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려 한다

춘몽

by 김군

떠나려 한다. 부여잡고 있는 사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나는 하나 둘 준비를 한다.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버리고 가야 하는지를 정해야 한다. 시작되기 전 처음의 여백의 순간을 구현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나의 새하얀 첫 시작을 떠올려본다. 막막하고 설렜던 그 공백의 순간이 지금은 빈틈없이 차져있다. 목 밑까지 차올르는 갑갑함을 준다. 그리고 나는 여지없이 떠날 이유를 찾고 망각하려 한다.

새로운 곳 새로운 것으로 씻겨 버리려 나는 고개를 쉴 새 없이 돌린다. 하지만 삶의 굴레에서 나에게 주어진 한정된 선택지는 역시나 식상하다. 그냥 도피와 회피만이다.


찬바람에 느껴지는 후회와 미련들이 발목을 잡는다. 변하지 않을 거라고 순간의 눈가림이라고 속삭이는 두려움에 사시나무 같이 떨며 밤을 지새운다. 애써 감긴 눈으로 나는 춘몽을 마주하려 노력한다. 달콤하지만 이뤄지지 않을 그 꿈을 마주하려 나는 떠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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