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Mar 14. 2019

돈,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영화

《돈 (Money, 2018)》리뷰

[줄거리] “부자가 되고 싶었다”

오직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빽도 줄도 없는, 수수료 O원의 그는 곧 해고 직전의 처지로 몰린다. 

위기의 순간, 베일에 싸인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게 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거래 참여를 제안받는다.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인 후 순식간에 큰 돈을 벌게 되는 일현. 

승승장구하는 일현 앞에 번호표의 뒤를 쫓던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한지철(조우진)이 나타나 그를 조여 오기 시작하는데…



《돈 (Money, 2018)》 후기·리뷰,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영화

일단 <돈>은 그리 어렵지 않다.  주식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초반부 신입브로커 일현(류준열)을 통해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빅쇼트>보다도 더 쉽게 주가 조작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해놨다.

<부당거래>, <베를린> 조감독 출신 박누리 감독은 "금융시장, 주식 시장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영화는 영상과 대사로 전달한다. 주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부한 것을 버리는 작업을 했다. 과감히 설명을 배제하고 영화적 재미와 긴장감을 증폭시키고자 노력했다."라는 감독 말 그대로 복잡한 상황을 최대한 간결히 처리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돈>은 부자가 되고 싶은 흙수저 신입 주식 브로커가 작전 설계자 번호표를 만나면서 범행에 가담하는 이야기다. 이는 금융영화의 원조격인 올리버 스톤의 <월스트리트(1987)>과 한국영화 <작전(2009)>의 틀을 그대로 레퍼런스 했다는 뜻이다. 류준열은 찰리 신의 재능만 있는 흙수저 설정이 같고, 유지태는 역사적인 악역, 고든 개코(마이클 더글라스)의 열화 카피 버전이다. 다행히 템포가 빠르고, 밝은 톤을 유지하고 클리셰에 충실해서 제법 범죄 영화답다. 


그런데, <돈>은 내부자거래를 획책하는 등장인물들에만 카메라를 비춘다, 과연 피해자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여기서 감독을 약간의 변호해주고 싶다. 박 감독은 "원작 소설에서는 번 돈으로 잘 살고 끝난다. 우리 영화는 캐릭터의 본성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소설과 다른 방향을 보여주고 싶어서 각색했다."라며 감독도 범죄자 미화를 우려해서 결말을 바꿨을 터다.


그러나 레퍼런스와 클리세에 충실한 게 독이 되어 돌아왔다. <월스트리트(1987)>처럼 '평범함과 절대악의 대립 속에서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라는 동일한 주제 하에 동일한 악역, 번호표(유지태)의 유혹과 악은 고든 게코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류준열(조일현 役)은 "모든 캐릭터가 나로부터 출발한다. '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개인적으로 현찰을 잘 쓰지 않는다. 이번 역할을 위해 현찰을 책상에 두고 오랫동안 들여다보기도 했다.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조일현에게 공감했다. 돈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었다. 내가 돈에 휘둘리기보다 돈을 조정하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사람 위에 있지 않고 사람이 그 위에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런 마음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다."라고 했지만, 진지하게 <돈>의 각본가에게 묻고 싶네요. '당신은 황금만능주의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셨나요?'라고 말이다.


<돈>은 알맹이가 빠졌다.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속 카메라는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실컷 비웃다가 종국에는 '관객들 당신도 부자가 부럽지?'라고 갑분싸한다. 반면에 <돈>의 조일현(류준열)은 타락을 소심하게 보여주다가 그만둔다.  이렇듯 영화가 추구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다.  <돈>은 돈에 관한 욕망을 다루면서 그 어떤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이러니 돈에 대한 피상적인 이미지만 화면에 넘친다. 


주제, 서사, 인물은 레퍼런스 할 수 있지만, '결론' 정도는 만드는 사람이 스스로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 (1.5/5.0) 


Good : 무난하지만, 어정쩡하다.

Caution : 탐욕의 본질을 알고 싶다면, 차라리 소스타인 베블런의《유한계급론》을 읽는 편이 낫다


●전직 금융중개인 출신 장현도 씨(일리노이 주립대 MBA 수료)가 쓴 소설  '돈: 어느 신입사원의 위험한 머니 게임(2013)'이 원작이다. 박 감독은 "평범한 인물이 돈을 벌고 변해가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영화화를 결심했다"라고 털어놓았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제1금융권(8대 은행)에서 열흘에 한 번꼴 금융사고(사기·횡령·배임)가 발생한다고 하다. 특히, 사기범죄는 2분9초마다 한 건씩 발생한다. OECD 37개국 중 사기 1위, 배임/횡령 2위인 대한민국 현실에서 금융사고는 단순히 희생자 한 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희생자 가족을 포함한 수많은 가정과 회사 나아가 국가의 대외신용도에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매거진의 이전글 라스트 미션(The Mule), 아메리칸드림의 붕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