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재택근무 사회를 꿈꾸며
코로나 19라는 극악무도한 쫘식때문에 잃은 게 참 많지만... 유일한 수혜(?)라면 재택의 즐거움을 맛보게 된 것이 아닐까.
10년 넘는 직장 생활을 하며 처음 알게 된 재택근무의 맛은, 마치 처음 샤인 머스캣을 먹었던 그 느낌처럼 생경하게 달콤하여 자꾸 먹고 싶은 느낌이었다. 여력만 된다면 자주 맛보고 싶은 그 맛 말이다!!
1. 평소보다 더 잘 수 있다
말하면 입이 아픈 장점. 평일 아침 1분이 주말의 1시간만큼이나 소중한, 아침잠 많은 직장인에게 1시간 가까이 더 잘 수 있다는 사실은 하루를 버는 느낌과 비슷하다. 평소 같았으면 침대를 박차고 허겁지겁 일어났어야 할 시간에 다시 눈을 감고 침대에 더 머무를 수 있다는 사실은 진정 꿀맛 같은 기쁨! 심지어 그때 잠에서 완전히 깨버린다 해도 평소만큼 졸리지 않다.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 피로가 싹 가시기 때문이다.
2. 안 씻어도 된다
남들이 보면 늘 똑같은 옷차림에 민낯같이 보일지언정, 나름 외출을 위해 외모를 가다듬는 일은(몸을 씻고 머리를 감고 말리고 옷을 차려입는 일은) 생각보다 지친다. 게다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반복되는 일이기에 더 귀찮게 느껴진다. 사도 사도 모자란 옷 중에서 오늘의 코디를 선정하는 일은 웬만한 업무보다 힘들며, 슥삭슥삭 대충이라도 메이크업을 하는 것 또한 굉장한 집중을 요하는 작업이기에.. 이 모든 것을 말끔히 생략하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진정 에너지가 빵빵 채워지는 사건이다.
3. 총성 없는 출근 전쟁 빠빠이
나는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5호선을 타고 가다 천호역에서 8호선으로 갈아타는 경로인데, 9시 2분에 8호선 열차를 타면 여유롭게 출근이 가능하다. 허나 그걸 놓치면 9시 9분에야 오는 다음 열차를 타야 하고, 그럼 내리자마자 경보하듯 걸어가야 지각을 면할 수 있다.
이런 내 출근 루트와 동일한 직장인들이 꽤 많은지, 8호선 9시 2분 열차를 타러 가는 길엔 다급히 뛰는 사람들이 많다. 급히 계단을 오르다 넘어지는 사람들을 일주일에 한 번은 보는 것 같다. 나는 절대 뛰지 않는 편이라 넘어진 적은 없지만, 그렇게 조급한 사람들을 보는 것 만으로 덩달아 피곤해지는 느낌이다. 마치 총성 없는 전쟁터 같달까. 그 속에서 애쓰고 있는 전우들을 마주치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는 건 그래서 진정 상쾌한 하루의 출발이 아닐 수 없다.
4. 일하다 잠시라도 누울 수 있다
회사에 앉아 일을 하다 보면 침대에 대자로 눕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꽤 자주 있다. 대부분 오후 시간에 그런 마음이 많이 드는데, 눕기는 커녕 책상에 엎드리기조차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할 수 있는 건 애꿎은 커피를 좀 더 홀짝이거나, 사탕, 젤리와 같은 달달한 간식들을 입안에 털어 넣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이럴 때 담배를 피우러 가는 것이겠지. 어쩜 하나같이 몸에 좋지 않은 것들 뿐이다.
몸을 편히 누이고 사지를 쭉 뻗어 스트레칭을 하고 5-10분이라도 눈을 붙이면 해결될 피로인데(물론 아닐 수도..) 어찌 됐든 건강하지 않은 대체 요소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울 뿐. 이 대체 요소가 필요 없이 잠시라도 대자로 누울 수 있게 해주는 재택근무는 고로 건강 증진에도 매우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5. 돈을 덜 쓰게 된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먹는데 상당한 비용을 쓰게 된다. 일명 시발 앵겔 지수 상승!
“모닝커피 3천 원 + 점심 식사 8-9천 원 + 식후 커피 4-5천 원 + 오후 편의점 간식 3천 원 = 약 2만 원”
퇴근 전까지 하루 최소 2만 원을 쓰게 되는데 그날의 스트레스 지수에 따라 저녁값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고, 퇴근길에 잠시 들른 올리브영, 액세서리 숍, 옷가게 등에서 계획에 없던 지출을 저지를 수 있다.
재택을 하게 되면 이 모든 유혹과 스트레스에서 조금은 멀어질 수 있다. 물론 온라인 쇼핑과 배달 음식비로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잠깐일 뿐이다. 죄책감 때문에 며칠 지나니 재료를 배달해 집밥을 해 먹고 콜드 브루 커피를 사서 며칠 나눠먹게 되더라. 적어도 출근할 때만큼의 시발 비용은 들지 않는 느낌이다.
6. 생각보다 집중이 잘 된다.
왜 재택근무는 진작 우리 사회에 자리잡지 못했는가. 이렇게나 일이 잘 되는데!!! 물론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혼자 일할 때 더 집중이 잘되는 편이다. 물론 동료와 수다를 떨며 잠시 숨도 돌리고, 글보다 말로 해결할 때 더 빨리 진행되는 업무도 있지만, 메신저나 이메일, 전화만 있어도 큰 불편 없이 처리 가능한 업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히려 불필요한 대화가 필요 없는 재택이 업무력에 있어서는 좀 더 효율적일 수 있는 것. 게다가 화상회의까지 순탄하게 진행되는 세상이니 정말 굳이 회사에 나올 필요가 없지 않은가?
내 경우는 더더욱 온라인몰 관련 업무를 하고 있어 온라인 소통으로 가능한 업무가 90% 이상이다. 회사 또한 자율좌석제라 비교적 독립적인 공간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단출하게 일하는 근무 환경이 매우 익숙한 것. 직장인들의 이동수단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아끼고 업무력은 상승하는 이 좋은 재택, 적극 도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아닐까(요 회사 임원 여러분??)
7. 애사심이 생긴다.
애국심이란 단어도 낯설지만 애사심은 더욱 낯설다. 그러나 재택 하면 이 낯선 단어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마치 해외에 나가면 애국심이 폭발하는 것처럼 회사에서 멀어지면 애사심이 생기는 기분!
회사에서 일할 때는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긴장이 되고, 작은 내용에도 쉬이 흥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재택을 하다 보니 상사나 동료, 타 부서와의 소통 시한결 부드럽고 유연하게 대화하는 나를 발견하고 나 스스로 깜짝 놀랐다.
원래 싫은 사람이 눈 앞에 있으면 더 싫어지지 않는가? 왠지 모르게 불편하고 나를 감시하는 것 같고 그게 아님에도 괜히 신경 쓰였던 상사와 한 공간에 있지 않으니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게 되더라. 재택은 이처럼 회사 속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매주 훌륭한 도구인 것!
이 모든 게 사실 한 달 이상 장기 재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장점이라고 적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까진 단점보다 장점이 많을(적어도 직원 입장에서..ㅎ) 재택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히는 날이 어서 오길 바란다. 주 5일제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날이 오길... 과연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