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라는 사건이 주는 힘
하이재킹을 보면서 내가 뽑고 싶은 키워드는 실화라는 단어이다. 영화는 실제로는 없는 사건을 연출자와 제작진의 상상력으로 재창조해 내는 픽션을 기반으로 한다. 마치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이야기이지만 정작 그것은 가상의 세계이다. 그래서 영화의 매력을 더 살리기 위해서는 사실적인 것들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관객들로 하여금 더 몰입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영화는 픽션이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각색하여 이야기를 풀기도 한다.
하이재킹은 이러한 범주에서 포함되는 영화들 중 하나이다. 실제로 일어난 두 가지 사건을 이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연속되어 일어난 대한항공 YS-11 납북사건과 대한항공 F27납북 미수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엄밀히 파서보게되면 이것은 별개의 에피소드이다. 그런데 하이재킹은 이 두 가지의 다른 줄기를 태인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묶어버린다. 그래서 한층 더 이야기의 서사를 풍부하게 만들면서 서사를 부여한다.
태인이라는 캐릭터가 먼저 일어난 대한항공 YS-11 납북사건에서 내부당사자는 아니지만 분명히 선택에 있어 주요한 인물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뒤이어 일어난 대한항공 F27납북 미수사건에서는 내부당사자가 된다. 그 속에서 이 캐릭터가 그동안 선택했던 가치의 부분이 명확하게 보이면서 공감을 이끌어낸다. 더불어 용대라 캐릭터도 실제 사건인 김상태라는 인물을 알려진 바 없는 부분을 더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용대의 서사가 미화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것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영화는 상당히 단조로울 수밖에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이재킹은 어찌 보면 태인과 용대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과거들이 현재에 영향을 주는 부분들이 많다. 그 속에서 이어진 충돌 속에 많은 생각들이 들며 우리는 각자의 캐릭터가 몰입하게 된다. 나라면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 라는 생각을 고민해 본다.
실제의 사건의 각색을 통해 보인 이야기들도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 이 보정에서 맞춘 핀트가 꽤나 재미난 거리였다. 비행기 안에서 일어난 재난 상황에서 각양각색의 직업의 모습들이 있음에도 정작 그것이 영향이 되지는 않는다. 부자도 인텔리전트의 지식인도 막상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똑같은 하나의 인간이었다. 사건이 터지기 전인 순간에는 당당하게 보이는 모습들이 일순간 무너져 내리는 것은 비루해 보인다.
변호사인 아들이 청각장애 어머니를 한없이 부끄러워하지만 일련이 사건이 터지자 가장 의지하는 것은 그녀의 어머니였다. 그리고 한결같이 변함없이 아들을 감싸는 모습에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여러 군상들 중 변치 않는 것은 가장 약자로 취급받았던 어머니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용대라는 캐릭터를 감정적으로 진정시키는 딸을 위해 닭을 안고 탑승했던 할머니의 존재도 꽤나 흥미로웠다.
코로나라는 한 세대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크나큰 사건 앞에서 여러 부분들이 무너지고 바뀔 수밖에 없었다. 영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장의 이동은 극장이 아닌 OTT로 향하게 되었다. 새로운 과도기에 이르는 점에서 예건만 한 성과를 얻어 낼 수 없음에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다. 주류에서 밀려난 영화의 흐름은 아쉽다. 수익적으로 메리트를 잃고 나서는 관객의 구미를 사로잡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이재킹은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실제 했던 사건을 통해서 매력적인 이야기를 각색하여 보여 주었다. 상당히 전략적인 작품이라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