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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Jun 23. 2024

오사카 여행 3부

여행의 목적

  모든 행위에 목적은 있기 마련이다. 나에게 이번 여행은 마음을 환기시키려는 의지가 강했다. 그동안 관계에서 얽매여 괴롭고 나를 자책하는 시간들이 많았다. 더불어 자의가 아닌 멈춤을 하였기에 미련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백수라는 타이틀에서  얻어진 공허한 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이 꽤나 많아졌다. 하지만 정작 선뜻 움직이지도 못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었다. 가끔은 훅 발걸음을 떼어보기는 하였으나 환기는 되지 못하였다.

 

  방황의 과정에서 이번 일본여행을 제안받고 심사숙고 속에서 선택한 결과물이었다. 이전의 아련한 좋은 추억들에  기대어 미련의 한 움큼 머금고 있는 칙칙함을 변화시키고자 하였다. 그래서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열심히 찾아보고 꼼꼼하게 계획을 하였다. 근데 살짝 현실에서 마주한 여행의 시작점에서 삐꺽거림이 발현되었다. 이 작은 균열이 또 변수가 되어 환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더불어 같이 한 일행 있기게도  괜히 미안한 감정도  들었었다.



 하지만 정작 동행한 이는 뚜렷한 여행의 목적이 있었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시행착오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다 생각하고 있었다. 지인의 여행의  의미를 가르치는 키워드는 선물이었다. 곧 다가오는 부모님의 생신에  명품을 사드려는 의도가 목적이 되었다. 특히나 요즘 같은 초엔저 현상에서  비용적으로 보는 득이 은 꽤나 컸다.


  그래서 그에게  첫끼가 부실한 타코야끼로 시작한 것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허기짐보다는 빨리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우리는 우메다역에 위치한 한신백화점으로 향하였다. 무려 90년이라는 시간을 관서지방의 대표적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신백화점 우메다점은 상당히 웅장한 크기가 압도적으로 느껴진다. 마치 뭔가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앨리스처럼 첫발을 내디뎌보았다.



 이제껏 한 번도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의 물건을 구매해 본 적이 없다. 사실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이기에 궁금한 호기심은 들었다. 일단 1층에 위치한 명품관들을 구경하였으나 지인이 원하는 상품이 있지 않아 다른 층으로 향하였다. L사의 명품샵으로 가려니 대기줄이 꽤나 길었다. 내국인 고객들도 많았지만 외국인들도 꽤나 다수 있었다. 약 10분 정도를 대기하고 차례가 되어 들어갔다.


 지인은 본인이 미리 봐왔던 상품을 이야기하였고 다행히 모델이 있어서 보여주었다. 일단 가격표에서 붙여진 0의 개수에 느껴지는 위압감이 대단했다. 더더욱이 놀라웠던 것은 가치의 납득이 된 건지 나와 같이 놀라는 모습을 보이는 이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지인은 두 가지 모델을  염두에 두고 왔고 고민 끝에 하나를 선택하였다. 시원하게 결제를 하는 모습에 왠지 모를 경외감이 들었다.



 매장을 나온 후 텍스 프리를 받기 위해 지하로 향했다. 이는 구매한 상품에 대해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이다. 쉽게 말해 세금을 면해주는데 그만큼을 돈으로 환급해 주는 것이다. 지하에 위치한 고객센터에서 많은 인원들이 텍스프리를 받고자 대기하였다. 구매한 영수증과 여권을 보여주었고 꽤나 많은 비용을 현금으로 받았다. 아무래도 비싼 가격의 명품이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지인의 얼굴은 한결 평온해 보였다. 목적의 달성을 한 승자의 표정이었다. 예상했던 비용보다 많은 금액이 세이브가 되었다고 하였다. 우리는 다시 여행의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발길을 돌려 나갔다. 지하에는 식품관이 포진되어 있었는데 정말 다양한 음식들이 많았고 가격대도 백화점이라 붙는 비싼 가격으로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다. 왠지 뭐라도 사 먹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가볍게 과일 찹쌀떡을 판매하는 코너에서 상품을 사갔다. 먹음직스러운 것을 한입 베어 물고 싶었지만 일단 숙소 체크인을 하러 가서 먹자고 지인과 나는 묵언의 시선으로 합의하였다.


 그래도 한번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서 그런지 익숙함이 들었다. 헤매지 않고 숙소로 돌아와 맡겨둔 캐리어를 찾고 키오스코를 통해 체크인 작업을 하였다. 코로나가 불러온 여파와 기술의 발전은 확연히 대면서비스를 줄이게 만든 것 같다. 한국어 번역이 되어 어렵지 않게 수속절차를 마무리하였다. 배정받은 카드를 받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긴 복도를 지나쳐 목적지인 호실에 앞에 도착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숙소의 모습은 기대이상이었다.



 사실 일본의 숙소들은 대체로 작은 구조이고 가성비를 고려하여 그리 클래스가 높은 등급의 객실을 예약하지는 않았다. 홈페이지에 사진과 리뷰 속 사진을 보고 미리 확인은 하였지만 차이가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었다. 근데 사진과 거의 유사했으니 상당히 깔끔한 느낌이었다. 짐을 풀고 푹신한 컨디션인  침대 위에 퐁당하고 다이빙을 하였다. 그래도 나름  평소 체력관리를 해서 많은 도보를 하였음에도 피로감이 덜한 것 같았는데 눈가가 스멀스멀 잠겨졌다.


 지인과 나는 서로 1시간만 쉬었다가 나가자 합의를 하였다. 우선 백화점에 사 온 찹쌀떡은 먼저 맛보어보자라고 하였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외피를 벗기고 한입 베어 물었다. 쫀득하니 씹히는 식감에 안에 들어가 있는 과일과 앙금이 상큼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맛있는데 이거 아 더 살 거를 그냥 맛보기로 하나씩만 산거를 후회를 하였다. 말없이 오물오물 찹쌀떡을 음미한 뒤 우리는 고요하게 잠시 충전으이 시간을 가졌다. 이제는 나의 여행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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