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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Nov 27. 2019

포드 V 페라리 리뷰<유럽 콤플렉스 극복기>

Ford v Ferrari (2019) 영화 해석

[줄거리] 자존심을 건 대결의 시작!


1960년대, 매출 감소에 빠진 ‘포드’는 판매 활로를 찾기 위해 스포츠카 레이스를 장악한 절대적 1위 ‘페라리’와의 인수 합병을 추진한다. 막대한 자금력에도 불구, 계약에 실패하고 엔초 페라리로부터 모욕까지 당한 헨리 포드 2세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페라리를 박살 낼 차를 만들 것을 지시한다.

불가능을 즐기는 두 남자를 주목하라!

세계 3대 자동차 레이싱 대회이자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르망 24시간 레이스.
출전 경험조차 없는 ‘포드’는 대회 6연패를 차지한 ‘페라리’에 대항하기 위해 르망 레이스 우승자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맷 데이먼)를 고용하고, 그는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지만 열정과 실력만큼은 최고인 레이서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를 자신의 파트너로 영입한다.

포드의 경영진은 제 멋대로인 ‘켄 마일스’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춘 레이스를 펼치기를 강요하지만 두 사람은 어떤 간섭에도 굴하지 않고 불가능을 뛰어넘기 위한 질주를 시작하는데…

2019년, 그 어떤 각본보다 놀라운 실화가 펼쳐진다!


<포드 V 페라리>는 한마디로 신대륙과 구대륙의 대결이다. 2차 대전 이후로 미국은 패권국가가 되었지만, 많은 유럽인들은 유럽 대륙의 부랑자, 하층민들이 건너가 세운 이민자들의 나라를 깔보고 있었다. 반면에 2차 대전 이후 미국 혼자서 전 세계 GDP 40-50%를 차지할 만큼 미국인들은 부유해졌다. 미국 부자들은 유럽의 명품을 소비하며 자신들의 고향 ‘유럽 문화’를 동경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였다. 유럽의 장인들이 만든 유럽의 명차들 ‘페라리, 람보르기니, 벤츠, 롤스로이스, 마세라티 등을 갖길 원했다. 이런 유럽에 대한 동경에 미국 회사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미국인에게 ‘1인 1차’를 선도하던 포드 사 역시 마찬가지다. ‘서민들이 타는 싸구려 차’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유럽의 유서 깊은 모터스포츠 대회 ‘르망 24 레이스’에 도전한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유럽인에게 미국은 오늘날 ‘중국’과 같은 ‘졸부’ 이미지로 비쳤다. 영화는 미국의 콤플렉스를 정확히 건드린다. 반대로 유럽인들은 식민지와 패권을 잃어버린 상실감을 드높은 자긍심과 유서 깊은 전통에서 찾으려 했다. 게다가 페라리는 1960년부터 1965년까지 무려 6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강호다. 초짜 포드가 처음 출전한 르망은 24시간 동안 3명의 레이서가 번갈아 가며 가장 빠르게 서킷을 돌아야 하는 극한의 레이스로 악명이 자자했다.      


페라리 인수에 실패한 헨리 포드 2세(트레이시 레츠)는 당시 레이서 4명당 1명꼴로 죽어가는 지옥의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두 명의 미국인을 고용한다. 바로 캐롤 셸비(맷 데이먼)와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이다.

     

캐롤은 미국인으로 유일하게 1959년 우승했지만, 심장질환으로 레이서 생활을 은퇴했다. 공대를 다녀본 적도 없지만,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포드가 레이싱 프로젝트 총책임자로 제안하자 그는 오랜 친구인 천재 레이서 켄 마일스를 팀에 추천한다. 탱크 운전병 출신으로 까칠한 성품 탓인지 포드 부회장 리오 비비(조쉬 루카스)가 포드의 이미지와 맞지 않다며 영입을 반대한다.      


과연 이 난관을 셸비와 켄은 어떻게 극복할까? 둘은 죽이 잘 맞는 편이지만, 매번 그렇진 않다. 그렇지만 두 자동차광의 열정과 노력은 꽤 감동적이다. 이 스포츠 드라마는  미국이 아카데미상과 그래미상, 플리쳐 상 등을 제정한 배경과도 일맥상통한다. 유럽 문화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상식이기 때문이다.      


맨골드 감독은 미국인의 아킬레스 건을 정확히 타격한다. 자동차에 미친 두 미국인이 유럽을 제패하는 드라마는 그래서 가슴이 뜨거워지게 만든다. 그렇다고 인간승리에만 신경 쓴 것은 아니다. 60년대와 70년대 미국 영화처럼 철저하게 아날로그 액션으로 승부한다. 속도감과 화려함만 추구하는 요즘 트렌드와는 역행한다.  맨골드가 이런 자신감을 뽐내는 데에는 그만의 탁월한 리듬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실 때 메카닉 엔진 소리에 귀 기울여 듣길 바란다. 1인칭 앵글(POV)이 주는 섬세한 현장감에다 60년대 명차들이 대거 등장하고, 기가 막힌 강약 조절로 우리의 심장을 들었다 놓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켄을 동경하는 아들 피터(노아 주프)에 주목하자! '경주도중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고 아버지를 걱정하는 아들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즉, 이런 스포츠 장면이 와닿는건 인물들의 탄탄한 심리묘사와 주변 상황을 미리 깔아 놨기 때문이다. 점점 물량공세에만 몰두해가는 현대 헐리우드가 잊어버린 고전영화의 품격을 다시금 느끼게해준다.



끝으로 왜 모터스포츠 대회가 미국인의 콧대와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 분들을 위해 한 마디만 더 하겠다. F1 선수들은 보통 ‘F1 파일럿’이라고 부른다. 왜 이런 명칭이 붙었을까? 페라리 문양에 '말'이 그려져 있다. 왜 일까? 유럽 귀족은 중세의 기사 계급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기병은 기관총이 등장하면서 역사에서 퇴장한다. 그러자 귀족계급들은 비행기 조종사로 복무하기 시작한다. 지금도 공군 파일럿은 가장 우수한 자원으로 손꼽히지 않은가? 이처럼 유럽과 일본의 귀족은 철저히 무인 계급에서 출발했다는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종전 이후 전투기를 몰았던 귀족계급들이 대거 레이싱 드라이버로 활동하게 된다. 그래서 F1 선수들을 ‘지상의 파일럿’이라고 부르게 된다. 로마의 '전차경주'나 지금까지 남아있는 '경마'와 같은 스포츠 레이싱이기 때문이다. 이런 귀족적인 대회에 '포드' 같은 서민 브랜드가 끼어들려니까 엔초 페라리 같은 유럽의 자동차 장인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덧붙여 아직도 유럽 명품이 많은 건 유럽인들이 수공업자들을 우대하는 ‘장인 문화’를 지녔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에서 컨베이트 벨트에 의한 대량생산 시스템을 빨리 도입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런 장인들의 길드(조합)가 없었기 때문이다. 꼭 근본 있다고 다 좋은건 아니다. 이 영화는 그걸 말하고 싶어한다.



★★★★  (3.8/5.0)      


Good : 전기 영화로써 드라마가 충실하고 오락영화로써도 재밌다.

Caution : 자동차 스포츠의 매력보다는 인생 이야기에 더 주력했다.     

      

●제임스 맨골드는 <캅 랜드> <3:10 투 유마> <아이덴티티> <앙코르> <로건> 등 수작들을 많이 연출한 감독이다.


●피터 마일스가 영화작업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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