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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Nov 11. 2019

윤희에게 <어느 평범한 여자의 성장기>

<윤희에게(2019)> 영화 후기

첫사랑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여성이 자신의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윤희에게>은 얼핏 보기에 멜로드라마처럼 비친다. 이에 윤희 역을 맡은 김희애가 “이 영화는 어느 평범한 여자의 성장기다. 멜로적인 요소는 영화를 구성하는 소재 중 하나이고, 주인공 윤희를 둘러싸고 보는 사람마다 방점을 두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처럼 영화 속 그녀의 여정은 단일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녀뿐 아니라 딸 ‘새봄(김소혜)’과 첫사랑 ‘쥰(나카무라 유코)’ 그리고 ‘전 남편(유재명)‘까지 각자의 성장을 함께 아우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모녀관계’이다. 딸에게 엄마는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고, 절대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나는, 엄마가 어떤 사람이든 딸의 인생에 큰 영향력을 준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영화의 배경이 겨울이고 딸의 이름이 ‘새봄’이라는 대조와 편지로 시작하고 편지로 끝나는 수미상관 구조가 묘하게 겹쳐 보인다. 편지처럼 우리는 누군가 소통하고 싶어 한다. 여행을 통해 윤희는 점차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도래하듯 영화는 정태적이지 않은 '사랑의 연속성'을 말하고 있다. 딸은 엄마의 과거를 하나씩 따라가고, 결국 엄마가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모습을 바라보며 용기를 얻는다. 두 사람의 여행목적은 ’ 모녀의 동반성장‘이다. 많은 딸들이 엄마의 말에 따르든, 반대하든 엄마에게 종속되는데 반해 영희와 새봄의 관계는 엄마와 딸이 아닌 동행자로 지위가 동등해진다. 그래서 딸이 엄마로부터의 독립하는 순간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윤희는 언제나 억누르고 살아왔다. 그녀는 오빠에게 자신의 꿈을 양보했고, 이혼으로 말미암아 딸에게도 미안하다. 그런 그녀에게 첫사랑 쥰은 '그녀의 전성기'를 상징한다.  영화 속에 내리는 눈들은 수북이 쌓여있듯이 그때 그 시절은 돌아오지 않는다.  치우고 치워도 결국 쌓이고야 마는 그리움들에 파묻힌 채로 말이다.


헤겔은 사랑을 '자아가 개체로서의 자기를 상실하는 동시에 자기를 좀 더 넓은 전체로서의 부분으로서 발견하거나 획득하는 역설적인 과정'이라고 정의 내린 바 있다. 이를 영화에 대입해보면, 윤희는 쥰을 통해서 자신을 반추하듯 우리는 타자를 통해서 자신을 되돌아본다. 또한 영희는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자신의 행복을 포기한다. ‘희생’이라 불리는 이 행위는 자신과 다른 타자(딸, 남편, 첫사랑)와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가이다.


그러나 국어사전에서 ‘사랑’과 더불어 ‘이별, 이혼, 상실’이라는 낱말이 함께 등재되어 있는 건, 그런 노력과 진심이 상대방에게 항상 통하지 않는다. 그게 문제다.  



★★★☆  (3.3/5.0)

  

Good : 미래의 내 딸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

Caution : 퀴어 영화, 느린 호흡, 절제된 간결체가 안 맞으실 수도!

     

●헤겔을 굳이 인용한 까닭은 그가 사랑을 최초로 동태적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임대형 감독이 <윤희에게>를 만들게 된 이유가 “사랑이란 무엇일까 스스로 질문을 많이 했고,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자기 자신보다 타인을 더 사랑할 수 있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없는 용감한 일.” 라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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