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이 욕심이 되고 아쉬움으로 표출되었다.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가끔 이를 거론해야 하는 순간이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상대적으로 좋은 것들보다 나쁜 점들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뭔가 치부를 내가 드러내는 기분이 들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하고자 한다. 하지만 현사회는 단점을 찾아 알려주는 것에 주저 없는 풍토이다. 쓴소리가 주는 효과에 집중한다.
사실 좋은 것들만 듣다 보면 앞으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수정해야 할 포인트와 타이밍을 파악한다는 것은 분명하게 큰 도움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낯설어 선뜻 나는 입을 떼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다. 마음을 다지며 굳은 의지로 머릿속으로 뱉어낼 것들을 되뇌어본다. 정리는 끝이 났다. 그리고 인제 나의 입은 조금은 날카롭게 쏘아붙여 보려 움직인다.
의뢰를 받고 사람을 살인을 하는 이들이 있다. 청부받은 타깃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방식은 색다르다. 마치 우연한 사고를 당한 것과 같이 꾸며낸다. 그러한 조건을 한 치의 오차도 없게 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사전조사한다. 마치 죽음의 설계자 같이 보인다. 이들의 집단의 리더는 영일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의뢰받은 타깃에 대해 관찰하고 분석하여 누가보아도 의도가 느껴지지 않는 사고로 위장을 시키는 계획을 짜는 인물이다. 영일과 함께 움직이는 팀원은 그를 제외하고 3명이 더 있다.
먼저 가장 연장자이자 노련한 베테랑인 재키라는 인물이 있다. 그녀는 영일과의 함께한 시간이 제일 오래된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이다. 베트남전에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곳에서 마약에 손을 대고 중독되었지만 영일의 도움으로 현재는 끊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월천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변신의 귀재이고 성정체성에 있어 동성에 끌림에 성전환 수술 비용을 모으고자 이 일을 한다. 영일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멤버로 점만이라는 막내가 있다. 이들 무리에서 가장 뒤늦게 합류한 이고 돈 때문에 일을 하지만 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죽음에 겁을 먹고 있는 소심한 인물이다.
이렇게 총 4명이 의뢰를 받고 각자의 포지션에서 치밀하게 죽음을 사고로 위장 설계한다. 이들에게 새로운 일이 들어오게 되는데 꺼림칙하다. 설계 대상은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주성직이라는 의원이다. 유명인사이기에 더 치밀하게 완벽해야 한다. 그러기에 영일과 나머지 멤버들은 주저하는 감정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슬리는 것은 의뢰의 당사자가 바로 주성직의원의 딸인 주영선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청문 과정에서 비자금 관리를 하는 인물로 언론에 표적이 된다. 거슬러 올라가면 그 돈은 주영선의 어머니가 연관된 것으로 수사까지 진행되려는 순간에 사고사를 당했다. 이후 그 자금이 자신에게 있다고 미디어의 무분별한 보도에 곧 검찰 출두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 아버지 주성직의원이 법무부장관을 포기하고 잠잠해질 건데 하지만 전혀 그러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아버지가 죽어야 이 굴레가 끊어지지 않겠나 싶어 영일에게 의뢰를 한 것이다. 찜찜함은 들지만 의뢰를 받아들였고 멤버들과 논의 끝에 감전사로 죽음을 위장하기 위한 설계를 준비한다. 조건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디데이가 찾아왔다. 그리고 유기적으로 멤버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역할을 하여 타깃의 죽음 직전까지 왔다. 하지만 이 순간 갑자기 재키가 사라지고 그로 인해 계획은 틈이 생기고 꼬인다. 하지만 어떻게 의도했던 감정사는 완성하였다.
재키를 찾으려고 이곳저곳 뛰어다는데 그녀의 실루엣을 발견한다. 그렇게 발견한 버스정류장에서 영일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할뻔한다. 자신을 덮쳐오는 버스에 치여 죽을 뻔하지만 점만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다. 하지만 점만은 이로 인해 사망한다. 영일은 문득 이 상황이 마치 자기들이 죽음을 사고로 설계하는 과정과 유사한 것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청소부라는 집단이 떠올리게 된다. 자신과 같은 설계자들을 처리하는 대형기업이자 그 존재를 알 수 없는 집단이었다. 이미 영일은 과거 동료를 청소부에게 잃게 된 적이 있다.
그렇게 멤버들은 죽음과 실종으로 깨지게 되고 그는 상황에 대한 의심을 품고 거슬러 올라가 본다. 의뢰를 한 주선영에 대해 관찰을 하면서 뭔가 석연치 않은 것들이 보인다. 그리고 점점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청소부들의 꼬리가 보인다. 집요하게 쫓아가 잡으려 하지만 의심과 실체가 없는 집단의 존재들에 두려움의 영일은 서서히
고립되고 만다. 그 과정에 자신을 주변도 믿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서서히 자신을 파멸의 길로 몰아붙이게 된다.
영화에 대해서 나는 후하게 보는 편이다. 적어도 나를 만족시킬 매력포인트가 3~4개만 있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관람을 한다. 그렇지만 가끔은 그 기준을 미달하는 경우의 영화들을 마주하는 경우가 있다. 머쓱한 감정이 생겨난다. 어쩔 수 없이 치부를 드러내서 까내려가는 것이 민망하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는 것이 맞는 건지 상당히 고민을 하였다. 결국 내려진 판단은 그냥 더 깊게 들어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내가 느낀 감정만 서술해보자 한다.
일단 이 영화에 보기 전 나를 강렬하게 끌렸던 점은 분명히 있었다. 살인을 사고로 만들기 위해 설계를 한다는 점에서 구미가 당겼다. 그리고 극 초반부에는 살짝 기대를 충족하는 부분을 보여준다. 첫 번째 의뢰가 끝이 나고 메인이 되는 다음 사건이 펼쳐지는 과정의 연결점까지는 아쉬움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음 장면이 어떨지 궁금해지며 긴장감과 몰입감을 준다.
하지만 청소부라는 집단의 존재가 거론되면서 이야기는 너무 산만해진다. 쓰임새가 명확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그냥 나열되며 어지럽다. 이야기를 꼬아서 반전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는 분명히 알겠다. 그럼에도 영화가 소비시키는 캐릭터들은 전혀 그 역할을 하지 못할뿐더러 방해한다. 최종 목적지 앞에 다다르서는 정리하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마무리된다.
그중 몇몇은 아쉬움이 드는 배우들이 있다. 어그로 유튜버인 하우저로 나온 이동희와 영일의 이전 동료이자 청소부 존재들에게 죽음을 설계당한 짝눈이인 이종석이 그들 중 하나이다. 주인공 존재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이야기에서 한축을 만들게 할 캐릭터로 활용할 것으로 보였다. 서사의 전개가 진행되면서 영화는 갑자기 그들의 존재를 놓아버린다. 그리고 또 다른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반전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 보인다. 식스센스나 유주얼서스펙트 같은 결말을 바랐으나 스크린을 보는 관객은 현혹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강동원이라는 배우를 참 좋아하는데 그의 필모의 아쉬운 작품이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늑대의 유혹과 같은 초창기작품부터 나는 그를 좋게 보았다. 비록 연기는 설익고 아쉬운 부분은 말했지만 그것을 상쇄시킬 이미지는 매력적이었다. 이명세감독의 형사나 M 등은 그러한 부분을 잘 보여준 작품들 중 하나이다. 이후 연기도 본인과 맞는 의형제, 검은 사제, 전우치, 1987과 같은 영화들을 만나면서 좋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를 이미지만으로 소비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어디선가 비슷한 느낌의 작품들을 여기저기 가지고 온 것 같다. 특히 영일이 의심의 대상을 감시하는 모습은 감시자들의 정우성을 보는 느낌이었다. 영화 속 사용되는 음악들은 터넷에서 들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원작으로 2009년 개봉한 엑시던트라는 홍콩영화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하지만 원작의 쫀쫀한 긴장감과 심리적인 부분을 전혀 살리지 못한다. 엑시던트는 대사를 포기하고 빠른 전개등을 하며 군더더기 없이 관객에게 몰입시키는 강점을 드러낸다. 하지만 오히려 설계자들은 쓸데없는 대사가 너무 많다. 그리고 일부배우들의 대사는 뭉개져서 뭐라고 하는지 전달되지 않는다.
확실히 좋은 요소들이 많은 영화였다. 기존 뼈대가 꽤나 딴딴한 원작과 흥미로운 소재 그리고 괜찮은 배우진들을 갖추었다. 하지만 영화는 장점인 포인트를 살리기보다는 오히려 낭비한다. 의욕은 욕심이 되었고 아쉬움으로 관객들에게 전이되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머릿속에 기억이 나는 것은 아름답게 담긴 정은채 배우의 미모가 다였던 거 같다. 그래도 의미 있는 부분은 비교를 위해 원작을 찾아보게 되었고 만족스러웠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독전으로 알려진 영화의 원작인 마약전쟁을 찍은 두기봉이 제작을 한 작품이다. 꽤나 재미난 영화이기에 보기를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