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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Mar 27. 2024

추락의 해부-1부

진실

 우리는 끝없는 선택의 연속의 갈림길 앞에서 서서 고민을 마주한다. 그 순간에  보이는 것들에는 확고한 믿음도 뚜렷한 진실도 없다. 오히려 흐릿한 안개 틈 사이로는 혼재된 것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진실과 거짓의 흩어진 조각들을 끼워 맞춰보려 부단히 노력해 보았다. 만들어진 퍼즐의 그림은 과연 내가 바라는 것일까라는 물음표가 가시지 않는다.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결과는 진실의 산물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도무지 답을 내리가 힘들다. 그에 나는  모르겠다는 마침표를 찍어버린다. 기억의 복기에는 진실도 거짓도 모호하고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선택에 우선되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은 무엇일까이다. 그래서 거짓도 진실로 미화되고 포장되며 진실도 때로는 거짓으로 버려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선택은 아프고 어렵다.


  




  하얀 설원이 뒤 덮임에 세상과 왠지 단절되어 보이는 공간이 보인다. 그리고 전환된 화면에는 한 여자의 얼굴이 잡힌다. 유명한 작가이자 한 아들의 엄마인 그녀의 이름은 산드라이다. 스크린에 그녀를 마주하고 있는 또 다른 여성이 보인다. 문학을 전공을 하는 학생으로 산드라의 소설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자 방문한 조에라는 인물이다. 그녀는 산드라에게 묻는다. 당신의 소설은 직접 겪은 것들이 바탕이 되어 집필되는지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조에의 물음에 산드라는 오히려 답이 아닌 역질문을 한다.


 너에 대해 궁금하다고 너의 관심사를  이야기하라는 그녀의 말에 고민을 하며 이야기를 한다. 어색한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지려 하는 순간 큰 음악 소리가 이들의 대화를 가로막는다. 그것은 산드라 남편인 사무엘의 작업 공간에 흘러나왔다. 음악은 소리가 과해지면서 소음이 된다. 마치 불만의 시위인 것 같아 보인다. 산드라는 조에에게 남편이 작업 간 집중을 위해 가끔 튼다며 애써 핑계를 되지만 결국 이들의 대화는 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조에가 떠나고 남겨진 공간에 또 다른 인물인 아들인 다니엘이 우리의 시선으로 들어오면서 그의 반려견 스눕과 함께 산책을 간다. 그는 4살 때 오토바이 사고로 시신경이 손상이 되어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다. 다니엘이 스눕과 집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하얀 설원들이 시선에 들어온다. 산책도 하고 던지기 놀이도 하고 시간을 보낸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 달았을 때 갑자기 스눕이 뛰어간다. 그러고 설원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아버지의 존재를 마주한다.


  다니엘은 산드라를  목놓아 부르고 오열한다. 산드라가 숨을 쉬지 않는 사무엘의 모습을 마주하고 급히 구조요청 전화를 한다. 구조대원과 경찰이 도착하고 상황을 정리하면서 이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사무엘의 추락의 해부로 들어간다. 시신의 검안과정에서 타살로 판단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부분의 견해가 나오면서 산드라는 일순간 용의자가 된다. 그리고 다수의 기억으로 기록된 사건은 왜곡되기도 모호하게도 표현되면서 그녀를 옥죄어 오게 만든다.


 재판이 시작되면서 사무엘의 추락의 과정에 대한 진실이 설자리는 없다. 정황만이 있고 목격자도 뚜렷한 증거도 없다. 그러기에 여러 증인들로 나오는 증언들은  모호한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아마도 거의를 통해 재단된 그들의 추론은 산드라가 범인인지 유무보다 산드라가 범인이어야 하는 이유들을 말을 하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산드라에게는 뚜렷한 알리바이도 정황을 파훼할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황들은 그런 그녀에게 화살표를 돌리고 있다.



 영화는 중반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를 보여준다. 여전히 끝이 나지 않은 이 추락의 해부에 대한 결론은 가십거리가 되고 한 존재를 무너뜨리기 위해 열중한다. 그 과정에서 다니엘 또한 상처받고 지치게 된다. 더 이상 재판은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한 논증의 장이 아니어 보인다. 그녀가 살인자가 되기 위한 명분에 부부의 치부도 가족의 상처도 거침없이 드러난다. 상실의 아픔과 슬픔도 배제된다. 가혹하게도 다니엘은 보지 않아도 될 보고 싶지 않은 가족의 모습까지 마주한다.


 누구도 믿기 힘듦과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고 이제는 헷갈리며 판단이 내려지지 않는다. 다니엘은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추락의 해부에 대한 이해를 해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것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된다.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비극적 상황에서 울음을 그치게 만드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다니엘은 자신만의 구원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추락의 해부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에 더불어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을 받는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은 영화이다.  사실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기대감이 주면서도 한편으로 난해한 장르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자신 있게 추락의 해부를 보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고 관람을 추천한다.


  영화는 한 남자의 죽음에 대한 진실 찾기로 시작된다. 추락이라는 형태로 생이 마감된 사무엘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그 끝에 마주한 것인지  끝없이 논쟁한다. 그 대부분의 배경이 되는 곳이 법정이고 이러한 장르의 특성상 상당히 인물 간의 감정의 묘사를 잘 살려내고 있다. 죽음의 연결선과 굉장히 가깝게 있다 판단되는 산드라의 캐릭터는 그러한 부분에서 매력이 느껴진다.



 추락이라는 해부에 있어 그녀는 빠지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 있었고 둘 간에는 불화라는 동기도 있었다. 그리고 극 초반 타살 가능성이 있다는 검안에서 모든 정황이 그녀에게 적을 두고 있다. 화살의 표적이 되고 끈질기게 물어 뜯긴다. 어느 누구 하나 산드라를 완벽히 믿지 못한다. 심지어 그녀를 변호하는 변호사인 뱅상까지도 미심쩍어한다. 영화는 중반까지 추궁당하면서 억울해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이고 느껴진다.


 상당히 불쾌함이 들기도 하였다. 검사라는 인물과 재판부 자체가 뭔가 프랑스인이 아닌 이방인을 표적 삼아 이슈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산드라에게 가혹하게 느껴진 것 같았다. 아마도라는 모호한 그들의 추정을 통해 명분을 찾으려 질문의 함정을 파는 검사는 짜증이 남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반 이후 진실과 거짓 사이를 교묘히 썩어가는 듯한 산드라의 변호와 표정에서 나는 의심이 들었다.



 그녀가 설계한 늪이 아닌 것 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생각의 시간과 의심의 눈길이 강해지면서 극은 상당히 몰입감을 준다. 그리고 그 절정에서는 더 이상 진실이 무엇인지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해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추락에 대해 집중한다. 어떻게 상대를 무너뜨릴까 그리고 그 속에서 드러난 치부와 그것을 유희삼아 가십거리로 떠드는 이들만이 남아있다.


 특히 영화 중후반부 판사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서 화면에서 법정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모습에서는 이런 군상들의 모습들이 잘 표현되고 있다. 유일하게 결말이 다다른 지점에서 결정적인 증언을 하는 다니엘만이 이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가 마지막 증언을 하며 어떻게가 아닌 왜라는 점에서 이 추락의 해부를 이해하는 것은 본질적인 답을 찾은 것이다.


 영화는 막이 끝나고 말을 한다. 우리는 어떠한 진실도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추론을 통해 개인적인 판단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기에 우리의 손에 들려진 두 가지 선택 중에서 어떤 것이 당신에게 더 믿음직스럽고 가치가 있어 보이는지를  판단해 보기를 권한다. 진실이라고 명명한 것들이 산드라와 다니엘에게 지어준 것은 가족의 치부를 들어내고 파괴함 뿐이다.



  깊은 여운이 스크린이 올라가고 나서 들었다. 산드라의 시점에서 영화를 보다 다니엘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해석하다 보니 너무나 가혹해 보였다. 현실과 이상의 사이의 존재인 그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가 바라보아야 하는 세상은 신체적인 장애도 있지만 이 추락으로 인해 가려졌다. 그리고 아이는 감당하기 힘든 아픔을 통해 억지로 성장을 해야 한다. 그것이 불행하게 느껴졌고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가겠지 마지막 부분에서 산드라를 안아주는 모습에서 그는 선택에 대한 믿음을 얻게 된 것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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