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항공권이나 숙소도 묶인 패키지 상품들이 다양한 시간 대별로 나열되어 있었다. 그냥 선택하고 간단한 정보들만 입력하면 끝이 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크게 좋았던 점은 기록의 데이터가 늘어남에 불안감이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나와 같은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이들은 미지에 대한 세상이 주는 약간은 두려움이 생겨난다. 만약 길을 헤매면 어떡하지 혹시나 기대했던 것과 다르면 어떡하지 등등의 자문을 하는 과정들이 절로 따라오게 된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클릭 몇 번에 이미 간 선행자들의 기록물들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편의성으로 인해 나의 불안감은 사그라들고 설렘으로 전환된다. 여행 일정 간 방문해 볼 곳들을 미리 리스트화하였다. 일단 먼저 구미가 당기는 것들을 발견하고 주르르 나열해 보았다. 그 뒤 이동 동선을 고려하여 추려내어 남겨진 것들을 본다. 여전히 더 줄여야 하는데 고민이 된다.
다시 한번 기록의 데이터의 장중 하나인 유튜브를 탐방한다. 영상을 반복적으로 재생해 보며 결단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리스트들을 휴대폰 메모장에 저장해 놓았다. 모든 것이 준비가 되었고 드디어 D-day가 찾아야 왔다. 이른 아침 비행기 일정이기에 미처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출발을 하였다. 오랜만에 공항을 가는 것에 두근거림이 더더욱이 가시지 않았다.
새벽이기에 공항에 그리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 상당한 인원들이 붐비었고 왁자지껄한 소음을 내었다. 우선 항공권 예매번호를 통해 셀프 체크인을 한 후 수화물 위탁하였다. 약간의 시간이 남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여행의 분위기를 새삼 느껴보았다. 한 바퀴를 돌고 나니 게이트로 들어가야 할 시간이었다. 차례차례 관문을 통과하고 들어온 대기 공간에서 이르니 허기짐이 다가왔다.
간단히 무언가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어떤 것을 먹을지 혼자만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같이 한 여행 메이트 지인이 본인의 카드제휴로 공항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넓은 공간 속에 헤매지 않고 쉽사리 목적지를 찾았다. 입구에서 간단히 확인을 하고 간 들어간 공간은 생각보다 아늑했었다. 그리고 음식들이 꽤나 푸짐하게 있었다. 간단히 먹을 것들과 커피를 가지고 와 자리를 잡아 공백의 시간을 흘려보내었다.
적당히 배를 채우고 들어간 카페인이 머리를 또렷하게 각성시킨다. 차장 밖으로 이륙하는 비행기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일정에 대해 되뇌어본다. 한정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부족한 점이 없는가를 생각해 본다. 집중을 한다는 것은 때로 망각을 동반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몰입했던 것이다. 탑승가능하다는 안내방송을 확인 후 항공편의 게이트로 향해 걸어갔다.
사람들이 이미 모여져 긴 대기줄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내들의 표정은 참 포근하고 행복해 보이는 것 같아 보였다. 여행이라는 것에 대한 느끼는 감정은 다들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드디어 비행기를 탑승하였고 좌석에 앉아 드디어 떠남의 준비를 마무리한다.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을 거쳐 목적지인 오사카로 도착하는 것을 안내하는 방송을 듣고 이륙하는 순간의 희열을 느끼기 위해 차창을 바라본다. 소음을 일시적으로 내며 지면과 떨어진 순간 오는 묘한 쾌감이 짜릿하다. 하얀 하늘의 구름과 파란 공백의 색감을 눈으로 담아보기에 열중하였다.
오사카는 일본의 제2의 도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국내와 부산과 유사한 느낌의 분위기를 가진 것으로 비교되기도 한다. 다른 도시에 비해 뚜렷이 다른 사투리 및 지역색 두 도시 모두 제2의 도시라 불리는 부분이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일본 제2의 도시라고 하면 다른 곳을 여길 수도 있다. 오랫동안 천왕이 거주했던 교토 한때는 일본의 수도였던 나라 두 번째로 인구수가 많은 도시인 요코하마등이 이에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을 제치고 오사카가 제2의 도시라 불리게 된 것은 예부터 수도의 외항으로 역할을 하면서 국제적인 교류를 통해 성장하였다.
과거 중세에 우리에게는 임진왜란의 주범으로 알려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곳 오사카에 성을 건축하여 거점으로 삼아 통치하기도 하였다. 이후 에도막부 시기를 거치면서 정치의 중심지가 도쿄로 이동되면서 정치적 중심지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한 항구도시로서의 명성은 유지되었다. 그 시절에 전국에 모든 식품과 물자가 모여들어서 오사카는 '천하의 부엌'이라는 불리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곳을 여행하면 먹다가 하루가 다 간다는 농담도 있을 정도로 다양한 요리들이 있다.
오사카는 도쿄에 이어 재일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 중 하나이다. 츠루하시역 주변으로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오사카에 거주하는 재일 교포들은 유독 제주도 출신들이 많다. 이는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돈을 벌기 위해 제주도민들이 일본 오사카로 많이 건너갔기 때문이다. 광복 이후 제주도에서 제주 4.3 사건이 터지면서 난리를 피해 일본 오사카로 간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사실에 마음 한편에 슬픔이 자리를 차지한 이들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류의 열풍으로 오사카의 한인타운은 문화체험을 하기 위해 연간 20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명소가 되었다. 부산과 유사점이 많은 곳이라 앞서 거론하였는데 재미난 부분들이 많다. 두 곳 다 사투리가 유명하다 보니 방송매체들에서 따라 하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연고로 하는 지역 야구팀이 각각 롯데 자이언츠와 한신타이거즈가 있는데 애정도 상당히 크다는 부분이 같다. 두 고았다 오랜 기간 우승을 하지 못하였는데 작년 한신타이거즈는 무려 38년 만의 염원하는 트로피를 쟁취하였다. 반면 롯데자이언츠는 32년간 우승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외에도 접점으로 각국의 영사관이 해당 도시에 있다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두 곳 다 관광객들에게 사랑받으며 많은 이들이 방문한다. 앞서 오사카의 먹거리가 많아 천하의 부엌이라는 칭호가 있다 하였는데 부산 또한 이에 못지않게 다양한 요리들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유사점과 비슷한 분위기 때문인지 국내에 여행객들이 오사카로 여행을 가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잠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약간의 피로감만 있다면 눈을 감고 잠을 조절하여 잘 수 있다. 어릴 적은 크게 이러한 것이 좋은 것인지 몰랐는데 주변에서 잠자리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삶에서 소소한 축복을 받은 것이라 알게 되었다. 비행기의 이륙과정에서 느끼는 낭만의 감정의 유통기한이 지남과 동시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이른 새벽에 준비를 하여 출발하기도 하였고 여행 출발 전에 묘한 긴장감에 쌓여있던 것이 연쇄적으로 표출되었다.
눈을 살포시 감았다가 떴다를 반복하다 결국 눈꺼풀이 완전히 힘을 잃고 그에 따라 고개도 축 처지면 잠이 들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차창 밖을 보았을 때는 꽤나 시간이 흘러가있었다. 약 1시간가량을 잔 것이었다. 인제 일본 땅을 밟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었다. 다시 창문 밖을 바라보면서 파란 하늘 멍을 해본다. 고요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정적이 꽤나 기분 좋게 다가왔다.
그동안 많은 것들에 지쳐있었었다. 특히 사람과 일은 나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물론 괴로움의 굴레 간 안정감은 존재하였다. 고정된 수입에 꼬박꼬박 나가는 직장까지 말이다. 근데 지금은 가진 것은 줄어들고 딱히 가야 하는 곳도 없다. 오히려 빠듯한 삶이지만 더 여유가 느껴진다. 일을 하고 있었다면 나는 떠날 수 있었을까 반문해 본다. 감회가 새롭게 느껴지면서 여러 생각들을 하였다.
사색에 잠겨 멍 때리는 것이 또 시간을 야금야금 먹어 이윽고 아래에 보이는 것이 바다가 아닌 육지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착륙을 한다는 기장의 안내방송과 함께 하강하는 비행기 속에서 다시 한번 쾌감의 전율이 다가온다. 덜컹 슈웅 하며 바퀴를 통해 멋지게 내려앉은 지면에 내려앉았다. 장내에 도착을 알리는 방송과 함께 많은 인파들과 함께 공항으로 들어간다.
이전에 경험한 공간이었는데 낯설게 느껴지는 감정이 들었다. 분명 무언가 차이점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내가 과거에 왔던 공간과 다른 것인가라는 긴가민가하는 생각이 들어 우왕좌왕하였다. 알고 보니 제2여객터미널에 내린 것은 처임이었던 것이었다. 아무래도 가성비를 따지다 보니 저렴한 항공권을 예매하였는데 소규모 항공사 일부가 이곳에 착륙하는 것이었다.
결국 몇 분의 시간을 지체하고 나서 셔틀버스를 발견하였고 1 여객터미널로 가게 되었다. 7분 정도의 시간 동안 달리는 동안 다시 한번 이와 같은 헤매는 실수를 하지 않으리 하면서 휴대폰을 켜서 일정을 복기해 본다. 정차된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야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아 이곳이 내가 기억하는 공항이지 하며 과거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려본다. 찰나의 추억 감상을 마치고 나는 일행과 함께 미리 예매해 두었던 교통권을 교환하기 위해 교환처로 향했다.
오사카 주유패스라는 정기권으로 이를 통해 도시 내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다. 추가의 혜택으로는 관광지에 무료입장 및 할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여행객들이 선호하여 구매를 한다. 교환처에는 이미 많은 인파들이 줄을 서있었다. 그곳에는 다양한 나라의 말들이 혼합되어 들려졌다. 차례를 기다리면서 서있는 동안 익숙한 한국말이 들렸다. 괜히 귀가 더 기울어지면서 집중하게 되었다. 아마 커플로 보이는 이들이었는데 티격 태격 되는 말싸움이었다.
아마도 여자가 일정을 짜고 계획한 것으로 보였다. 같이 온 남자는 이 대기시간이 지루하고 귀찮게 느껴지는 것 같아 계속 동반한 상대방에게 투덜 되면서 자극시켰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야기들이 참 어린아이 같아 보였다. 결국 짜증이 폭발한 여자친구가 한소리를 할 때 분위기 파악을 하고 움츠린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참 이들도 기분 좋게 여행 와서 순탄치 않은 출발이겠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지루한 대기시간을 흥미롭게 채워줘서 고마웠다. 원래 남 싸움구경이 재미있으니 말이다. 길었던 줄이 줄어들면서 내 차례가 왔고 예약한 바우처를 보여주었고 교환받았다.
그리고 살포시 뒤를 돌아 커플들을 확인하였다. 왠지 그들을 이 여행 일정 간 한 번은 마주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괜히 반가움 마음이 들켰지만 그 내들은 나를 인지하지 못하겠지 하는 망상을 하였다. 약간의 헤맴의 실수를 하면서 긴장해 있던 감정이 녹아지면서 즐거움이 다시 나의 마음을 채워주었다. 왠지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나를 마주할 것이라 생각하며 이동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