서의 나는 달라지자.
1살짜리 아기는 연약하고 무지하다.
'얘가 뭘 모르니까 이러지.' 좀 더 유연해지자.
훈육은 단호하게 하되, 아이를 좌절시키진 말자.
결국 아기의 요구를 들어주더라도
지는 게 아니라 연습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1살짜리에게 아득 바득 이겨봤자 1살짜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