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Mar 25. 2019

어스(Us, 2019), 배타성에 관한 환상특급

영화 어스 리뷰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이와 같이 말하노라 보라, 내가 재앙을 그들에게 내리리니 그들이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그들이 내게 부르짖을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할 것인즉." 예레미야 11장 11절 말씀이 <어스>에서 2번 언급된다. 과연 어떤 재앙일까? 살펴보자!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을 소재로 한 <겟 아웃>로 큰 성공을 거둔 필에게서 소포모어 징크스 따윈 찾아볼 수 없다. 개인적으로 <겟 아웃>보다 더 재밌게 보았다. <어스>는  '우리(US)와 똑같이 생긴 가족과 만나며 겪는 일을 다루고 있다. 전작 <겟 아웃>과 마찬가지로 언뜻 가족드라마처럼 보인다. 그러나 필이 영감을 얻었다던 <환상특급>과 매우 흡사하다. 포스터 속 가위로 대변되는 피칠갑은 슬래셔 장르를 떠올리지만, <어스>의 뼈대는 미스터리 호러이다. 게다가 M. 나이트 샤밀란처럼 반전도 등장한다.


그러므로 영화 속 등장하는 모든 장면마다 상징과 복선을 심어놨다. '어스(Us)'라는 제목부터 다의적이지 않은가?  '우리들'로도 읽히지만, '미국(United States)’을 뜻하는 US일수도 있다. 어떻게 해석하든 간에 영화 전체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한다. 


확실히 <어스>는 <겟 아웃>의 인종차별을 초월해 훨씬 확장된 주제를 담아냈다. 이는 영화의 형식에서도 알 수 있다. 사실 이런 가족드라마는 원래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다.이렇듯 흑인 가족이 등장하는 그림 자체도 신선하지만, 어둠 속에 숨어버리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게 '도플갱어'라는 설정 와 연결되면 영화 속 '정체성'이라는 주제와 의미를 더 부각하기 때문이다. 중반부에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Hands Across America)’ 운동을 통해 빈부격차도 슬쩍 건든다. 


줄거리를 살펴보자. 엄마, 아빠, 딸, 아들로 구성된 4인 가족이 여름휴가를 간다. 

그날 밤, 그들과 똑같이 생긴 빨간 유니폼을 입은 도플갱어들이 그들을 습격하죠.


여기서부터 관객과의 퀴즈가 시작되지요. '진짜'와 '가짜'라는 정체성을 둘러싼 술래잡기가 펼쳐지지요.

과연 지금 스크린 속에 나타난 윌슨 가족이 사람이 맞는지, 도플갱어는 아닌지. 풀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놀이공원 오프닝, 가위와 토끼, 거울 등 힌트 덕분에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후반부에는 이에 대해 설명도 해준다. 다만, 보통 호러영화가 그렇듯 이치에 딱딱 들어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반전도 예측 가능하고 당연한 결말로 끝맺음한다. 적당히 모호하지만, 나름 명쾌한 진행을 하므로 이야기 전체가 신선하면서 납득이 간다. 게다가 다음 장면을 쉬이 예상할 수 없으므로 호러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것 같다.


겨우 2번째 작품인 마이클 에이블스의 음악도 진짜 끝내준다. 마치 '호러영화엔 이런 음악이지'라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1980)>에서 볼 수 있었던 미장센과 촬영기법이 고스란히 쓰였다.


<나 홀로 집에>, <죠스> 티셔츠,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뮤직비디오, N.W.A의 Fuck Tha Police, 자넬 모네의 I Like That, 비치 보이스의 Good Vibration 등 다양한 문화적 유산에 빨대를 꽂았다. (미국 문화에 밝으시다면 더 즐길수 있다)


<어스>의 재미있는 점들 중 하나는, 윌슨 가족 전원이 '도플갱어'까지 1인 2역을 한다는 점이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동시에 연기하지만, 각자 도플갱어와 완벽한 대칭을 이루기보다는 은밀한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그중 루피나 뇽오가 가장 복잡한 감정연기를 섬세하게 펼쳤다.괜히 차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그녀가 언급되는 게 아니다. 그밖에, <심슨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윈스턴 듀크의 코미디 연기도 좋았다. 


<겟 아웃>가 주제가 명확했다면, <어스>는 모호하다. 굳이 인종차별에 초점 맞추지 않아도 영화에 대해 할 얘기가 무궁무진하다. '가족'과 '미국'이라는 공동체에 관해 수많은 해석이 가능할 정도다. 그리고 웃긴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겟 아웃>보다 무서웠다. 이 말인즉슨, <겟 아웃>보다는 (<샤이닝>을 오마주 할 만큼) 호러 장르의 문법에 가깝다. 액션 동선도 잘 짜였고, 서스펜스도 훌륭하다. 그렇지만, 조던 필 감독은 <겟 아웃>처럼 노골적인 메시지를 띄우지도 않았고, 샤밀란처럼 반전에 올인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자극적인 피칠갑과 고어 묘사도 두드러지진 않았다. 


그럼에도 <어스>가 무서운 까닭은 '물리적인 폭력'보다는 '정체성의 혼란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가 더 크다. <어스>는 극장 밖을 나서면 단순한 영화상의 공포가 아니라 실제 벌어지는 비극임을 직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스포를 피해서 힌트를 주자면, "아무리 선(善)으로 합의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어떠한 기준은 필히 구분과 차별을 낳게 되고, 그것은 권력이 되고 폭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노자의 말씀은 <어스> 뿐 아니라 혐오의 시대에 딱 어울리는 구절이 아닐 수 없다. 



★★★★ (4.2/5.0) 


Good : (끝내주는) 올해의 공포영화

Caution : 모든 장면이 단서이자 복선이다!


●도플갱어(Doppelgänger)란 독일의 전설에서 유래했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이질적인 존재'를 뜻한다. 전설에 따르면 도플갱어는 육체에서 영혼이 분리되어 실체화된 것으로 자신의 도플갱어를 목격하면 머지않아 죽음을 맞게 된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조던 필 감독이 루피타 뇽오에게 참고할 영화 10편을 줬다고 한다. 명단은 환생, 샤이닝, 바바둑, 팔로우, 장화, 홍련, 새, 퍼니 게임,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 렛 미인, 식스 센스이다.


●감독曰 "이 영화를 통해 나는 아주 분명한 의미와 코멘터리를 담고자 했지만 동시에 모든 사람들에게 각자 의미가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큰 틀에서 보면 이 영화는 이 나라 (미국)에 대한 영화다. 이 영화 각본을 쓰려고 할 당시에 미국을 보니 우리 모두는 각자 남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우리 집에 침입하는 괴한이든 우리 직장을 가로채는 그 누군가든 아니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갖고 투표를 하는 사람이든 남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우리는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비난하지만 실은 그 괴물은 자신의 얼굴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악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서 나오는지도 모른다" 


●조던 필 감독 멘트 <겟 아웃 : 미국이 낳고 한국이 키워준 영화>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매거진의 이전글 생일 (2019), 소재를 다룰 때에 지녀야 할 예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