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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Mar 14. 2024

가여운 것들 _ 3부

비하인드


 

  가여운 것들은 스코틀랜드 작가 앨리스데이 그레이의 1992년작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벨라라는 인격체의 성장의 과정이 원작과 크게 상이하지 않는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다. 다만 이야기 시선은 차이가 있다. 영화는 벨라의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간으로 자아의 형성 과정에 초점을 두어 전개되고 있다. 반면 소설은 두 명의 화자가 이야기를 전달한다. 맥켄델스와 벨라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약간의 상충되는 부분과 오류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책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양면적인 부분을 즐기는 매력이 있을 것이다.


 인간의 신체를 조합하였다는 부분에서 플랑케슈타인과 유사하게 느껴지만 벨라의 외형은 기괴하지 않다. 오히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것으로 표현된다. 소설에서도 177cm의 큰 키의 육감적인 신체와 수려한 얼굴로 벨라를 기술하고 있다. 영화나 소설은 공통적으로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고 소유하려 한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그녀는 누군가의 통제의 틀에 속박되지 않는다. 이러한 부분에서 AI 기술을 벨라에 투영하여 해석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매우 흥미롭고 공감이 되었다.



  가여운 것들은 이번 오스카시상식에서 4관왕을 수상하였다. 여우주연상, 의상상, 미술상, 분장상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극장에서 관람을 하고 나와서 배우들의 연기들이 매우 인상적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특히나 벨라 벡스터의 캐릭터로 나온 엠마스톤은 매력적이었다. 파격적인 노출뿐만 아니라 어른의 몸과 아이의 머리를 가진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엠마스톤은 영화 속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표정에서부터 세상의 진리를 깨닫는 주체적인 인간으로서의 모습까지 완벽히 소화해 내고 있다. 그녀의 연기가 이 영화의 흐름을 압도적으로 주도해 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다양한 장면에서 그 마다 다른 감정을 탁월하게 연기로 표현하였다. 이 작품을 통해 나는 그녀가 단순히 금발의 아름다운 배우를 넘어 시대를 주도하는 연기자로 한 단계 도약한 느낌이 들었다.



 아카데미에서 의상상을 수상을 한 만큼 인상적인 의상들이 많이 극 중에 나왔다. 빅토리아 시대라는 설정은 있지만 어찌 보면 판타지가 가미된 이야기이기에 그 시대의 평범한 의상을 따라가는 것을 거부하였다. 그래서 평소에 보지 못했던 스타일을 많이 시도하였다고 한다. 특히 벨라의 드레스에 그러한 부분들이 투영되었다. 다양한 색감의 옷들이 인물의 감정과 변화에 따라 바뀌어서 나왔다. 배우들이 각기 수차례 피팅을 통해 수정을 하였고 이러한 수고가 결국  수상이라는 성과를 낸  것 같다.


 분장상을 수상한 부분은 영화를 관람한 입장에서 갓 윈 벡스터 캐릭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의 설정상 기괴하고 음침하면서도 상당히 각진 이미지를 만들어 내어야 했기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이 연기를 한 윌리엄 데포는 분장을 하는데 무려 6시간이나 소요되었다고 한다. 새벽 3시에 나와서 먼저 4시간을 분장하였고 이후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지우는데만 2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극 중 벨라 못지않은 중요한 캐릭터이기에 표현을 하기 위해 신경을 쓴 것이 눈에 들어 났다고 할 수 있다.


 재미난 비하인드로 엔딩크레디트에 엠마스톤이 두 번 나오는데 이는 프로듀서도 겸임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전작인 더 페이버릿  촬영 당시 출연한 그녀에게 이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고 꽤나 흥미를 느끼고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추가로 언급할 만한 이야깃거리 중 하나로 덩컨 웨더번을 연기한 마크러팔로는 최초에는 이 영화의 출연을 고사하였다고 한다. 자신과 맡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거절을 하였다고 한다.


  영화 촬영 동안에도 계속 자신의 연기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이를 친구인 오스카 아이삭에게 네가 이 역할을 연기하게 될 거라 농담을 하는 투정을 부리기도 하였다. 그래서 몰래카메라로 윌리엄 데포가  현장에 오스카 아이삭을 데리고 왔다고 한다. 마크러팔로에게 네가 잘렸고 오스카 아이삭이 너를 대체할 것이라는 장난을 쳤다. 근데 막상 영화를 보면 그는 정말 덩컨을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다.



  극 중 초반부는 흑백화면으로 표현된다. 이는 실제 아기들의 생후 4개월 동안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염두하고 찍었다고 한다. 벨라의 뇌가 아직 유아기에 수준에 해당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이런 연출이 나온 것이다. 점점 시간이 흘러가며 런던을 떠나 탐험을 하는 순간부터 색을 띠며 사실적인 현실의 색감이 보인다  연회장 장면을 빼고는 다 세트장을 만들어 찍었다고 한다. 리스본 촬영은 50M에 육박하는 크기였다고 한다.


  가여운 것들은 확실히 호불호가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이미 요 로고스 란티모스의 맛을 본 이들이라면 매우 매력적인 요소들의 집합이라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조금은 과함과 거침없음이 불쾌하게 보여질 수 있다. 그럼에도 진득하게 그 끝을 마주한다면 깊은 여운이 있다. 그것을 느낀다면 왠지 다시 요 로고스 란티모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고 그의 필모를 찾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올 한 해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연말이 와도 압도적인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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