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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Mar 13. 2019

라스트 미션(The Mule), 아메리칸드림의 붕괴

The Mule, 2018 리뷰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마지막 연출작으로 선포한 영화. 제목 <라스트 미션>이 더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그랜 토리노> 이후 10년 만에 연기를 펼치는 그는 <그랜 토리노>의 각본가, 닉 솅크와 재회한다. 

#범죄 스릴러가 아닌 가족드라마 


한국전쟁 참전 용사 출신 80대의 얼 스톤은 한때 원예업으로 잘 나갔었지만, 

사업이 망하고, 남은 건 트럭 한 대뿐인 그에게 마약조직이 마약 운반 일을 제안한다.

그렇게 번 돈으로 한창때 가정을 내팽개친 과거를 속죄하고자 가족에게 잘 보이려 애쓴다.

영화 용어로는 '이스트우디즘'이라고 불리는 보수주의의 핵심 명제인 개인적 책무를 다시금 꺼내 든다.

그중에서도 '가장 책임주의'라는 카드를 꺼내 들며, 범죄 스릴러라기보다는 가족드라마에 무게를 실는다.

(그의 친딸인 앨리슨 이스트우드를 딸 역할로 출연시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기는 <무법자>, <더티 해리>'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비 온정주의적 즉결처분을 버렸다. 무시무시한 엘 차포가 이끄는 시나로아 카르텔 밑에서 여유를 잃지 않고, 위기상황을 넉살 좋게 풀어가는 모습에서 연륜을 느끼게 한다. 오랜 인생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캐릭터 연기가 펼치는데, 주로 자신이 이제껏 해왔던 역할들을 레퍼런스 삼았다. 예를 들자면, 유색인종과의 교감은 <그랜 토리노>에서 따왔고, 가족과의 교감은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에서 빌려왔다.



#실제 사건을 극화 

원제 'MULE'은 사전적 의미로 당나귀와 말을 교배시켜 낳은 노새를 뜻하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마약 운반책을 뜻하는 속어로도 쓰인다. 


영화는 멕시코 카르텔을 위해 10년간 마약을 공급했던 실존인물, 레오 샤프(1924~2016)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리고 있다. 그는 2차 대전에 참전하여 훈장도 받고 신품종 백합을 개발하고 백악관에 초청됐을 정도로 원예농장이 대박을 거두며 한때 잘 나가던 샤프였지만, 늘그막에 파산하여 어려움을 겪었다. 2000년대 80대 나이로 멕시코 카르텔 마약 운반을 하며 활동하다가 2011년 DEA에게 체포되었다. 워낙 고령이라 3년형을 선고받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1년 뒤 가석방되고, 그 후 92세에 세상을 떠났다.



#무너진 아메리칸드림

겉보기에 영화는 평범해 보인다. 범죄 스릴러다운 박진감 넘치는 서스펜스는 애초부터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느리지만 묵직한 카메라는 자신이 투영된 캐릭터를 뒤돌아보고, 내팽개쳤던 가족들과의 용서와 화해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가족에게 너무나도 무심했던 가장이 범죄로 돈을 벌어와 다시 가족에게 용서와 화해를 구한다. 


그런데, 닉 솅크의 대본이 너무 나쁘다. 후반부 얼이 가족과 재결합하는 과정은 얼렁뚱땅 다뤄졌기 때문이다. 그가 (가족을 위해) 멕시코에서 운반해놓은 마약은 또 다른 가정이 파괴될지 모르지 않은가? 

이 점을 간과했지만, 관객들도 얼처럼 아메리칸드림의 붕괴를 다 함께 목도하게 된다. 원래 아메리칸 드림은 멕시코 국경을 침범해서 영토를 확장하는 프론티어 정신이였다. <라스트 미션>은 그 반대다. 



#내려놓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포용력  

결점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미션>이 주는 소중한 교훈이 하나 있다.

많은 과오를 저질렀던 한 개인이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아는 용기가 바로 그렇다.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황야의 무법자>와 <더티 해리>의 권총을 내려놓고, 서부극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용서받지 못한 자>를 만들지 않았던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본인도 결점이 많지만,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책임지려 노력한다. 그 진정성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살짝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 부디 마지막 작품이 아니길 빈다.



★★★  (3.0/5.0) 


Good : 뭉클하고 감동적인 가족드라마 

Caution : 대사와 연기가 약간 심심하다.


●시날로아 카르텔은 빈 라덴이 후 최악의 범죄자 호아킨 구스만이 운영했다.  그는 세계 최대의 마약왕 일명 '엘 차포'라 불리며, 체포된 뒤에도 두 차례나 탈옥했다.


● 브래들리 쿠퍼, 로렌스 피시번, 다이앤 위스트, 앤디 가르시아, 타이사 파미가, 마이클 페냐 등의 배우가 출연했으며 세계 최고의 실력으로 인정받는 재즈 트럼펫 연주가 아르투로 산도발이 음악을 담당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편집 감독 조엘 콕스를 포함해 이스트우드 사단이라 할 만한 최고의 스태프들도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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