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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Mar 15. 2019

우상(Idol, 2017), 우상파괴의 큰 그림

《우상(Idol, 2017)》후기·리뷰

[줄거리]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 


청렴한 도덕성으로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차기 도지사로 주목받고 있는 도의원 구명회(한석규), 어느 날 아들이 교통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한 사실을 알게 된다. 신망받는 자신의 정치 인생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그는 아들을 자수시킨다. 오직 아들만이 세상의 전부인 유중식(설경구)은 지체 장애 아들 부남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인 아들이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자 절망에 빠진다.  사고 당일 아들의 행적을 이해할 수 없고, 함께 있다 자취를 감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를 찾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청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아들의 죽음 너머에 드리운 비밀을 밝히기 위해 중식은 홀로 사고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한편 그날 밤 사고의 진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최련화, 부남과 함께 있다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그녀에게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알아서도 안 될 진실이 숨겨져 있는데… 그날의 사고로 세 사람의 지옥이 열린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내용을 제대로 따라간 건지 확신이 없다. 

일단 대사 상당 부분을 놓쳤다. 특히 조선족 연변 사투리를 도저히 못 알아먹었다.



《우상》은 제목 그대로 자신만의 우상에 사로잡혀 헛된 욕망을 좇는 인간을 그린다. 일단《우상》은 한 사건으로 얽힌 세 인물을 다루고 있다.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은 남자'구명회(한석규)'와, 진실을 쫓는 아버지 '유중식(설경구)',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최련화(천우희)'가 바로 그들이다. 3명 중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을 할 수 없는 구조로 짰다. 거리두기는 구명회(한석규)가 유리창을 두고 말하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상징적이다. 《우상》의 알아들을 수 없는 음향은 유리창처럼 영화와 관객 사이를 떨어뜨려놓으려는 의도인 것 같다. 왜 이렇게 대화를 단절시켜 놓았을까? 


이 감독은 "장르 안에서 더 폭넓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면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어렵다기보다 영화가 낯설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의 구조나 구성, 주제, 소재가 익숙하지 않거나 익숙지 않게 변주된 점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친절하게 모든 것을 알려주는 대부분의 상업영화와 달리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이미지나 사운드 등을 통해 전달하려고 했죠. 되짚어볼수록 다양하게 사유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작품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이 영화는 끊임없이 관객이 생각을 해야 따라갈 수 있다." 감독의 말마따나 단서를 이미지와 메타포로 꽁꽁 숨겨놨다. 심지어 천우희조차 "촬영하는 동안에도 캐릭터에 대해 답을 구하기가 어려웠다."라고 할 정도다. 이렇듯 '내가 보고 있는 게 맞나?' 싶을 만큼 꼽씹어볼 요소가 많은 《우상》은 충무로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독특한 스릴러다. 클리셰를 의식한 게 분명할 만큼 꽤나 흥미로운 진행을 선보이지만, 도리어 이렇기 때문에 호불호가 상당히 갈린다. 



불친절한 《우상》은 굉장히 특이한 카메라 워킹과 구도로 관객들을 잡아둔다. 명희의 시선은 주로 아래를 내려본다. 카메라는 그를 올려보게 만들거나 그를 쫓아 내려본다. 그리고 중식은 파랑과 검정 배경을 깔아 점차 외로워지는 과정을 그린다. 초반 그의 절규를 근접 촬영하다가 (의도적으로) 마지막에는 멀게 잡는다. 생존을 갈망하는 련화는 피처럼 붉게 표현된다. 그리고 연기가 훌륭하다. 한석규는 노련한 정치인의 비겁함을 보여주고, 설경구는 활활 타오로는 부성애를 절절히 보여주며 사건에 매달린다. 그러나 비밀의 열쇠는 천우희가 갖고 있다. '국적만 취득한다면 뭐든 가리지 않는 여성 불법체류자'라는 간절함이 화면 밖에서도 느껴질 만큼 존재감이 상당하다. 특히 눈썹이 있었다가 사라졌다 하면서 극과 유리될 때 더 그러했다.


스릴러 장르다운 재미도 챙겼고, 연기와 미장센도 괜찮은데, 딱 하나 아쉬운 대목이 있다. 그게 치명타였다.



144분의 집요한 추적 끝에 마주한 ‘진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뻔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감독 스스로가 더 꼼꼼히 검토했어야 했다. 이쯤 해서《우상》이 종교적인 색채를 지니는 까닭은 드러난다. '과한 욕망'을 아브라함 계열 종교(개신교)의 '우상숭배'처럼 해석했다. 그래서 개신교도들이 불상을 베듯 중식(설경구)이 우상 파괴하는 것이다.


이 감독은 16년 전부터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을 보며 그 시작이 언제일까 고민해본 적이 있어요. 2000년부터 출발해 시나리오를 돌리기 시작한 때가 2016년이니 16년간 벌어진 각종 사건·사고의 영향을 받았죠. 직접 어떤 사건을 차용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회 문제가 군데군데 깔려있죠. 계급 문제나 정치인의 부패, 말 바꾸기, 불법체류자에 대한 이야기 등은 비단 한국 사회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에요. 그런 문제들 속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말하고 싶었습니다."라는 설명 그대로 영화는 정치인의 위선, 장애인의 성(性) 문제, 불법체류자 문제까지 들춘다. 그런데 《우상》을 다 보고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약간 거칠게 요약하자면, '우상에다 우상을 더하고, 우상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모호하고 난삽하게 부풀렸다.


예측 가능한 원론적인 결론은《우상》을 실질적인 알맹이 없으면서 멋만 부리고, 복잡하게 꼬고, 비튼 허세로 평가절하토록 만든다. 중의적이고 다양하게 해석되기 보다는 '답'을 일부러 감추고, 힌트를 주지 않는 것 같다. 


감독이 “관객들을 사유하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은가, 나의 꿈은 올바르게 가고 있는가 등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라 했지만, 감독이 텅 빈 속을 감추려고 자극적인 설정과 관계를 맹신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  (2.5/5.0) 


Good : 미학적 형식과 내용을 일치시키며, 놀라운 흡입력을 갖췄다.

Caution :  큰 그림만 그리다가 떡밥 회수조차 제대로 못할 지경에 이른다.


●우상이란 단어는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대상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우상화라는 안 좋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수진 감독은 "영화를 보면서 나도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은가, 나의 꿈은 올바르게 가고 있는가 등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감독은 "아들을 잃은 중식은 처음에는 피해자였지만, 최련화를 만난 뒤 자신도 가해자였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인물입니다.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생존을 위해 힘들게 살았을 중국교포 최련화는 강력한 여성 캐릭터이죠. 쉽게 보이는 사람이라도 무서운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계급상으로 가장 낮지만, 가장 무서운 캐릭터이자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죠."라고 귀띔했다.


●(왜 이리 불친절할까? )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욕망이 충돌하는 삼각구도는 익숙하지만, 안정감이 있다. 

특히 정치인 게이트(비리)에 초점을 둔 전반부가 그렇다. 그래서 구명회(한석규)가 제목에 어울리는 배역이었고, 실질적인 주인공이었던 '유중식(설경구)'은 무리수였다. 어쩔 수 없이 최련화(천우희)을 이들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쓰였다. 장황하게 3가지 시선을 다 담으려는 야욕도 과했지만, 더 큰 문제는 이감독의 관점과 감성이 보편적이지 않다. 영화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는 (감독의 세계관에) 쉬이 공감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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