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빠진 로맨스 -2부

현실적인 로맨스 이야기

by 김군

영화라는 것에 대한 감상은 맞고 틀리고 가 없다. 수많은 정답지들이 그들만의 답을 만든다. 그래서 즐거운 것이다. 그러기에 감상을 비교하고 틀리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힘을 뺀 두 여자


연애 빠진 로맨스를 관객의 입장에서 보는 중 흥미로웠던 것은 두 여자의 변신이었다. 이 영화 속 함자영을 맞은 전종서는 버닝이라는 작품을 통해 미스터리 한 여인인 해미를 연기하며 데뷔작에서부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다음 작품인 콜에서는 사이코패스 영숙을 연기하며 영화 자체를 씹어먹으며 주변 배우들을 지워버렸다. 관객들에게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며 한층 더 성장한 느낌을 보여주었다.



단 두 편만으로 충무로에서 확실한 캐릭터를 잡은 그녀지만 전작들의 센 역할들로 인해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나 인상적인 연기에 힘이 빠진 전종서를 상상할 수가 없었다. 아마 다들 다른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물음표가 들었을 것이다. 근데 이번 영화에서 180도 변한 느낌으로 로코의 주인공이 되어 나와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영화 속 톡톡 튀며 거침없는 함자영이라는 캐릭터를 이질감 없이 잘 연기하였다. 여러 장면들이 기억에 남지만 구들과 술자리에서 번번이 꼬여버리는 연애를 한탄하는 부분이 참 좋았다.


"인생 굉장히 피곤하게 사는 방법 알려줄까? 연애질 하면 돼. 인생 행복하게 사는 방법 알려줄까? 연애질 안 하면 돼"


술에 쩔어 대사를 뱉는 모습이 꽤나 귀엽고 현세대에 고충을 잘 연기하여 몰입이 되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전종서 배우는 실제로 술을 하지를 못한다는 것이었다. 아 이번 영화에서 배우로서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단단히 마음먹었구나라는 각이 들었다.


독기가 빠진 녀의 모습이 쉽사리 그동안 상상이 안되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연기도 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질적이지 않다는 것을 넘어 몽환적이고 센 느낌의 이전의 캐릭터들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종서를 제외한 나머지 한 명의 변신은 감독 정가영이다. 비치 온 더 비치, 밤 치기, 하트를 통해 독립영화계에서는 핫한 감독이다. 설적이고 포장 없이 솔직하게 정을 연출하는 것이 충무로에서 참 보기 드문 여감독이었다. 내가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밤 치기라는 작품이었다.


줄거리가 흥미로웠고 감독이 연기까지 겸한다고 해서 궁금하여 본 영화였는데 재미나고 그녀한테 끌렸다. 그래서 정가영의 연출작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역시 재미나고 틀에 갇혀 있는 감독이었다. 연기를 하는 자신이 즐거워 보였고 캐릭터를 사랑한다는 것이 연출 속에서 눈에 보였다.


신선하고 기발하고 솔직한 그녀가 상업영화에 틀에 맞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흥행이 성공과 실패에 잣대가 되는 영역에서 살아남기 힘들거라 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이 나고 오 생각보다 딴딴하다. 내가 그녀를 너무 무르게 본 것 같다. 여전히 영화 속에 솔직함과 과감함은 흘러나오지만 선을 아슬아슬하게 타며 연출을 한다.


그것이 느껴졌던 부분이 우리가 섹스 칼럼에서 직접인 묘사가 없이 감정적인 부분만 건드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주인공 이름들을 함자영 박우리로 한 것은 그녀만의 색깔은 잊지 않은 것 같았다. 정가영 감독이 주인공이 아닌 영화는 처음 보지만 힘을 살포시 뺀 작품도 여전히 나에게 호인 것 같다.


아쉬움... 그럼에도 좋았다


모든 것에 완벽한 것은 없다. 영화 또한 그렇고 스크린의 막이 올라가면 그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요것만 이렇게 했다면 저기서 저건 어울리지 않는데 하는 것들. 내게 분명 이 영화가 만족스러웠지만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들도 있었다.


한국에서 흥행하기 위해서는 관람등급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제한이 있다면 일단 한쪽 팔을 묶고 하는 거니 말이다. 이번 영화는 그 부분이 크게 고려되었는지 절제가 되어 있는 것들이 많았다.


터져줘야 할 때를 못 터뜨린다. 이것은 성인들의 연애이다. 현세대가 느끼고 고민하는 사랑이야기이다. 연애는 하고 싶고 각박한 지갑과 현실은 솔로를 부추긴다. 그럼에도 우리는 누군가의 품에 안기고 싶고 입술의 부드러움이 그립다. 그것들을 정가영 감독이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며 감질나게 잘 담아냈지만 등급에 벽 때문인지 절정을 가지 못한다.

마치 맛보기 시식만 한 느낌이다. 대부블 관객들 중 중반부부터 힘이 빠진다는 것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19라는 숫자의 압박이 컸던 것이 아쉬웠다. 추가로 조금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결말 부분이었다. 우리와 자영의 만남으로 맺는 것이 연애의 목적이라는 영화와 너무 비슷하게 느껴졌다.



전반적인 이야기 줄기야 사람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거야 다 비슷비슷하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마무리까지 거의 따라가는 것 같아 조금 아 하며 아쉬움이 들었다.


그럼에도 좋았던 부분이 부정적 것들이 상쇄가 되고도 남기에 재미난 영화였다. 올해 관람한 작품 중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내게는 호였다.


나이를 먹다 보면 퇴화되는 것들이 많아진다. 신체에 일부분도 그렇지만 마음도 서서히 무뎌지고 딱딱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못하고 긴가 민가 하는 것들이 서글프다. 혼자가 편하다고 합리화 하지만 옆에 누군가의 품은 언제나 따사롭고 포근하다.


잊어버린 연애세포를 살려보자. 20대의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따뜻함을 오래 주는 라디에이터처럼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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