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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Mar 12. 2019

아사코, 일본인들의 트라우마를 담다.

Asako I & II, 2018 리뷰

[줄거리] I. 강렬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그렇듯…

첫사랑 ‘바쿠’와 함께하는 모든 날이 특별했던 ‘아사코’.

설레지만 불안하고 뜨겁지만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바쿠는 

어느 날, 다시 돌아온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아사코를 떠나갔다.


II. 편안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우연일까? 운명일까?

첫사랑 바쿠와 똑같은 외모의 ‘료헤이’를 만나게 된 아사코.

겉모습만 같을 뿐 공통점 하나 없는 모습에 혼란스럽지만,

자상하고 따뜻한 료헤이의 사랑으로

아사코는 다시 설레는 사랑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떠나간 첫사랑 바쿠가 갑자기 나타나고

아사코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사코 (Asako I & II, 2018)》 후기·리뷰 _일본 젊은이들의 트라우마를 담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 중 어느 쪽을 택하겠습니까?


오사카에 사는 대학생, 아사코(가라타 에리카)는 <자아와 타자들>이라는 사진전에서 마주친 바쿠(히가시데 마사히로)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자유분방한 바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연기처럼 사라지고, 2년 후 도쿄로 이사 간 아사코는 바쿠와 똑같은 외모, 판이한 성격을 가진 회사원 료헤이(히가시데 마사히로)를 만난다. 아사코는 료헤이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자신이 진심으로 료헤이를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바쿠의 그림자를 쫓고 있을 뿐인지 혼란스럽다. 이것은 두 번째 사랑인가, 첫사랑의 연장선인가? 과거의 아사코와 현재의 아사코는 같은 사람인가? 


알프레드 히치콕의《현기증》에서 퍼거슨(제임스 스튜어트)은 매들린과 외모가 똑같은 주디를 만나고, 퍼거슨은 그녀와 사귀는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극 중 퍼거슨처럼 혼란스러운 아사코는 끊임없이 구애하는 료헤이를 밀어내지만, 결국 자상한 그에게 마음을 연다. 이렇게 안정적인 연애가 이어지던 어느 날, 바쿠가 아사코 앞에 나타난다. 하지만, 아사코를 연기한 가라타 에리카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아사코조차 자신의 진심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얼핏 '아침드라마' 같은 통속적인 멜로 영화로 보인다. 

이 영화의 놀라운 점은 여기서부터다. 감독은 굳이 아사코의 선택을 납득할 수 있게끔 감정을 쌓아 올리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멜로드라마를 포기한다. 스코어(영화음악)부터 심리스릴러로 선회하며 '아사코'라는 인물을 빌려 현재의 일본을 투영한다. 


영화의 원제가 '자나 깨나(寝ても覚めても)'인 이유가 밝혀진다. 바쿠는 '이상(꿈)'이고, 료헤이를 '현실'로 치환할 수 있다. 사실 오사카와 교토가 있는 관서지방은 에도막부 이전 17세기까지만 해도 일본의 중심지였다. 


그러므로, 오사카에서 만난 바쿠는 '과거'이며, 도쿄에서 만난 료헤이는 '현재'다. 약간 오버하자면, 바쿠는 일본이 잘 나가던 버블기를 의미하고, 료헤이는 도호쿠 대지진 이후의 일본이다.


바쿠가 이상(꿈)인 까닭은, 바쿠의 행동이나 그와 아사코의 상호작용은 무의식같이 즉흥적이다.

둘은 만나자마자 입을 맞추고, 바쿠는 불쑥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진다. 그러다 갑자기 다시 나타난다.

반면 평범한 회사원인 료헤이는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법한 인물이고, 두 사람의 연애는 기승전결이 명확하다.


반면에 료헤이를 줄곧 밀어내던 아사코가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계기도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을 겪으면서이고, 연인이 된 둘은 피해지역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러 다닌다. 불안한 삶을 영위하는 젊은이끼리 연대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인의 불안감과 트라우마를 일상적으로 드러낸다. 바쿠와 함께 떠난 아사코가 센다이에서 멈추고, 쓰나미를 막기 위해 쌓아 둔 방파제 때문에 과거에는 보이던 바다가 이제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장면은 노골적이다. 


다시 영화의 초반부 장면을 떠올려보자, 라디오를 통해 끔찍한 사건들이 뉴스로 흘러나온다.

일본 열도는 도후쿠 대지진,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사고 같이 한 개인이 짊어질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런 비극이 언제든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일본인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엔딩 장면에서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나와 다른 타인의 손을 붙잡아야 한다고 감독은 주장한다.



★★★☆ (4.5/5.0) 


Good : 신뢰와 안정이 파괴된 현재의 일본에서 어떻게 버틸 것인가? 

Caution : 서사의 빈 곳이 많다. 즉, 멜로 영화다운 감정선이 부족하다.


●신비하고 자유분방한 바쿠와 성실하고 고지식한 료헤이, 1인 2역을 맡은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해피 아워>(2015)를 보고서 3년 전부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속내를 알 수 없는 바쿠의 경우는 영화 끝까지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원작 소설을 쓴 시바사키 도모카 선생님이 촬영 현장에 와서 팁을 하나 주셨다. 바쿠의 숨겨진 설정이 있는데 그는 사실 아사코를 데리러 온 가구야히메(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이야기 소설 <다케토리 모노가타리>에 등장하는 달나라에서 온 공주님.-편집자) 같은 존재라는 거다. 이후 바쿠와 료헤이를 완전히 다른 인물로 분리할 수 있었다. 한 영화에서 1인 2역을 하는 게 아니라 우연히 같은 시기 다른 작품에서 두 가지 역할을 맡게 됐다고 상상하며 현장에 임했다.”라고 인터뷰했다.


●아사코 역의 가라타 에리카는 오디션을 통해 이번 영화에 합류했다. 

“현장의 모든 순간에 소중한 배움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름의 방식으로 아사코의 캐릭터를 이해하려 했을 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아무 생각하지 말고 머리를 비워달라고 하셨다. 오직 상대 배우의 연기를 보고, 느끼고, 반응하길 원하셨다.  특히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바쿠로 있을 때와 료헤이로 있을 때 완전히 달라서 마치 두 명의 배우와 연기하는 기분이 들었다.” 고 고충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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