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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Mar 18. 2019

악질경찰, 그냥 상업영화!

(Jo Pil-ho: The Dawning Rage, 2018) 리뷰

[줄거리] “나보다 더 나쁜 놈을 만났다”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 급하게 목돈이 필요했던 그는 경찰 압수창고를 털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사건 당일 밤, 조필호의 사주를 받아 창고에 들어간 한기철(정가람)이 의문의 폭발사고로 죽게 되고, 필호는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설상가상 거대기업의 불법 비자금 자료까지 타버려 검찰의 수사선상에도 오른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건을 쫓던 중, 폭발사건의 증거를 가진 고등학생 미나(전소니)와 엮이게 되고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거대한 음모와 마주치게 되는데……


나쁜 놈 위, 더 나쁜 놈이 지배하는 세상, 과연 그는 모든 것을 전복시킬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악질경찰(Jo Pil-ho: The Dawning Rage, 2018)》후기·리뷰_그냥 상업영화!

‘아저씨’(2010) ‘우는 남자’(2014)'를 연출한 이정범 감독의 신작 ‘악질경찰’이 공개됐다. 

이정범 감독의 특징을 간략히 짚고가볼까요? 3작품 모두 남자주인공을 상징하는 제목을 가졌고, (여성을 만나면서) 남자주인공이 각성하는 주제를 지녔다. 다만, 앞선 두 작품은 '액션영화'라면, 이번엔 '범죄물'이라는 점만 차이일 뿐, 세계관이 비슷해서 언뜻 자기복제같기도 하다.


홍보자료에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주인공이 더 나쁜 악의 존재에 맞서 변모해가는 과정을 쫒는 영화라고 했는데 막상 <악질경찰>을 보니까 안산 단원서 조필호 형사가 세월호 피해자와 관련있는 인물을 만나면서 변모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그렇다.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는 첫 상업영화이다. 논란은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일단 영화를 살펴보자!



전반부는 굉장히 훌륭하다. ‘나쁜 놈 위에 더 나쁜 놈'이 끈질기게 달라붙는 <끝까지 간다>이 떠오를만큼 꽤 잘 만들어졌다. 중반부에 훅 들어온 세월호 이야기에 걱정하시겠지만, 영화 속에서 소재를 다루는 태도는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다. 그 이유는 <악질경찰>가 재난물이 아니라 액션이 가미된 범죄물이기 때문이다. 즉, 액션을 위한 대결구도가 필요하다. 악(惡)에 대한 분노와 응징을 불러일으키려고 권력형 비리부패, 정경 유착을 정조준한다. 


액션이 장기인 이정범 감독에게 캐릭터나 서사, 설정이 탄탄하다거나 신선할거라 기대하는 관객들은 드물 것이다. 이상하게도 <악질경찰>은 악질형사의 비리에서 거대한 사회악으로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비리 경찰과 부패검찰, 재벌의 범죄행위와 미나(전소니)의 과거까지 여러 갈래로 진행시키지만, 후반부에는, 어마어마하게 커진 이야기의 무게감을 이기지 못한 감독의 부담감이 여실히 묻어난다. 이런 서사의 약점을 자극적인 죽음과 사실적인 액션으로 눈속임하거나 작위적인 설정으로 억지로 끼워맞춘다.


다 보고나니 <악질경찰>이 굳이 세월호 소재를 차용하지 않고도 장르영화다운 연출이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의문이 드는 까닭은 간단하다. ‘꼭 세월호 사건이어야 했는가?’ 물음에 <악질경찰>이 선뜻 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의 변을 원문 그대로 전부 옮겨왔다. 읽어보시고 각자 판단하시길 빈다.



이정범 감독은 "2015년 단원고를 갔을 때 받았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수많은 언론 매체에서 다뤘던 것보다 훨씬 더 다른 이야기로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기점으로 세월호와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하면서 이 얘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영화를 준비한지 5년이 되어가는데 상업영화를 하는데 세월호를 소재로 갖고 오겠단 건 위험한 생각이다. 그 생각으로 5년을 버틸 수 없다. 기본적으로 세월호 얘기를 똑바로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얘기를 하는데 있어 상업적 장르가 그렇지 않나. 긴장감이나 재미를 취하는 방식인데 영화가 끝났을 때 여러분들에게 뭐가 남았는가를 묻고 싶었다. 이게 그냥 상업영화로 끝난다면 최악의 결과물이다. 당연히 최초 시작점이 세월호가 됐고,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얘기할 수 있는 방법 중에 뭐가 있을까 고민했을 때 나온게 바로 '악질경찰'이다"고 왜 세월호여야 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유가족에게 먼저 영화를 보여준 이정범 감독은"'아버님 죄송하다. 나 때문에 잊고 싶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린 게 아닌지 죄송하다. 청불에 상업영화라 불편한 점이 있을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 근데 본인이 겪은 일이 훨씬 더 폭력적이고 야만적이었다고 하더라. 혹여라도 그런 얘길 하는 분이 있다면 자기 이름을 팔아도 된다고 하셨다"며 "그렇게 용기를 주신 분이 있었다. 오히려 날 감싸주는 문자를 주셨을 때 이 영화가 곡해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 유가족의 문자메시지에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그리고, "도망가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고 외면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때마다 힘을 주셨던 건 유가족들의 말씀이었다. 


우리 영화에서 나오는 방식이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지만, 세월호가 잊혀지는 게 두렵다는 그 말씀 때문에 

이렇게라도 말하는 게 침묵하는 것보다 낫겠다 생각했고 앞으로 나오는 영화에서 이런 얘기가 공론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느낀다. 우리 영화가 상업영화로서 이런 얘기들을 담론화 시키는 영화라 부담도 되고 두려움이 남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태프, 배우들이 2년동안 치열하게 찍은 영화이니 그들의 진심이 잘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어필했다.


★ (1.0/5.0) 


Good : 상업적인 오락영화가 맞다.

Caution : 통쾌한 액션영화는 아니다.


●시사회 공지에도 '대상: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일부 에피소드의 모티브로 차용한 수준이고, 전반적인 흐름은 실제 사건과 연관성이 적다"고 선을 그었다.


● 캐릭터는 죄다 나쁘지만, 권태주를 연기한 박해준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독전>에서 박선창도 잘 소화했는데, <악질경찰>에서도 연기가 좋았다.


●'악질경찰'라는 '조필호(이선균)'가 영화에선 악랄해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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