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분 손글쓰기
영화 <주토피아>를 보면 행동이 아주 느린 나무늘보가 나온다. 나무늘보 접수원과 대화를 나누려면 아주 긴 인내심이 필요하다. 문득 그 장면을 떠올리니 '시간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다'라는 어느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 책(<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에는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시간'이라는 개념이 사실 과학적으로 맞지 않다는 사례들이 여럿 등장한다. 학문적인 내용이라 이해하기 어려워서 자세한 내용은 모두 잊어버렸지만, 때론 누군가의 시간(특히 신경학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의 경우)은 남들보다 1000분의 1 빠르거나, 반대로 느리게 흘러간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나의 경험을 뒤돌아보아도, 시간은 늘 내게 지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이었던 것 같다. 예컨대, 누군가와 함께 즐겁게 수다를 떨고 나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거나, 아니면 반대로 해외여행을 가서 마음껏 휴양을 즐겼는데도 아직 하루가 길게 남았던 경우, 그때의 시간은 분명 다른 날들과 달리 느껴졌던 것 같다. 그렇다면, 시간이 이토록 주관적이라면, 나에게 주어진 24시간, 하루, 한 주, 한 달, 일 년, 이라는, 눈에 보일 수 있게 계량화된 시간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까? 시간이 주관의 영역이라면, 나의 시간은 다른 사람들의 시간과 다르게 흐른다는 뜻을 터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 깊은 곳에서 왠지 모를 기쁨의 샘물이 솟아오르는 느낌이 든다. 시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머무는 이 시간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그것은 1초처럼 짧게 느껴질 수도, 1시간처럼 길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시간과 나의 시간을 비교해 견주어 볼 필요가 없다. 나의 시간은 내 몸의 흐름, 마음의 물결에 따라 나의 의식의 흐름대로, 지극히 주관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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