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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408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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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희 Oct 09. 2024

새벽

며칠 전 작성했던 글이 사라졌다.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새벽 5시 18분, 자그마한 신경질이 올라오려 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오늘의 글감을 찾아본다. 2024년의 여름은 정말 무더웠다. 길고 지난한,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는 걸 오늘 새벽, 마주한 공기로 여실히 느끼는 지금이다. 매일매일이 배움의 연속이지만 이 자그마한 이슈로도 영원한 것은 없다는 뻔한 불변의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옛 어른들의 말 (틀린 것도 있지만) 역시 배울 점이 많다.


당장 느끼는 즐거움도,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함도, 너무나 괴로운 자책의 시간도, 나를 괴롭게 하는 누군가의 말들도, 버겁게만 느껴지는 매일매일의 짐들도 언젠가는 다 사라지고 지나간다. 그렇기에 너무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말라는 인생무상의 성어가 나온 것 인가 잠시 곱씹어 본다. 언제부터인지 모를 적어도 7년은 넘은 듯한 나의 새벽기상은 과거에는 괴로움의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너무나 감사한 내 하루의 단단한 기반이 되었다. 반복하다 보니 나만의 새벽 루틴이 생겼다.


고요한 정적 속에 오늘 쓰고 싶은 찻잔을 고른다. 그리고 오늘의 차를 선택하는데 보통 3종류 안에서 고른다. 차를 마시기 전 따뜻한 물 한잔으로 물을 잘 마시지 않는 나에게 건강을 선물해 주는 찰나의 느낌을 주고 거실에 놓여있는 흰색 테이블에 앉아 찻잔이나 내 기분, 날씨와 어울리는 작가님의 엽서를 찾는다. 그렇게 찻잔과 tea, 엽서를 예쁘게 배치해 사진을 한 장 찍고 인스타 업로드를 한 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튼다. 향긋한 차의 향기를 코에 머금으며 s가 선물해 준 책에 나와 있던 감사일기를 써 내려간다. 감사일기는 어느덧 6개월째.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주는데 큰 몫을 해줘 지금은 습관처럼 몸에 밴 것 같다.


문장으로 풀어내니 굉장한 무언가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 10분 안에 끝나는 아주 간단한 루틴이다.


요즘은 새벽에 함께 글쓰기를 하는 소모임에 참여하고 있어 새벽이 더 외롭지 않다. 덕분에 바쁘다는 핑계로 제쳐놓았던 글을 다시 쓸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 두 번째 책이 세상에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내 생각을 풀어내는 일은 나에게 정말 즐거운 일이다. 첫 번째 책은 오로지 나를 위한 개인소장용이었지만 두 번째 책은 그렇지 않을테니 더 기대가 되고 우선은 정기적으로 글을 올려보려 한다. 내 머릿속을 떠다니는 단어와 문장들을 사람들과 공유할 이 경험은, 생각만 해도 흥분된다.


지금 바라보는 새벽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행복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속에 일렁인다. 오늘의 색은 blue. 달력 색깔도, 유영국 작가의 엽서도, 내 주변 책도, 뭉크의 그림이 담긴 마우스패드도, 지금 내 눈에 담기는 새벽하늘도. 파란 아름다움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사라질 기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감사하고 즐겨야겠다. 지금 이 새벽을.   


일출 45분 전.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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