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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Jun 16. 2024

오사카 여행 3부

타코야끼

 여행에서 시간은 일상에서 보다 상대적으로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이러한 감정에는 한정된 일정 속에서 더 알차고 즐겁게 보내기 위한 의욕의 영향이 있다. 그래서 여행에서 일분일초가 헛으로 흘러가는 낭비를 방비하고자 초조한 마음이 든다. 물론  떠남에 익숙한 고수에게는 큰 영향은 가지 않을 수도 앗다. 하지만 나의 현재 상황은 공백의 시간만큼 하얗게 지워진 나름의 매뉴얼들에 성급한 하수의 마인드가 장착이 되어있다. 


 공항에서 주 교통수단으로 활용할 오사카 주유패스를 교환하고 나니 시간이 12시를 살짝 지나쳤었다. 입국 후 생소한 터미널에 헤매는 순간을 가지며 예상보다 소비되어 버렸다. 만회를 위한 발걸음이 조급하게 움직여졌다.  숙소까지 이동하기 위한 수단으로 두 가지가 있었다. 일반 전철과 오사카의 중심부인 난바까지 급행으로 이동하는 특급열차인 라피트가 있었다. 이 선택의 순간이 평소 같았으면 고민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였을 것인데 이미 여행을 계획하기 전 결정을 하였다.



  바로 더 빠르고 지정좌석제로 더 안락한 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라피트로 정하였었다. 상대적으로 비용의 차이는 꽤나 있었지만 시간을 세이브할 수 있다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라피트의 외관은 새파라며 날렵한 이미지의 수려한 디자인이다. 색감 때문에 철인 28로라는 애칭이 있다는데 나야 고개가 끄덕여지자 요즘 세대들에게는 그게 뭐지 할 것이다. 공항에서 종점인 난바까지 39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최고  120km/h 속도를 자랑하며 시원하게 달리는 것이 라피트의 매력이다.


  미리 국내에서 구매하였던 바우처를 모바일 티켓으로 전환하였고 탑승을 하였다. 캐리어 보관장소에 짐을 고정시키고 지정된 좌석에 가서 착석하였다.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새삼 여행의 감정이 전이되었고 이를 곱씹어본다. 잔잔하게 나의 마음에  한구석에 피어오른 여운을 잠시 만 끼 해본다.  멈춤이 생략된 열차는 순식가에 목적지까지 이르게 하였다. 


 캐리어를 챙겨 개찰구를 나와 휴대폰을 열어본다. 지도앱을 통해 예약한 숙소까지 이동 루트를 재차 확인해 본다. 약 8분 정도를 걸어가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지하도에 붐비는 이 도시의 인파들에 살며시 스며들어가 본다. 분주히 움직이는 것은 현지의 사람들과 이방인들의 차이는 보이지 않아 보였다. 길을 헤매지 않겠다는 의지로 휴대폰을 한 손에 부여잡고 수시로 위치를 확인하며 걸어갔다. 이윽고 지상으로 나왔고 몇 블록을 지나치고 예약한 숙소가 보였다.


  체크인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지만 여행의 기동성을 방해하는 짐을 보관하고자 프런트에 문의하였다. 직원은 친절히 예약한 바우처를 보여달라고 안내해 주었고 몇 가지 확인을 한 후에 카드를 내주며 캐리어를 맡아주었다. 인제 오사카에서 첫끼를 마주하기 위한 고려하였던 점심 식당으로 발걸음을 떼어보았다. 짐을 벗어던지고 나니 한결 가벼운 마음이 들었다.


타코야끼


 오사카는 예부터 항구의 도시로서 발전을 하다 보니 다양한 물자들이 자연스레 이곳에 모이고 거치게 되었다. 그로 인한 영향으로 음식의 문화의 깊이가 남다르게 발달하였다. 천하의 부엌이라는 애칭이 생겼고 일본 민들에게 이 도시에 대한 이미지가 각인되었다. 여러의 먹거리들이 포진이 되어 있어 선택에 있어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도 그중에서도 오사카를 대표하는 요리들이 몇 가지가 있다. 


  이 도시를 생각하면 나의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올라진 음식이 있었다. 바로 타코야끼가 그 주인공이다. 오사카를 대표하는 간식으로 알려져 있다.  밀가루 반죽에 잘게 자른 야채와 문어를 넣고 동그란 모양으로 구워내 가쓰오부시와 소스를 위에 뿌려먹는 요리의 형태이다.  1935년 오사카의 노점상에서 개발되었고  타코(문어)와 야끼(굽다)를 합성한 의미이다. 최초의 타코야끼에는 쇠고기와 우무가 포함이 되어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타코야끼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어가면 일본의 코나몬 문화에 연계되는 점을 거론하게 된다. 이는 밀가루나 쌀가루 등을 이용해서 음식을 만드는 것을 일컫는데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타코야끼, 오코노미야키, 가락국수 등이 있다. 에도시대부터 발달한 문화인데 오사카는 상업도시로서 더더욱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밤낮으로 일을 하는 상인들에게 식사 외에 배가 든든하고 따뜻해지는 간식들이 코나몬에 따라 나왔다.


  타코야끼는 저렴하고 간편한 조리방법으로 일본인들에게 사랑받는 요리이다. 동그란 모양의 구멍이 여러 개 파인 철판에 반죽을 넣고 가장자리를 뾰족한 꼬챙이 등을 이용해서 정리하여 뒤집어준다. 그리 어렵지 않기에 일반 가정집에서도 직접 해서 먹기도 한다. 요즘에는 취향에 따라 내부에 넣는 재료들도 다양해졌다. 치즈, 옥수수, 비엔나소시지, 떡, 새우, 김치 등과 같은 많은 종류들이 활용되기도 한다. 타코야끼는 오사카를 대표하는 명물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와나카


  오사카의 첫 식사는 개별 룸으로 구성되어 있고 분위기도 괜찮은 가게를 찾아서 그곳으로 하려 하였다. 특히 런치메뉴로 일본전 골 덮밥이 상당한 가성비의 구성이라 여러 후기를 보니 추천을 한 것을 보았다. 공교롭게도 숙소와도 가깝다는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도 했다. 아무튼 허기짐과 추억의 한 페이지를 남기기 위해 식당으로 향하였다. 휴대폰에 구글맵을 켜서 찾아갔는데 골목사이에 있어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착오를 하였다.


 무사히 도착한 가게 앞에서 설렘을 충족시키려 하는 순간 불행스러운 소식이 육안으로 전해졌다. 꽤나 괜찮은 구성과 맛으로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매장이라 웨이팅 줄이 길었다. 대략 앞선 일행들이 10팀이 되어 보였다. 브레이크 타임이 3시인데 내가 현장에 도착하여 상황 파악을 한 시간은 1시 반이었다. 왠지 아슬아슬하게 기다림 끝에 들어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에 모험하기에는 여행이라는 상황에 주어진 시간의 가치는 컸다.



 결국 함께한 일행과 논의를 하였다. 일단 나는 10분 정도만 기다려보다가 어느 정도 고객 순환이 되는지 살펴보자라고 의견을 내었다. 하지만 지인은 현재의 웨이팅 줄에서 절대 브레이크타임 전 먹지 못할 거이니 다른 곳을 가자고 하였다. 나의  의사만 우기기에는 현실적인 것은 포기가 맡다는 것은 이미 인지하였다. 그리고 머릿속을 스치는 시간의 중요성을 떠올리며 체념하며 다른 곳을 가는 플랜 B를 짜보자 하였다.


 당시 나와 지인이 있는 위치는 오사카의 중심가의 한가운데인 도톤보리였다. 이곳에는 정말 다양한 식당들이 즐비하였고 선택지는 다양했다. 일단 거리를 거닐며 직관적으로 끌리는 곳이 있으면 가보는 일탈의 맛을 즐겨보자라는 의견을 지인이 제시하였다. 어찌 되었든 최초의 나의 계획은 어그러진 상황이었기에 주사위의 추를 건네주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북적이는 인파들에 호객하는 일본 현지인들의 음성이 들리면서 뭔가 여행의 생동감이 느껴졌다. 평소 같으면 즉흥적인 선택을 손사래 치는 나이지만 왠지 다른 체험을 하는 것에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거리를 지나가면 라멘집과 가락국수집을 몇 군데를 눈여겨보고 선택하려 했지만 역시나 웨이팅이 꽤나 길었다. 결국 몇 차례 허탕을 치다가 맴돌기만을 반복했다.


 아마 현재 우리 상황에서는 대기라는 조건이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차선으로 식사를 대행할 수 있는 차선을 떠올려보았다. 일단 편의점이 먼저 떠올랐다. 일본의 편의점은 꽤나 퀄리티 좋은 음식들이 있고 구경해 볼 만한 요소가 있었다. 구미가 당기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첫끼로는 아쉬웠다. 그리고 뒤에 따라온 방안으로는 내 눈앞에 보이는 매장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곳은 바로 오사카의 명물 간식인 타코야끼를 판매하고 있었다. 물론 식사로 턱없이 부실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편의점보다는 여행의 맛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곳 타코야끼 매장도 대기줄을 길게 늘어져있었다. 그렇지만 대부분 포장을 해서 가기에 빠르게 앞에 인원들이 줄어들어갔다. 지인에게 현실적으로 어딜 가든 우리는 가불기이다. 그럴 바에 그냥 이곳에서 아쉽지만 첫끼를 가볍게 하고 저녁을 거하게 먹자고 이야기하였다.


 몇 바퀴 허탕을 친 후라 그 또한 나의 의견을 수긍했다. 우리는 와나카라는 상호를 가진 타코야끼 매장 앞에 대기를 하였다. 일단 휴대폰을 통해 후기를 검색해 보았고 메뉴판을 참고하였다. 4가지 맛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오오이 리라는 세트가 눈길이 갔다. 그리고 명란마요를 긍정적으로 리뷰한 글들이 많아 추가 주문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점점 줄이 줄어들면서 직원들이 타코야끼 철판에서 나무 꼬치로 쉴 새 없이 반죽을 정리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뒤집는 장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멍하니 지켜보니 하나의 쇼같이 보여서 재미났었다. 이윽고 주문할 차례가 와서 포장을 어설픈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면 말을 하였다. 다행히 한 번에는 아니지만 뒤에 알아듣고 포장을 해주었다. 미처 아직 따끈 따근한 열기가 식지 않은 종이상자에서 맛있는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사실 최초 계획은 도톤보리 강 주변 벤치에 자리를 잡고 먹으려 하였으나 허기짐과 귀차니즘에 거리에 배치된 공간에 앉아서 개봉을 하기로 하였다.


 대부분 이런 생각들은 비슷한가 많은 이들이 포장한 타코야끼를 거리의 벤치에서 맛보고 있었다. 조심스레 비어있는 공간에 자리 잡고 포장을 오픈하여 한알 집어 먹어보았다. 너무 맛있었다. 허기짐과 계획이 깨져 초조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일단 국내에서 먹었던 타코야끼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반죽이 왠지 덜 익은 것 같다는 인상을 느꼈는데 처음에는 그 이질감에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점차 부드러움과 촉촉함이 입안에서 맴돌면서 꽤나 볼매 같은 매력으로 다가왔다.



  거기다 들어간 문어사이즈는 작지 않아 씹는 식감이 전달되었다. 특히 많은 추천을 한 명란마요는 짭쪼르함 맛이 자극적이었다. 맥주하고 궁합이 상당히 좋을 것 같이 보였다. 전반적으로 간은 국내에서 먹었던 타코야끼보다는 센 느낌이 들었다. 바삭한 반죽에 익숙했던 나에게는 본토의 원류가 보이는 매력도 좋게 느껴졌다. 적당한 크기의 한 알 한 알이 먹다 보니 간식이상으로 배를 채워주는 것 같았다.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가지고 오사카의 첫끼를 마무리하였다. 도톤보리를 벗어나 다음행선지를 향해 이동하였다. 뜻하지 않게 정해진 플랜 B였지만 꽤나 기대이상의 감정을 주었다. 이후에 일어날 또 다른 에피소드는 얼마나 즐거움을 줄지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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