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쓰는 글
그저 우두커니 있고 싶다.
가만히 앉아 아이가 잠시 혼자서 노는 걸 지켜보다가
내가 앉아있는 모양새가 꼭 우두커니인 것 같아
먼 곳 빈 데를 응시하듯 멍한 상태로 있었다.
그러자 문득 우두커니라는 새가 있나?
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어 네이버에 검색해 보았으나 그런 새는 없다.
어째서 우두커니가 꼭 새 이름처럼 느껴졌을까.
내가 멍하니 아득하게 앉아있는 듯한 모습이 나 스스로 새가 된 것처럼 느껴진 걸까.
별 쓸모없는 잡스런 생각이 다 든다.
만약에 우두커니가 새라면 이 새는 필경 다리가 짧을 것 같다. 우두커니 한 군데 오래 앉아 멀리 보려면 다리가 짧은 게 좋지 않을까?
아마 멀리 날아가 본 적도 별로 없어 날개도 길지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푸드덕 소리 몇 번 내며 이 바위에서 저 바위로, 요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가는 수준이겠지. 하지만 짧달막한 겉모양새와 달리 눈빛만은 깊고 그윽할 것이다.
먼 곳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채워진 그리움, 막막함, 아련함 덕분에 눈빛은 깊어지고, 우는 소리는 적어졌을 것이다. 소리 내어 무언가를 애타게 찾는 것보다, 멀리 빈 곳을 바라보며 마음을 비웠다 채웠다 다시 비웠다 하며 저절로 소리 낼 일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우두커니는 새장 속에 갇혀있지 않지만, 저 스스로 갇힌 자처럼 가만히 앉아 그렇게 멍한 시선을 한없이 저 멀리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