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요지경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가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요즘 내가 배우고 믿었던 정의는 무너졌고,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닌 밤중에 한 나라의 정상이 납치되었고 타국에서 재판을 당한다. 그리고 동맹이라 불리던 나라가 갑자기 친우국의 땅을 자기가 더 필요하다며 달라고 우기며 떼를 쓴다.
더불어 한발 더 나아가 ‘국가’라는 개념 자체를 뒤흔드는 사건까지 일어난다. 자국민에게 총을 겨누고, 그 인과를 테러라는 말로 포장한다.
나의 정의를 무너뜨린 현실, 그 파괴의 주범은 바로 미국이다. 어린 시절 내 기억 속에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은 미국을 떠올릴 때마다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수식어였다. 이민자들의 나라, 꿈과 기회의 나라, 세계의 기준과 표준을 세우던 나라. 그 이름 앞에 나는 한때 존경과 동경을 품었다.
하지만 어느 날, 탐욕스러운 권력자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에게 붙은 거대한 그림자처럼, 미국이라는 이름표 위에는 진실을 가리려는 기만의 스티커가 하나둘씩 붙기 시작했다. 자유의 얼굴을 한 강압, 정의의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 평화를 운운하면서도 스스로 전쟁을 선택하는 모순.
도덕이라는 말은 욕심 많은 사람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오직 이익이고, 돈이다. 혹부리 영감의 혹 속에도 돈만이 들어 있다. 사람, 관계, 신념 따위는 그저 장사에 방해되는 장애물일 뿐이다.
오랜 역사 속 투쟁의 결실이었던 자유와 평등, 그리고 평화는 지금,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있다. 수많은 이들이 피로 지켜낸 가치들이 이제는 한순간에 사라질 만큼 가벼워졌다.
법은 그 사람에게 귀찮은 족쇄일 뿐이다. 자신을 재단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양심뿐이라고 말한다. 그 말이 얼마나 황당한지 그는 모른다. 참으로 불행하게도, 우리는 지금 기울어진 시소 위에 앉은 권력자를 끌어내릴 방법이 없다.힘은 균형을 잃었고, 횡포는 습관처럼 반복되고 있다.
그 폭력은 더 큰 패악을 불러오고, 그 결과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상처로 돌아올 것이다. 무너지는 현실을 지켜만 봐야 하는 처지, 그 초라한 입장에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정작 나를 더 주저앉히는 건, 이 극단을 향한 사람들의 지지다.
물론 세상을 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우리는 그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배웠고, 그렇게 믿어 왔다. 그러나 지금, 끝과 끝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정의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이미 듣지 않고, 보지 않으며, 오직 자신이 가진 분노만을 진실이라 믿는다.
사람들은 최소한의 선조차 무너뜨리며, 자기 합리화로 욕망을 포장한다. 탐욕은 더 이상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이익만 남는다면, 그 과정이 얼마나 비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악은 언제나 쉽게 다가온다. 말은 달콤하고, 얼굴은 친근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현혹된다. 하지만 그 악을 정화하는 일은 너무도 오랜 시간과 고통을 요구한다. 이런 현실 앞에서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랫말은 더 이상 유쾌한 풍자가 아니다.
그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부디, 그 말이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세상이 정말로, 그렇게까지 요지경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