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ACTOR_전여빈

죄 많은 소녀

by 김군

NEXT ACTOR_전여빈


시간은 상대적인 것인지 내게만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이루지 못한 목표들이 겹겹이 쌓여 지워지며 한해를 후회하였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 끄적끄적 무언가를 적는 모습을 반복한다. 그래도 했던 것들을 체크하다 보니 꽤나 한 것 같다는 위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올해도 해야지 하며 나는 부산 국제 영화 가기를 적었다. 이리저리 일에 치이며 굴러가는 챗바퀴는 달콤한 순간들을 애타게 기다리게 하였다. 그리고 내게 꿀맛 같은 시간이 왔고 부산으로 가게 되었다.


물건을 구매할 때 무언가가 끌리는 포인트들이 있듯이 영화에서도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 있다. 그중 나는 제목에 집중하게 된다. 여러 편의 작품들이 즐비하게 나열된 선택지에서 고른 것들이 항상 만족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실망감에 한숨이 나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오답들 사이에서 뜬금없이 동그라미 쳐지는 정답은 쾌감은 정말 짜릿하다. 이 해 내게 의외의 우연이 되었던 작품은 바로 그에 해당되었다.



예매 정보 홈페이지에 적힌 글자가 이상하게 마우스 커스를 클릭을 유도하였다. 죄 많은 소녀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이질적인 단어들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죄 와 소녀가 도대체 어떤 변주를 낼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영화의 정보를 스크롤을 내리다 의외의 이름을 눈앞에 보게 되었다.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조우하게 될지는 예상 못했다. 내가 이영화를 선택해야 되는 이유가 충분히 생겼다.


영화제의 묘미 중 하나는 GV(Guest Visit)이다. 작품 제작에 참여하였던 게스트들을 한자리에 모아 막이 오르고 질의응답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주로 감독들과 주연배우들이 이 자리를 참석한다. 미처 영화가 끝이 나고 찜찜한 물음표를 물어볼 수 있다는 메리트가 크다. 의미 있게 작품을 기억할 수 있게 만들기에 영화제에서 꽤나 인기가 많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하다. 나는 운 좋게 죄 많은 소녀의 GV를 어렵게 예매하였다.


설레는 마음이 들며 한편으로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기를 바라는 불안한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조명이 꺼지고 스크린 속에 영화가 시작되며 끝이 날 때까지 한 순간도 흔들리지 않았다. 극 중 영희라는 소녀에 몰입되었고 눈물이 났다. 특히 장례식장에서 락스 통을 들고 화장실에서 들이키며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는 모습은 소름이 돋았다. 모두가 죽음 앞에서 덮어쓴 원죄를 회피하기 위해 한 소녀에게 투척한다. 솔직하게 감정을 말하는 이는 단 한 명 영희 밖에 없었다.



작품의 말미에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돌아와 수화를 통해 연기를 하는 영희의 모습에서 나는 닭살이 돋았다.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녀의 전작에서 보았던 이미지와는 정반대였다. 듣고 싶었다 그녀의 연기하면서의 감정을 말이다. 영화가 끝이 나고 감독님과 주연배우들이 무대에 들어섰다. 진행자의 멘트들을 던지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몇 가지 청중의 질의가 끝나고 마이크를 움켜쥐며 왈칵 눈물을 흘리는 영희 역의 그녀가 눈앞에 보였다. 울먹거리며 한참을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며 훌쩍거렸다. 그 속에서 얼마나 고생하였고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였는지가 느껴졌다.


나는 다시 한번 본 그녀의 이름을 가슴속에 새겨보았다. 이제는 절대 잊지 않을 것 같고 저 배우의 필모는 무조건 따라가리라 다짐하였다. 그렇게 전여빈 배우를 애정 하게 되었다.


나는 여러분이 그토록 원하던 나의 죽음을 완성하러 왔습니다. 여러분 앞에서 가장 멋지게 죽고싶습니다.”(죄많은 소녀_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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