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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Mar 12. 2024

가여운 것들 -1부

나라는 인간은 무엇인가

 우리는 때로 삶의 방향키를 어디로 돌려야 할지 망설이는 순간이 찾아온다. 지금 나의 시간은 방황하고 있다. 10년간 쉬지 않고 달려왔건만 의도치 않게 멈춰버렸다.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하고  나의 목적지를 설정하여야 한다. 하지만 정작 운전대를 붙잡고 머뭇거린다. 비워져 버린 주머니 사이로 남아 있는 것은 하염없이 먹어버린 나이 밖에 없다. 그것은 꽤나 발목을 잡고 선뜻 앞으로 나가기 힘들게 한다.


  멈춰져 버린 시간 속에 나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뒤적뒤적 쓰인 메모장의 기억 속에는 내가 생략되어 있다. 그냥 쳇바퀴 속의 다람쥐처럼 마냥 달리기만 하였다. 새하얀 머릿속에 어린 아해가 되어 할 수 있는 것들이 해야 하는 것들이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나는 왜 살아가는 것이고 나의 삶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질문을 던져보았다. 찾아야 한다라는 마음에 나와 같은 것들을 모아 본다. 그리고 나는 한 편의 영화로 공감을 받았다.


 여기 한 괴팍한  천재 과학자이자 의사가 있다. 그의 외형은 기괴하고 불편해 보인다. 하지만  이 남자는 사람들의 연민을 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는 오로지  삶을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는 실험을 한다. 그 범주는 예측하기 힘들고 독특이하다. 개와 닭이 합쳐진 생명체도 거위와 개과 믹서된 동물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갓윈 벡스터라 불리는 이 인물은 근본적인 실험을 한다. 바로 인간에 대하여 그리고 그 주인공이 되는 캐릭터는  벨라벡스터이다.


 멀리서 그녀를 바라본다면 아름다운 외모에 모든 이들이 매혹된다. 하지만  다가가 마주한 벨라의 모습은 어린아이의 모습이다. 말과 행동이 마치 유아기의 호기심 많고  감정표현이 원초적이다. 이런 그녀를 지켜보고 보호해 주는 존재는 갓윈 벡스터이며 벨라는 그를 하느님이라 부른다. 그녀의 세상은 그의 집안이 전부이고 세상에 대한  아이의 호기심과 열망은 더 이상 갓윈 벡스터가 막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조수로 맥스 매캔델스라는 자신의 학교 학생을 고용한다.



 맥스 또한 한눈에 벨라의 외모에 빠져버리고 그녀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어떻게 어떠한 일이 벨라를 이러한 상태로 만들었는지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줄 갓윈 벡스터는 회피하고 있다. 결국 그의 집에 자료들을 뒤지다 알게 된 벨라의 정체는 충격적이었다.  임신한 상태로 투신한 여자의 시체를 발견하여 실험을 한 것이다. 이미 죽어버린 산모의 뇌를 아이의 머리로 대체하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벨라 벡스터인 것이다.


 맥스는 결국 갓윈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도덕적인 관념에 멈칫하지만 그녀의 느끼는 이성적인 매력의 크기에 실험에 동조한다. 둘은 하루하루 변화해 가며 달라지는 벨라의 모습을 기록하고 관찰한다. 그녀는 점점 사용할 수 있는 언어의 숫자가 늘어나고 감정표현에 대하여서 전달력이 있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에 더 통제에 벗어난 자유를 갈망을 하게 된다.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극에 달해지게 된다.



 갓윈은 이러한 벨라를 붙잡기 위해 맥스와 결혼을 추진하고 계약서를 작성을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를 고용하게 된다. 그의 이름은 덩컨웨더번이라 불리는 남자이다. 그는 이 기괴한 결혼 계약서의 존재를 보고 당사자인 벨라가 궁금하여 갓윈의 집을 둘러본다. 그리고 발견한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매혹적이고 아름답다. 말을 하는 직업답게 그는 벨라의 각종 호기삼을 자극시키는 단어를 통해 꼬신다. 덩컨에게는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찾아내어 홀리게 만들어 자신을 의지하고 사랑하게 빠지게 만들어 버리는 바람둥이였었다.


 결국 갓윈도 맥스도 벨라의 자유를 막지 못한다. 그렇게 덩컨을 따라 그녀는 세상을 여행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원초적인 본능에 대한 탐미를 한다. 성욕과 식욕에 대한 것들을 느끼고 즐긴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이며 세상에 모습들과 사람들을 보며 지적 호기심이 이정표가 된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것들은 슬프기도 하고 냉소적이기도 하였고 아름답지 않기도 하였다. 그동안 그녀가 바라보았던 통제된 세상은 그러한 것들이 배제된 아름다웠던 것들만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세상을 탐험하며 깨닫고자 바닥으로 가서 가여운 것들이  되어본다. 그녀의 탐험이 종착지를 갈 때쯤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 작품은 상당히 기괴하며 파격적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눈길이 가고 그 속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는 오히려 뚜렷하게 느껴진다. 감독의 전작들인 더 랍스터나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를 흥미롭게 보았기에 그의 신작이 나왔다는 말에 주저 없이 예매를 하고 극장에서 관람을 하였다. 여전히 그의 이야기 방식은 정형적이지 않으며 매콤하다. 때로는 터부시 하는 부분을 과감 없이 던지고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스크린이 올라가며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며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인간이란 무엇 일까라는 던져진 화두에 사로잡혔다. 아마도 이러한 반응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라면 감독인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실험은 성공한 것 같다. 그래서 왠지 나는 영화를 보며 극 중 갓윈 벡스터가 연출자인 그의 모습을 투영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에 대한 캐릭터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벨라 벡스터는 두말할 것도 없고 그의 창조주인 갓윈 벡스터부터 세상으로 이끌어 준 덩컨 웨더번 그리고 묵묵히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준 맥스매캔델스까지 다채로운 모습의 매력을 보여 준다.

      


  일단 벨라 벡스터의 변화가 이 영화의 큰 줄기이자 뼈대이다. 인간은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것을 그녀의 시간을 통해 보여준다. 그 과정에는 원초적인 본능인 성욕과 식욕도 느끼고 세상의 동전의 뒷면 같은 폭력과 가난도 마주한다. 그렇게 쌓여 간 경험과 감정은 인간으로서 교감하고 공감하는 것들이 가능하게 되는 사회적인 인격체로 벨라를 성장시킨다. 이러한 모습을 연기하는 엠마스톤의 연기에 정말 놀랍도록 감탄이 나왔었다.


 어찌 보면 그녀의 필모에 역대급 인생 연기를 펼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극찬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몰입을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선사한다. 이 작품에서 상당한 노출과 파격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원초적인 본능 중 성욕을 보여주기 위한 부분들을 표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씬들이지만 쉽지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하였고 그녀의 연기에  보는 이들은 엠마스톤의 몸이 아닌 벨라라는 캐릭터가 유아기 자위행위로 성이라는 감정의 쾌감을 깨닫고 느끼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되었다.



 특히 선상에서 춤추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마치 펄프픽션의 우마서먼과 존 트라볼타의 댄스만큼이나 뇌리를 자극시키는 흥미를 주었다. 엠마스톤만큼 갓윈 벡스터를 연기한 윌리엄 데포의 모습도 좋았다. 기괴하면서 자신의 삶을 실험으로 살아가는 캐릭터의 모습을 정말 잘 표현해 냈다. 그의 특유의 각진 윤곽과 깊은 주름의 외형이 갓윈 벡스터에 적합한 느낌을 주었다.


  벨라와 갓윈과의 유사점이 상당히 많다. 둘 다 자신의 삶이 실험체인 것이다. 갓윈은 아버지로부터 어릴 때부터 신체를 실험 대상으로 활용당하게 된다. 그로 인해 그의 외형은 칼자국과 성치 않은 부분들이 많다. 벨라 또한 갓윈의 실험의 대상이었다. 둘 감의 동질감과 교감은 종국에는 벨라의 귀향을 유발하게 하기조 한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유사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 부성애를 보이면서 유일하게 감춰진 자신의 연민을 교감하는데 이러한 감정적인 표현이 정말 뛰어났다.



 플래툰에서 그를 처음 본 이후로 줄 곧 만족스러웠고 여전히 다음을 기대하게 되는 배우로서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의 감초 같은 존재로 등장하는 덩컨 웨더번을 연기한 마크러팔로는 관객을 꽤나 즐겁게 만든다. 사람들의 마음을 정말 잘 이용하는 능력을 가지고 바람둥이의  모습을 보이는 연기를 유쾌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에게는 마블의 헐크로 익숙하지만 폭스캐쳐나 스포트라이트에서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하였다. 그런 그가 이 작품에서는 상당히 그동안과는 색다른 느낌의 인물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극 중 초반 벨라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시켜 마음을 흔들며 자신이 주도하는 그림으로 이끌어간다. 하지만 재미나게도 그녀의 세계가 확장되면서 집착하고 무너지는 모습이 보인다. 상당히 엠마스톤과 합이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미에 보이는 덩컨  웨더번의 지질함 모습은 보는 이들로부터 웃음을 유발한다. 상대적으로  앞서 언급한 인물보다 비중은 작지만 맥스 메켄델 스라는 인물도 벨라라는 캐릭터의 성장의 방점이 되는 캐릭터이다.



 순수하고 변하지 않는 기다림으로 그녀에게 사람과 사람사이의 교감의 즐거움인 사랑을 깨닫게 만든다. 그리고 결말에서 벨라의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들도 볼거리들이 풍부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영상미도 뛰어나다. 리스본, 바다에 떠있는 배, 알렉산드리아, 파리 각각의 챕터에서  보이는 배경의 아름다움을 신비하면서도 매혹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리스본과 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색감이 다채롭고 화려하다. 하지만 변곡점이 생기는 챕터부터인 알렉산드리아의 빈민굴이나 파리의 색감은 대비되게 어둡고 단조롭다. 이러한  영상미가 캐릭터의 감정 변화에 대한 부분을 돋보이게 만들고 집중하게 만든다. 가여운 것들에 연민이라는 감정이 들고 동질감이 생겼다. 태어나서 살아왔고  달려왔다. 하지만 기차는 멈춰졌고 다시 시작을 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라는 인간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던지게 만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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