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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Mar 28. 2019

영화 덤보, 원작의 정서와는 멀다.

(Dumbo, 2019) 후기

시나리오 작가 에런 크러거<트랜스포머2,3,4, 공각기동대>의 새로운 버전은 1941년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했다. 64분짜리 원작 애니메이션을 114분으로 늘리면서 실사판은 인간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 우화를 가족드라마로 바꿔놓았다. 덤보를 업신여기는 다른 코끼리들을 전부 빠지고, 서커스단 단장과 다른 서커스단 단원들에게 돌아갔다. 그 과정에서 덤보를 일으켜주는 생쥐 티모시와 비행을 가르쳐주는 까마귀들의 역할은 홀트와 두 남매에게 맡겼다. 


먼저 줄거리부터 살펴보자, 망해가는 서커스에서 태어난 아기 코끼리 덤보는 애물단지다. 덤보는 귀만 크고 뒤뚱거리는 탓에 서커스단의 놀림거리로 전락해버렸다. 이에 서커스 단장 메디치(대니 드비토)는 덤보에게 크게 실망한다. 


어느 날,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팔 하나를 잃은 채 돌아온 왕년의 서커스 스타 홀트(콜린 파렐)와 

그의 아이들 밀리(니코 파커)와 조(핀리 호빈스)에 의해 덤보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이 알게 되고, 

엔터테인먼트계의 거물 사업가 ‘반데비어(마이클 키튼)’가 ‘덤보’를 돈벌이에 활용하기 위해 접근한다. 

그는 자신의 최신식 놀이 공산 '드림랜드'에서 공중 곡예사 ‘콜레트(에바 그린)’와 짝을 이뤄 덤보를 스타로 만들 야심에 들뜬다. 이 와중에 덤보와 인간 친구들은 '드림랜드'를 둘러싼 쇼 비즈니스계의 어둠을 목격하게 되면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반데비어와 맞선다. 


그런데 캐릭터 설정이 평면적이다. 밀리역의 니코 파커는 연기가 딱딱할 뿐 아니라 과학자 설정이면서 역할이 없다. 과정을 그리지 않으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조는 그냥 병풍이다. 제일 문제는 마이클 키튼이다. 마치 '비틀쥬스'처럼 연기하는데 <덤보>의 악역인만큼 그의 전작<파운더>처럼 냉혹하고 무자비한 자본가처럼 연기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에런 크러거의 극본은 인간 캐릭터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서 영화 속에서 덤보는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부차적인 캐릭터로 보일 때가 많다. 원인은 간단하다. 에런 크러거가 너무나 많은 캐릭터들이 붐비는 탓에 이야기가 길게 늘어뜨려졌다. 팀 버튼은 원작 소재의 힘과 장인다운 현란한 영상미로 단점을 가린다. <덤보> 원작이 가진 장애가 오히려 재능이라는 주제의식을 간과했다. 극중 홀트와 두 남매가 덤보를 응원하면 모든게 해결된다. 이러니까 원작에서 장애와 불우한 환경에 굴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희석된다. 


이런 시나리오 상의 단점을 팀 버튼 특유의 이방인 정서가 빈틈을 메운다. 원작에 깊이 내제된 아웃사이더 기질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버튼이 그간 다뤄온 미운 오리 새끼 주인공들과 매우 유사하다. 남들과 다름이 놀림감이 아니라 선물이며, 소외된 자들이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팀 버튼의 철학 말이다. 결국 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는 원작의 매력을 계승하지 못하고, 버튼이 얼마나 상상력이 대단한지만 새삼 느끼게할 뿐이다.


#디즈니 표 가족영화의 전형 


<덤보>는 전형적인 가족영화이자 아웃사이더를 그리는 전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직선적인 이야기는 쉽고, 예상 가능하지만 단 한순간도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볼거리도 풍성하다. 웃음과 감동, 화려함까지 가히 <덤보>는 111분 러닝타임에 동원 가능한 거의 모든 엔터테이닝 요소를 넣었다. 주요 무대가 되는 테마파크 드림랜드에서 화려한 서커스와 퍼레이드는 물론 수십 명의 댄서가 동원된다.


콜린 앳우드(Colleen Atwood)가 제작한 의상만 무려 700여 벌이다. 그리고 나는 코끼리 덤보의 비행 장면은 팀 버튼답게 환상적이다. 그리고, 팀 버튼과 주로 작업하는 작곡가 대니 엘프만에 ‘베이비 마인(Baby Mine)’도 아주 감각적이다. 아마도 디즈니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선물은 없을 것 같다. 




#디즈니의 자아비판


'드림랜드'로 대변되는 반데비어(마이클 키튼)의 모습은 흡사 현재의 디즈니와 매우 유사하다. 컨텐츠를 사들이는 반데비어가 벌이는 사업방식은 디즈니가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경영전략과 닮았다. 대공황이 벌어지기 10년 전인 '1919년'이라는 배경도 의미심장하다. 공황이 일어난 원인 중 하나가 독과점이기 때문이다. 


영화속 메디치 형제의 서커스가 '디즈니 고전'이라면, 그 추억을 돈벌이수단으로 실사화한건 현재 디즈니 모습이다. 디즈니는 놀랍게도 자아비판조차 상업적으로 활용한다.  <마블 스튜디오>와 <스타워즈>가 여성과 흑인 등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거처럼 말이다. 그러나 '20세기 폭스'마저 집어삼킨 주류공룡(디즈니)이 던지는 비주류 예찬이 쉽게 와닿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양극화가 너무나 극심한 현실 세계에서 문화콘텐츠만으로 대리만족시켜줄 단계는 넘어섰기 때문이다.


#팀 버튼이 가진 예술에 관한 고뇌


상업성이 중시되는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예술관을 지켜간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팀 버튼은 30년간 이상 자신의 신념을 고수해왔다. 그만큼 팀 버튼 영화는 개인적이라는 의미다.


<덤보>에서 팀 버튼 특유의 기괴하고 몽환적인 악취미는 생각보다 절제되어있고, 전작 <에드 우드>와 <빅 아이즈>처럼 예술관과 상업성이 공존하는 고민을 슬쩍 드러낸다.


어쩌면 버튼은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파는 '맥스 메디치(대니 드비토)'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게 아닐가? 극중에 등장하는 '양심선언'은 창의성을 제한하는 헐리우드 스튜디오에 대한 그의 일침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 (2.5/5.0) 


Good : (디즈니스러운) 따뜻한 가족영화

Caution : 얄팍하고 전형적인 극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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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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