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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Feb 08. 2024

시민덕희 1부

당신의 탓이 아니에요!

 정의라는 것이 외면되는 일들이 때로는 일어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속에서 억울함이라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하면서 원망의 푸념의 한숨을 내뱉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마음의 불편함은 가슴을 무겁게 만든다. 위로가 듣고 싶고 동정받고 싶지만 주변인들의 말에는 표면적으로는 아니지만 숨겨진 가시가 있다.


 안쓰럽기는 한데 그래도 네가 조금 부주의하고 조심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고  툭 던져버린다. 이 돌멩이는 처음은 괴롭다는 감정을 새겨놓다가 시간이 지나면 내 탓인가라는 자책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는 피해자인데 가해에 일정 부분을 제공한 공범이 돼버리게 된다. 어이가 없는 생각이지만 그것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오늘은 이러한 억울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삶은 때로는 너무나 가혹하게 불행을 한꺼번에 던져버린다. 지금 그것이 바로 덕희라는 한 여자 앞에서 일어나고 있다. 본인이 운영하는 세탁소가 화재로 인해 전소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로 인한  집이라는 공간도 자연스레 사라져 버린다. 결국 세탁공장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데 소득은 부족하다. 아이들을 맞게 둔 놀이방에서도 자신의 불행한 상황을 들어내며 인정의 호소를 했지만 결국 한계치에 도달해 거절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녀의 삶을 다시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하지만 덕희라는 여자의 신용을 믿고 대출을 해주는 은행은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그녀는 돈을 구할 곳들을 알아보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공장의 숙직실에서 지내는 것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절실한 덕희에게 동아줄이 하나 내려왔다. 자신의 상황에서 어려웠던 대출 상품이 일부 수수료만 내게 된다면 가능하다는 전화를 받는다.



 그래서 덕희는 여기저기서 있는 돈 없는 돈까지 끌어모아서 입금한다. 하지만 마지막 희망의 끈이 사실 보이스 피싱이라는 사기라는 것을 뒤늦게 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익명의 제보로 아이들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아동학대로 신고당한다.  이로 인해 아이들을 시설에 보내게 돼버린다. 이 혼란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경찰을 찾아갔으니 그들의 답변이나 행태는 절망을 넘어 분노를 유발한다.


  보이스피싱은 현실적으로 잡기가 힘들며 보상받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총책이나 콜센터가 해외에 알 수 없는 곳에 있기에 검거가 힘들고 수사가 어렵다며 안타깝지만 포기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안타까움의 위로 속에 왜 그 이상한 상황을 인지를 못하고 큰돈을 입금한 거냐 하며 그녀의 문제를 지적한다. 터져버릴 것 같은 그녀의 멘털은 터지기 직전 뜻하지 않는 반전을 마주한다,



 자신에게 사기를 친 보이스피싱범인 손대리가 다시 연락이 왔다. 자신도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말만 듣고 중국까지 갔는데 그곳이 사실 보이스피싱의 콜센터였다고 했다. 벗어나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가족신상들을 알고 파악하여 보복한다는 협박과 감금의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범죄에 협조하였다 한다. 하지만 자신은 이곳을 벗어나고 싶으니 덕희에게 경찰에게 신고를 해달라고 한다.


 이 어이없는 상황이 믿기지 않지만 덕희는 결심한다. 구제에 관심이 없는 경찰만 믿고 있을 수 없고 나의 돈을 변제받기 위해서는 총책을 직접 잡거나 제보하면 1억 원의 현상금이 답이었다. 그래서 덕희는 직접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 손대리가 제공한 주변 단서들을 추론하여 알게 된 장소인 칭다오로 떠난다. 이 여정에서 덕희의 동료인 봉림과 숙자와 함께 하게 된다.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된 총책을 찾는 것이 손대리의 제보와 공조를 통해 점점 다가가지게 된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부분이 관객들이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도 전반적으로 적절한 템포로 유지하고 있고 적당한 고구마와 사이다 배분은 즐거움을 준다. 일단 여느 범죄물 보다 시민덕희라는 영화가 매력적으로 느껴진 부분은 누구나 이 불행한 피해자  될 수 있는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이다.  


범죄는 피해자들에 아물기 힘든 상처를 준다. 그중에서  보이스피싱이라는 죄는 영악하고 사악한 방법으로   피해를 준다. 간절한 사람들의 마음의 허점을 파고들어 지어 짜고 짜다 못해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몰아세운다. 기술의 발전은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것만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정보의  접근이 용이 해짐으로 편의가 생겨졌지만 개인의 신상들도 어렵지 않게  취득되어 범죄의 소재로 활용되는 문제가 생긴다.



 보이스피싱은 이런 기술의 발전의 취약한 면을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돈을 갈취한다. 무엇보다 이 범죄가 무서운 것은 남녀노소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덕희가 요지부동인 경찰에 기대를 포기하고 직접 피해자를 만나는 장면에서 그러한 부분이 잘 보인다. 이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누구보다 이런 범죄에 휘말리지 않을 것 같은 은행직원도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덕희라는 인물이 영화 속에서 피해를 당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그녀가 칭다오로 넘어가 총책을 잡기 위한 동분서주 하는 모습은 묘한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잡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몰입하게 된다. 아마도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 생각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실제로 이 영악한 범죄를 나는 당해 본 적이 있다.


 보이스피싱이 주목받기 시작하며 피해자들이 나오던 시점에서 한 전화를 받았다. 나의 어머니의 휴대폰을 통해 말이다. 내 목소리를 내면서 사고가 터져서 돈이 필요하다며 입금을 해달라고 울면서 이야기하였다고 한다. 당시 어머니의 말로는 진짜 깜빡 속아 넘어갈 것 같았다 했다. 하지만 그 전화가 온 시점에 나는 집에 방안에 있었다. 사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신이 멍해지면서 흔들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의 경험은 초창기이었지만 현재는 엄청나게 발전하여 더더욱이 치밀해졌다. 안타까운 것은 이로 인한 피해로 죽음까지 내몰아져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21년도 김민수 검사 사칭을 통한 취준생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을 대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당신의 계좌가 범죄로 악용되고 있고 돈을 찾아와야 한다고 전화를 한 청년이 받았다.



 그 과정에서 공문서를 위조하여 보여주는 등 모습을 보여주면서 의심을 분산시켰다. 결국 11시간 동안 통화를 끝으로  420만 원이라는 금액을 갈취당하고 생을 마감한다. 이 사건은 엄청난 이슈가 되었고 국민청원을 통해 범죄의 전말이 밝혀졌다. 꽃다운 청춘이 죽음이 슬프고 눈물이 났다. 그럼에도 세상에 밝혀지지 않고 묻힌다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가장 슬픈 것은 세상의 삐뚤어진 이들의 시선들이었다. 김민수 검사의 사칭사건이 매스컴을 통해 전달되면서 많은 이들이 분개하였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420만 원의 금액 때문에 삶을 포기한 거냐 11시간 동안 통화하면서 의심을 못한 것이냐는 등의 소리들을 하였다. 마치 피해자의 탓도 있다는 뉘앙스의 믿기 힘든 말들을 내뱉어 유족들의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


 시민덕희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이러한 부분들을 담고 있다. 보이스피싱 그거 당하는 사람 아직도 있어 그거 당하는 사람이 바보 같다는 식의 말을 내뱉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영화 속 덕희는 피해자이지만 구제받지 못하고 오히려 죄인처럼 눈치를 받아야 한다. 망각을 하고 있다. 누가 피해자인지를 말이다. 영화는 당신의 불찰이 아니고 악랄한 범죄자들이 문제라고 우리는 논점을 확실히 기억해야 한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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