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가 되어야 한다

by 김군

집이라는 것이 내게 의미 있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그것은 삶의 대부분에 단순 공간 이상의 개념을 가지지 못했다. 서른이 남짓될 무렵 사회 속에서 바래졌을 때가 돼서야 나는 집이라는 무게감을 마주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그 위압감에 압도당한 순간 나는 꿈꾸었다. 가지고 싶다 가지고 싶다. 하지만 내 열망의 크기와는 반비례하듯 집이라는 놈은 도망가기 시작하였다.


무채색에 시간에서는 색을 가지기 위해 아등바등 되었었는데 나의 색을 찾고 나니 그릴 도화지가 없어졌다. 10평이 조금 넘는 공간에 허용되는 나의 욕망의 허기짐은 십수만 원의 월세가 전제되어야 채워졌다.


재개발 환영이라는 현수막을 출근길에 마주쳤다. 묘한 서운함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뚜벅뚜벅 발걸음에 나의 욕망이 사라지고 잊히는 것이 느껴졌다. 가질 수 없는 꿈을 꾸며 려둔 현실의 커튼이 애잔하게 걷어진다. 머릿속으로 허무함에 비용을 재빠르게 두드린다. 남는 것이 없고 모자란다. 채우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귀를 더럽혔지만 턱없이 높은 계단이다. 랑이가 찢어질 것 같다.


다리가 저린다. 무릎을 부여잡고 어루만져도 느껴지는 슬픔이 사라지지 않는다. 고통과 쓸쓸함이 내게 속삭인다. 광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꿈을 버리기도 버려지기 싫다면 말이다. 나는 꿈에 취해버린 돈키호테가 되어야 한다.


꿈을 꾸는 것도 미친것이고 창문 밖 현실을 바라는 것도 미친 짓이다. 나는 저 광야의 풍차의 거인을 맞아 싸우려 한다. 쇠약하고 병약한 광인의 발걸음이 내는 처량함이 구슬프게 오늘 밤도 울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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