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의 반복이지만 여전히 그 맛은 흥미롭다.
반복의 반복이 되는 것이 일상이다.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기에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고 익숙함이 주는 안락함은 나름의 이점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편으로 새로움을 꿈을 꾼다. 반복의 행태들은 지루함으로 전달되기도 하고 그 속에서 나를 웃게 하는 것 또한 자연스레 줄어든다. 달라진 것 없는 하루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새로운 도파민을 자극시켜 줄 무언가를 꿈꾼다.
하지만 막상 반복을 벗어나 길을 나선 나그네가 된 나는 방황만을 반복한다. 이것저것 건드려 보지만 결국 낯 섬은 불편함과 거리감을 준다. 잠시 멈추어 생각에 잠겨본다. 새롭고 신선하고 도파민을 강렬히 자극시켜 줄 것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정녕 존재는 하는 것인가를 의문을 가져본다. 돌고 돌아 다시 집으로 복귀한 탕아는 결정을 한다. 반복의 일상 속에서 새롭게 하루를 즐겁게 할 것은 없는지 고민을 해보았다. 파랑새가 정작 내 집 마당에 있었든 익숙한 것들 사이에서 나는 새로움을 찾아보려 한다.
한 남자 어느 무리로부터 쫓기고 있다. 그의 모습은 피투성이에 맨발이며 여기저기 상처가 가득하다. 어두운 골목을 가로질러 불빛이 보이는 곳까지 도달한다. 그리고 결국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찰을 마주한다. 쫓아오던 무리들은 잠시 머뭇거리며 검문을 하려 하는 상황을 회피하려고 한다. 대치의 상황은 갑작스러운 존재의 등장으로 무게의 추는 깨진다. 한 차량이 이들 사이로 급작스럽게 와서 멈추었고 문을 열고 내린 인원들은 거리낌 없이 경찰들에게 다가가 공격을 하며 죽음을 선사한다. 그리고 도망쳤던 인원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칼로 찔러버리며 상황은 종료된다.
그들이 다시 돌아간 곳은 허름한 공장 안에 온라인 도박장이다. 대수롭지 않게 사무실 같은 공간에서 양주를 마신다. 그들에게 죽은 사람과 비슷해 보이는 인원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도박시스템관리를 하고 있다. 시점은 전환이 되고 여전히 동분서주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잠복하고 있는 서울 광수대 인원들이 보인다. 마약 배달원을 검거하고 본거지까지 덮쳐버린다.
하지만 순순히 연행되는 것을 거부하고 극렬하게 저항한다. 그리고 한 남자가 존재감을 보인다. 든든한 어깨와 믿음직스러운 몸짓에 현장을 순식간에 정리한다. 그의 존재는 우리에게 익숙한 마석도이다. 상황을 정리하고 마약을 운반하는 것이 어느 배달앱을 통해 불법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파악한다. 그리고 이 시스템의 개발자를 쫓아가본다. 하지만 뜻밖에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개발자가 필리핀에서 사망하여 국내에 시신이 이관되었다는 것이다.
아들의 시신을 인계받기 위해 온 어머니의 모습을 마석도는 마주한다. 그리고 아들이 죽음의 의문을 풀어달라고 한다. 그렇게 사건의 전말에 대해 하나씩 접근해 가는데 알고 보니 불법앱을 만들었던 인물인 조성재는 범죄에 이용된 피해자였다. 그리고 그가 바로 앞서 남성무리들에게 살해당한 사람이었다. 마석도는 차곡차곡 뿌리로 깊이 들어가 사실에 접근해 간다. 이 와중에 안타깝게도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던 조성재의 어머니가 자살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마석도는 더더욱 이 사건에 집착하게 된다.
조성재를 죽인 인물은 백창기라는 남성이다. 그는 특수부대 용병출신으로 활동하였고 임무 간 무분별한 살인들로 인해 쫓겨났다. 이런 그의 다음 스텝은 필리핀 온라인 도박장 운영자로 가게 된다. 그리고 이에는 친구인 IT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라는 인물의 도움으로 인해 이루 우졌다. 이들은 얼핏 서로 이윤을 위해 공생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언제든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사이이다.
한편 광수대는 조성재의 죽음을 따라가다 하나의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곳을 파다 보니 그 끝에는 백창기와 장동철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장동철은 경찰들이 수사가 옥죄어 오는 것을 하고 이참에 백창기를 버리고 새로운 조폭세력인 권사장으로 갈아타려 한다. 그리고 모든 범죄는 덮어씌우고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다. 이를 알게 된 백창기 또한 결단을 하게 된다. 마석도의 광수대는 둘을 완벽히 엮어 모두 검거하려 한다. 스펙터클한 범죄 소탕 작전이 시작된다.
올 한 해 극장가의 상당한 기대작의 한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개봉과 함께 관람을 하러 갔다. 평일 조조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관객들의 반응은 전작들과 비슷하게 터져 나오는 웃음과 꽤나 영화 전반을 긍정적이게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나 또한 이와는 비슷한 감정을 표출하였다. 여전히 시원시원한 타격감과 액션은 역시 이 시리즈의 매력으로 확실하게 표현되었다. 그리고 특유의 유머코드는 전작에서 잠시 쉬어간 장이수라는 캐릭터가 다시 등장하여 폭발된다.
일단 이 시리즈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전형적인 틀은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확실히 자신들이 잘하는 것에 대한 파악이 뛰어나다. 그에는 우리의 마석도 형사의 캐릭터의 존재가 독보적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마동석이라는 배우에 대한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어갔다. 뚜렷한 색깔이 있기에 다채로운 멀티가 되지 못하는 부분이 한계다 싶었다. 하지만 범죄도시의 마석도를 통해 영화 전반을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시리즈만의 매력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잘 녹여 표현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4편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파타야사건으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루기도 하였다. 이에 관해서는 뒤에 비하인드 편에서 자세히 기술하도록 하겠다. 4편에 스케일은 전편에 비해 확대되었고 더불어 영화 속에서 보이는 범죄들이 꽤나 최근의 행태들이 나와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빌런으로 등장한 백창기와 장동철의 캐릭터는 매력적으로 보였다. 일단 백창기의 설정상 전직 특수용병이라는 부분을 김무열이 잘 표현하고 있다. 프로페셔널한 칼을 통한 액션씬들과 감정 없이 사람을 살해하는 모습들은 이전작들에 빌런들의 포스에 뒤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악인전을 통해 마동석과 합을 맞춰봐서 그런지 호흡도 좋았다. 그리고 서브 빌런으로 등장한 장동철 캐터는 시리즈에 보이지 않았던 독특한 느낌이 들었다.
경박하면서 잔혹한 부분을 거리낌 없이 지시하고 범죄를 하는 것이 도파민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설정에 이동휘의 연기도 상당히 적합하게 맞아떨어지는 제 옷이었다고 생각한다. 카지노의 정팔이 연상되는 부분도 느껴지겠다. 그리고 전편에는 잠깐 카메오의 느낌으로 나온 장이수가 이번 작품에서는 상당한 비중이 있었다. 그가 스크린에서 잡힐 때마다 묘하게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시리즈 간 차곡차곡 잘 쌓아온 이미지 때문이었다.
장이수를 연기한 박지환 배우는 감초 역할 연기가 참 뛰어난 것 같았다. 1편을 보고 마석도 장첸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는데 후속 편에서는 나와서도 임팩트를 주면서 꽤나 보고 싶은 캐릭터 중 하나였다. 그런 그가 다시 1편 2편과 비슷한 수준의 비중으로 나오는데 여전히 판을 깔아놓으면 놀 줄 아는 박지환 배우의 연기가 돋보였다. 생각보다 그가 연기가 좋은 배우라는 것을 1편을 통해 느끼기도 하였지만 우리들의 블루스릉 통해 놀랄 정도의 인상을 주면서 나에게는 꽤나 임팩트를 주었다.
대게 바뀐 것은 없고 전편을 답습하고 반복하지만 그 고유의 맛은 강렬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자극적인 시리즈를 잊지 못하고 때마다 나오면 찾아보게 된다. 물론 이 반복의 반복사이에서 익숙함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적당히 우리가 지루하지 않을 만한 새로움을 조미료로 추가하였다. 그래서 난 확실히 이 재미난 작품이 흥미롭다고 말할 수 있다. 깊은 여운 따위는 사실 존재하지 않지만 극장 안에 있는 동안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아는 맛이라 거부감도 크지 않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