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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Jun 30. 2024

오사카 여행 4부

밤의 유희를 즐기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시간의 흐름을 확연히 드러냈다. 그간 보슬보슬 내린 비로 인해 적셔진 땅에 발을 떼어보았다. 약간의 비비린내가 콧가에 스멀스멀 느껴진다. 사실 여행이 아니었다면 거슬리면서 불쾌하였겠지만 써져 버린 색안경은 낭만의 순간으로 포장된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이들의 발걸음이 그리 무겁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은 변수가 없었고 일정을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음에 괜히 신나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한몫을 한 거 같다.


  숙소를 나와 지하철 역사를 들어와 소곤소곤 들리는 퇴근길의 현지인들의 언어를 BGM으로 청취하며 걸어갔다. 그리 많은 정거장을 지나치지 지는 않았다. 사실 홀로 여행을 왔다면 걷는 것을 좋아라 하는 뚜벅이는 교통수단을 아마 도보로 할 정도의 거리였다. 같이한 다는 것은 어찌 보면 배려와 양보와 협의가 필요가 하기에 내 취향은 일부 포기하였다. 아무튼 10분 정도를 지나치고 나서 내려 차근차근 목적지로 향해갔다.


 오사카의 첫 저녁의 야경은 이곳으로 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신세카이라 불리는 이곳은 의미를 직역하자면 신세계이다. 한때는 오사카 내 최고의 유흥가였지만 현재는 세월의 흔적에 도태되어 아련한 흔적만 남겨진 곳이다. 신세카이는 1903년  덴노지 동물원이 생기면서 이와 연계되어 발전된 지역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래된 오락실 및 예스러운 사격장이나 놀거리들이 아직도 눈에 보인다.



 내가 여행의 첫 밤을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확실했다. 이곳이  미처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복고스러운 흔적이 여행자들에게 그리 촌스럽게 비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흥미롭게 적용된 공간의 흔적이 보존되고 있음에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 역사를 나와 마주하는 신세카이라는 표지판을 마주하였다. 왠지 미지의 세계의 한발 담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츠텐카쿠


 신세카이에는 이곳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같은 구조물이 하나 있다. 지금 내 앞에 우뚝 솟은 탑의 형태로  보이는 것이 바로 그 존재이다. 츠텐카쿠라 불리며 의미를 직역하면 하늘을 통과하는 집이다. 1912년 만들어졌고 당시 높이 64m로 동양에서 가장 높은 탑이었다고 한다. 츠텐카쿠의 외관은 마치 파리에 있는 에펠탑과 유사하게 보인다. 만들 당시 에펠탑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모방을 하였다고 한다. 특이점으로 건립 다시 일본 최초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구조물이었다.


 이 구조물은 안타깝게도 1943년 화재로 인해 소실되어 다음 해에 해체되었다. 하지만  지역 유지들의 기부를 통해 1956년 다시 만들어졌고 현재 우리에게 알려진 츠텐카쿠의 형태도 이에 해당된다. 재건축 과정 중에 흥미로운 일화가 하나 있다. 츠텐카쿠의 위쪽에는 히타치라는 브랜드가 글자가 붙어져 있다. 이는 재건 당시 시공사에 건설비 변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그 방안으로 네온광고를 통해 충당하자는 의견이 나옴에서 시발되었다. 당시 대기업들인 산요전기, 마츠시타전기산업, 구리코, 아사히맥주 등에 의뢰하였으나 대차게 거절당했다.



 이후 히타치 제작작소라는 기업에 의뢰를 하였다. 당시 이 회사는 흑백텔레비전 제1호기를 발매하며  가전사업에 본격적인 진출을 노리고 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한 간사이지방에서  히타치 이름을 알릴 방법을 고심하던 중 이와 같은 이야기가 나오니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결굴 서로의 필요에 의해 현재의 히타치 글자가 탑에 상단에 걸리게 된 것이다.


  츠텐카쿠는 총 5층으로 2층, 3층에는 매점과 근육맥 박물관, 전시실, 4층과 5층에는 전망대가 있다.  꼭대기인 5층에서는  시내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날이 좋으면 바다까지 보이기도 하며 정말 멋진 오사카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공간이다. 더불어 이곳 츠텐카쿠는 밤이 되면 비치는 정상 부근의 네온사인도 멋진 포인트 중 하나이다. 이 형형색색 불빛은 목적은 사실 날씨를 알려주는 기상대 역할이라고  한다. 흰색은 맑음, 오렌지색은 흐림, 푸른색은 비, 분홍색은 눈을 의미한다.  


 5층 전망대에는 황금으로 장식한 행복의 신 ‘빌리켄’의 석상이 있다. 미신으로 사람들에게 발바닥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한다는 전설이 후문이 전해진다. 이 때문에 많은 인파들이 방문하여 행하는 행위로 인해 석상 발바닥이 반들반들 닳아 있다. 더불어 이 공간에는 빌리켄 석상과 함께 복을 빌어주는 8 복신 석상이 있으며, 소원을 적어 넣는 장소도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연인과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한다.


쿠시카츠  


 오사카의 중심지인 도톤보리와 신시비아시의 세련됨 이미지와는 상반되게 복고스러운 분위기가 묘하게 끌림을 주며 흥미롭다. 물론 내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처음은 아니었다. 예전 일본 여행을 하는 동안 몇 차례 와본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이 공간이 풍기는 색채감은 내게는 매번 호감을 주는 것 같다. 지인과 함께 들어선 공간에서 우리는 거리의 야경에 취해 고개를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화려한 간판과 복작 복작한 먹자골목의 전경은 재미났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거리였다. 그리고 지금은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옛 오락실의 공간들도 눈에 들어온다. 슈퍼 마리오와 같은 고전게임들이 사운드를 내며 기계 화면에 비치는 것을 보고 추억에 잠깐 취해본다. 어릴 적 심부름하고 한 푼 두 푼 궁 쳐놓았던 쌈짓돈으로 가서 즐겼었는데 하며 미소가 흐뭇 지어진다.


 추억이 상기시켜 주는 매력에 취해 다시 여행의 유희가 돌았다. 그리고 따가운 허기짐은 본능적으로 먹스러운 음식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금껏 오사카에 와서 맛본 것이라면 타코야끼와 과일 찹쌀떡뿐이었다. 턱없이 부족하였기에 저녁은 거나하게 1차 2차를 나눠서 먹어보자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오사카를 대표하며 특히 신세카이의 명물 중 하나인 메뉴를 선택하였다.


 쿠시카츠는 타코야끼와 더불어 오사카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이다. 꼬치에 여러 재료를 꽂아 놓고 튀기는 형태의 요리이다. 시초는 1929년 한 이자까야의 주인이 육체노동자들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하고자 꼬치에 고기와 야채 등을 꽂아 튀김옷을 두껍게 묻힌 후 튀겨내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당시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주변에서 이 메뉴가 추가되고 확장되었다. 현재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 이자까야에서 까지 이 쿠시카츠를  맛볼 수 있다.


 유사 음식으로 일본의 튀김 요리인 튀김과 비교된다. 차이점이라면 반죽에서 있다고 한다. 튀김은  계란과 밀가루를 이용해 거의 물에 가까운 농도로 만든 튀김반죽을 얇게 입혀 기름에 고온으로 튀겨 만드는 형태이다. 그리고 쿠시카츠는 계란물, 빵가루를 입혀 돈가스와 같은 방식으로 튀기었다. 두 튀김요리가 각각의 차이점은 있지만 상당히 일본인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라는 점은 같았다.



 오늘 쿠시카츠를 먹게 될 매장은 대표적인 체인점 중 하나이다. 오사카를 방문하면 엑스자로 쿠시카츠를 들고 있는 험상궂은 아저씨의 간판을 한 번 점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쿠시카츠 다루마라는 이름의 가게로 이번에 방문할 매장은 그중에서도 1929년 이 음식이 시작된 다루마 본점이다. 100년이 다 돼가는 가게의 외관은 왠지 세월의 흔적을 양껏 담아내며 그 멋스러운 음을 들어냈다.


 넓지 않은 공간의 내부에는 바테이블로 대략 10명이 들어오면 만석이 될 정도의 크기였다. 현재는 4대 사장님이 운영 중인데 이분이 매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매장 확장이 늘어났다고 한다. 좁은 공간에서 행동도 제약되고 옆 손님들과 붙어있어야 하지만 이 감성이 여행이라는 단어와 마주하면서 내는 시너지가 꽤나 좋았다.  테이블 앞에 재료들이 신선하게 배치되어 있는데 육안으로 확인하며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워낙 한국인들의 방문이 많다 보니 직원들이 간단한 한국어와 메뉴판이 구비가 되어있었다. 지인과 나는 구석 한자리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원래는 웨이팅이 기본 10~15분 걸리는데 운 좋게 때를 잘 타서 그런지 프리패스를 들어갔다. 앉아서 메뉴를 고르고 있으니 밖에서 기다리는 관광객 및 현지인들이 몇 명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다양한 재료들이 있어 선택장애가 유발되었다. 호기롭게 지인을 끌고 왔지만 이러한 고민을 하는 내가 부끄러워웠다. 그래서 평소와 달리 괜히 텐센을 높여 주문을 하였다.



  우리는 닭고기, 아스파라거스, 고구마, 연근, 감자, 가지 그리고 도테야끼를 빌지에 체크하여 전달였다. 쿠시카츠는 앞서 말했듯 국내에 이자까야 가게들에서 접할 수 있는 메뉴들이지만 도테야끼는 생소한 음식이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도전 의식과 생소한 것에 대한 호기심이 중첩되어 시켜보았다. 이 요리는 소의 힘줄 통칭 스지라 불리는 부위를 미소된장에 베이스의 국물로 조린 형태이다. 곤약와 양파도 함께 들어가 있기도 한다.



 그리고 이 황홀한 밤의 순간의 유희를 돋우기 위해 생맥주도 주문하였다. 우리나라의 지역마다 소비되는 소주종류가 다르듯 이곳 오사카는 아사히 맥주가 기원이 된 곳이라 자연스레 선택에 있어 우선시 되었다. 주문과 동시에 튀겨내는 조리의 과정을 직원들을 바라보며 설렘이 들었다. 짧은 관람의 시간의 찰나가 지나간 후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온기가 가득한 꼬치를 조심스레 간장소스와 시치미를 뿌리고 한 입베어 물었다.



 따뜻하게 혀를 자극 시 켜며 외피가 벗겨진 속살은 부드럽게 여운을 준다. 맛있다는 탄사를 동시에 하면서 눈을 맞춘 지인과 나는 함께 나온 맥주잔을 잡으며 짬을 하였다. 경쾌하게 목구멍을 넘어가는 청량한 소리에 캬 ~하라는 음성이 나왔다. 집중의 시간을 가지면서 오물오물 쿠시카츠를 음미한다고 우리의 대화는  잠시 멈춰졌다. 개인적으로 여러 종류 중 가지가 제일 맛있었다.



 아삭한 튀김가루 사이로 촉촉한 적당한 식감이 매력적이었어요. 지인은 고구마가 가장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쿠시카츠도 좋았지만 맥주가 왜 이리 꿀맛인지 끝없이 들어가더라고요. 주문한 음식들이 조금씩 사라질 때쯤 도테야끼가 나왔다. 잘게 썰린 파가 위에 수북이 쌓여있고 사이사이 보이는 곤약이 방긋하고 웃는 듯 튀어나와 있었다. 조심스레 젓가락을 잡아 한입 먹어보았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음 나쁘지 않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국물을 먹어보았는데 마치 장조림 국물 같았다. 요거 왠지 소주랑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과 사케를 주문할까라는 생각을 하였으나 뒤이은 2차를 위해 맥주로 위안을 했다. 나와 지인은 서로 마음에 들었던 쿠시카츠를 추가 주문하였고 맛보고 싶었던 새우도 함께 시켰다. 음식이 나오고 전달해 주는 직원에게 맛의 감탄의 인사로 어설픈 일본어로 표현하였다. 그런 내가 재미있게 보였는지 서비스로 쿠시카츠 2개를 내주었다. 취기와 함께 오른 텐센에 흥이 오른다. 오사카의 밤을 그렇게 만끽해 본다. 이 아름다운 순간이 조금은 더디게 가기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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