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가끔 예기치 못한 순간에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준다.
인생은 가끔 예기치 못한 순간에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준다. 내게도 그날은 무언가 계시를 받은 하루였었던 같다. 나의 한시적인 일터로 가는 길은 번거로움이 존재하였다. 일단 먼저 집 앞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한 번의 탑승을 하고 약 20분 정도를 가서 하차하여 다른 버스를 타고 환승하여 목적지에 도착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그냥 버스 안에서 멍하니 생각정리를 하는 것이 꽤나 시간을 빨리 흘려보냈었다. 다만 딱 한 가지의 아쉬운 점은 환승구간에 붕떠버린 텀이어 었다. 마냥 정류장에 앉아있기도 주변 어딘가에서 시간을 죽이기도 애매하였다. 그래서 우물쭈물하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버스를 맞이하였다.
아침밥을 먹고 나와 일을 하러 가는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운 느낌이었다. 특별하게 좋을 거리들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뭔가 여느 날과 다르게 하루의 출발이 반가웠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곧 버스가 오는 것을 확인하고 주머니 속 이어폰을 꺼내 핸드폰에 연결하여 음악을 재생한다. 차트에 있던 음악을 그대로 재생하였는데 남자 아이돌의 음악이 나왔다. 경쾌하고 신나는 템포에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면서 소심하게 리듬을 탔다. 정류장에 나밖에 없었기에 그것이 가능하였다.
버스에 타서 비어진 자리에 앉아 차창을 바라보았다. 스쳐가는 풍경들이 유난히도 아름답게 보였다. 체감상 빠르게 환승할 장소에 도착하였다. 약 10분 후 도착이라는 예상시간을. 보고 살짝 좋았던 리듬이 깨진 것 같다. 애매함 나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결국 내 선택은 인근 편의점으로 들어가 커피음료를 구매하였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이 쓰디쓴 물을 왜 먹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인제 내게는 물 같은 존재였다. 그냥 하루에 마시고 시작하여야 하는 루틴이 되어버렸다.
타이밍을 준수하게 맞춰서 버스가 딱 도착한 느낌이 들었다. 환승 입니라는 카드의 소리를 듣고 앉을자리를 두리번 찾아보았고 한쪽 모퉁이의 털썩 앉았다. 고요하게 달리는 차량에서 눈을 살포시 감고 선잠에 빠져들었다. 신기하게도 알람을 맞춘 것은 아니지만 목적지 인근에 다다라서는 눈이 번쩍 떠졌다. 하차벨을 누르고 내리니 생각보다 여유롭게 도착한 느낌이라 천천히 걸어갔다. 작업복장으로 환복을 하고 나의 고용주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시작된 일과는 크게 문제없이 마무리되었고 어찌 보면 깔끔하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실수도 놓치는 점도 없이 완벽했다.
직장인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 찾아왔다. 바로 퇴근길이었다. 인제는 적응을 꽤나 해서 그리 몸의 지침도 피로감도 크지 않았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환복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 고용주인 나에게 이 일자리를 소개해준 어머님이 손짓을 하며 불러 세웠다. 뭔가 잘못된 것이 있나 살짝 걱정을 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는데 두 손에 딸기 한 박스를 얹어주었다. 명색이 딸기 농장에서 일하는데 집에 들고 가서 생색을 내라고 한 것이다. 일자리를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이런 호의가 너무 감동이었다. 근데 순간 들고 돌아가는 길이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이 좋음과 귀찮음이 오락가락하였지만 웃는 표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발길을 떼었다.
아귀가 잘 맞는 날인지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찰나로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도착하였다. 자리에 앉아 무릎 위에 상자를 얹고 냄새를 맡아본다. 먹음직스러운 향기와 비주얼에 어서 맛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무언가의 집중을 하게 된다면 시간은 상대성을 띄게 된다. 빠르게 흘러가는 버스 안은 어느새 1차 목적지에 다 달았다. 정류장에 하차 후 예상 도착시간을 확인하였다. 평소보다 텀이 꽤나 길게 느껴졌다. 약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하기에 일단 나의 선택은 이동이었다.
여러 장소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백화점도 카페도 있었지만 나의 답안지에는 포함도 되지 못했다. 발걸음이 이끈 곳은 인근에 위치한 중고서점이었다. 책을 좋아하여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리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한적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오랜만에 종이 냄새를 맡으니 뭔가 의욕적으로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을 하나 둘 꺼내보았다. 표지와 목차를 보며 취향에 맞는 것들을 집어보았다. 그리고 몇 권을 손에 들고 휴게공간으로 가서 앉았다.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마음이 끌리는 것들이 있어 카운터에 계산을 하러 갔다. 적당히 흘려보낸 시간이기도 하였고 딸기 박스를 들고 있는 것이 너무 시선을 끄는 것 같아 자리를 떴다.
직원의 회원 유무의 확인에 응답하고 계산을 마무리하고 퇴장을 하려 문을 열었다. 주변에 대한 주의력이 크지 않은 나이지만 이상하게 한 곳에 시선이 꽂혔다. 하얀 종이에 '사람 구함'이라는 네 글자가 발길을 멈추었다. 쭈뼛 쭈뼛 고민을 하다가 용기를 내어 카운터에 가서 직원에게 문의를 하였다. 저 구인광고 아직까지 유효한 것이냐 말을 꺼내 보았다. 약간의 커진 동공으로 나를 스캔하는 직원은 약간의 미소를 지으면서 잠시 기다려 주시라 안내를 하였다. 그리고 동료 직원을 호출 후 나에게 사무실로 가서 잠시 이야기가 가능하냐고 물어보았다.
적극적인 모습에 살짝은 부담스러움이 느껴졌다. 머릿속에 괜히 물어보았나라 생각하면서 직원을 따라 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크지 않은 공간이었고 컴퓨터와 복합기등 사무용품들이 비치되어 있었고 큰 테이블 하나가 있었다. 나에게 착석을 권하였고 의도치 않게 불편함의 산물이 된 딸기 박스를 한편에 놓았다. 작은 체구의 여성이었고 나이대를 육안으로 추정하기에는 비슷한 동년배나 어리게 보이는 느낌이었다. 웃으면서 나에게 먼저 꺼낸 말은 예상 밖이었다.
" 혹시 , 내일부터 출근할 수 있나요? "
그리 많은 경험은 아니지만 알바를 해 본 적이 있었다. 근데 이런 직설적인 면접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런 대화까지를 생각지도 않은 나로서는 당황스러움이 들었다.
" 네 내일부터요? 아 네 가능할 것 같아요."
의외의 압박 마킹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입안에서 가능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직원분은 출근에 대한 부분과 시급 기타 등등 부수적인 것들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뭔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속도감에 리드당하면서 어느새 나는 채용이 되어버렸다. 충분히 말이 전달되고 나서 손을 내밀면서 악수를 청했고 잘 부탁한 다를 인사를 드리면서 사무실을 나서려 했다. 딸기박스 폼에 꼭 들고 가는데 모습이 우스꽝스러보였는지 웃음을 지으면서 딸기를 좋아하시나 보다 말을 걸었다.
상황을 설명하자니 그도 웃긴 모습이고 네라는 말과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서점을 나와 시간을 확인하니 타기로 예정했던 버스는 이미 지차 쳐갔고 또 10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다 시들어가기는 애매하기도 했고 그냥 정류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에서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정리하여 보았다. 딸기박스를 선물 받았고 서점에 직원으로 채용되었다. 의도치 않은 순간들의 연속하여 일어나면서 파생된 결과물이 내게는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이끌었다. 긴 하루였지만 그 끝은 웃음이 지어지는 것들이 차져있었다. 어서 집으로 가서 딸기의 단맛을 곱씹어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