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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Mar 20. 2019

생일 (2019), 소재를 다룰 때에 지녀야 할 예의

 

[줄거리] "2014년 4월 이후... 남겨진 우리들의 이야기"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수호’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정일'과 '순남'의 가족.

어김없이 올해도 아들의 생일이 돌아오고, 가족들의 그리움은 더욱 커져만 간다.


수호가 없는 수호의 생일.

가족과 친구들은 함께 모여 서로가 간직했던 특별한 기억을 선물하기로 하는데...

1년에 단 하루. 널 위해, 우리 모두가 다시 만나는 날.

"영원히 널 잊지 않을게."





《생일 (Birthday, 2018)》후기·리뷰_소재를 다룰 때에 지녀야 할 예의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서는 힘이

자신의 고통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데이비드 그린버그가 쓴 <힘과 용기>라는 시 구절이다. 이 시구처럼  <생일>을 관람하려면 힘과 용기가 필요하다. <생일>은 세월호 때 아들을 잃은 한 가족의 이야기다. '유가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극본을 쓴 이종언 감독은 오랫동안 자원봉사를 하면서 유가족들을 면밀히 관찰했다. 


그의 카메라 프레임 안에는 정치적 이념도 없고, 오로지 상처 받은 이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지에만 집중했다.


아들 ‘수호’를 잃은 뒤 하나뿐인 딸과 아등바등 살아내고 있는 ‘순남’(전도연)과 

외국에서 일하느라 아들의 죽음마저 지키지 못한 ‘정일’(설경구), 

여기서 신파의 공식은 적용되지 않는다. 전반부부터 주인공 가족을 담담히 지켜본다.


겉으로는 내색않지만 속으로는 오빠를 잊지 못하는 여동생 예솔(김보민)과 

아버지 ‘정일’(설경구)은 외국에서 일하느라 살아생전 아들 곁에 못 있어줄 걸 후회하고,

어머니 ‘순남’(전도연)은 아직 아들 ‘수호’이 죽었다는 사실을 온전히 수용하지 못한다. 

주인공 가족과 친한 이웃들과 가족들이 그들의 곁에 든든히 버텨준다. 

순남이 자꾸 선을 그어도 끝까지 품으려는 ‘세월호 유가족’ 모임까지 연대와 공감의 힘을 보여준다. 



제일 좋았던 게, 똑같은 유가족이지만, 상실감을 견뎌내고, 삶을 지탱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무작정 신파로 내달리지 않고, 소재를 조심스럽게 다룬다. 플래시백도 남발하지 않고, 민감한 건 최대한 돌려서 말하고, 강요가 될만한 울음도 피한다. 이런 세심한 연출력 못지않게 연기도 좋았다. 정일이 잘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님에도 설경구의 마지막 오열 장면은 가슴 뭉클했고, 순남이 트라우마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연기한 전도연은 가히 놀랍다.



<생일>은 세월호 사고 이후 뉴스 장면에서 봐왔던 현실보다 훨씬 따뜻하게 위로와 치유의 테마가 120분간 펼쳐진다. 보면서'저게 말이 돼?'라며 당시 복잡했던 상황을 회고해보지만, 어느새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세월호'라는 국가적 재난이 주는 무게감이 커서일까? 30분짜리 롱테이크로 찍은 생일 장면 때문일까?

이종언 감독의 진심이 느껴져서일까? 어쨌거나 <생일>은 전혀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데도 도리어 그 담담함에 더 찡해졌다. 



★★★☆ (3.5/5.0) 


Good : 진정성 있는 위로의 메시지 

Caution : 도돌이표같이 반복되는 힐링 마법!


●영화 보실 분들 손수건 꼭 챙겨가세요!


●설경구는 대사가 잘 안 들리는<우상>때문에 <생일>의 엔딩장면의 후시녹음을 자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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