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Apr 04. 2019

샤잠 리뷰,소년만화적인 코믹스정서를 읽다.

[Shazam!, 2019] 후기

[줄거리] 모든 히어로의 능력이 하나로 모였다!

여섯 신에게 축복을 받아 솔로몬(Solomon)의 지혜, 헤라클레스(Heracles)의 힘, 

아틀라스(Atlas)의 체력, 제우스(Zeus)의 권위, 아킬레스(Achiles)의 용기, 머큐리(Mercury)의 스피드까지 우연히 슈퍼 파워를 얻게 된 소년.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악당을 물리치는 슈퍼히어로로 다시 태어난다!

주문을 외쳐라, ‘샤잠’!


《샤잠 (Shazam!, 2019)》후기·리뷰_소년만화적인 원작의 정서를 읽다.

#원작코믹스를 최대한 반영하다.

(줄거리처럼) 개구쟁이 소년이 하룻밤 사이에 어른이 되어버린 후 겪는 좌충우돌을 그린 <빅 (Big, 1988)>의 슈퍼히어로버전같다.(실제 오마주도 나온다.) 누구나 10대시절에 어른이 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 일이 있을 것이다. <샤잠>의 원작코믹스는 소년만화의 정석을 추구했다.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천진난만함이 과거 70년대에 [샤잠 코믹스]가 슈퍼맨조차도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했으며, 영화는 영리하게도 원작의 정서를 잘 살렸다.


그래서 <샤잠>은 14살 소년의 시점으로 진행되고, 아이가 슈퍼파워를 얻고서 우쭐되는 대목에서 코미디가 튀어나온다. 히어로영화의 클리셰를 뒤집는 유쾌함이 있다.


그와 동시에 <레디 플레이어 원>, <범블비>, <캡틴마블>처럼 8090년대 레트로한 영화다. 

<샤잠>이 '빅' 이외에도 '나 홀로 집에', '구니즈', '백 투 더 퓨처', 'E.T.' 같은 작품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이 2 조건을 결합하면, 자연스레 '아동 취향의 가족영화'라는 성격이 드러난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샤잠>은 1g도 진지하지 않다. 고로 일부 성인관객들에게는 <샤잠>이 '유치'하다는 생각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속내를 들여다보자



#가족에 대한 정의를 재고하게 만들다.

DC는 영리하게도 소년만화적인 원작코믹스의 향수를 되살리면서 (21세기 정보화사회 이후) 결혼기피, 이혼, 고령화, 저출산 등으로 붕괴되는 가족 공동체를 다룬다. 위탁가정을 통해 '대안가족'을 제시함으로써 관객들로부터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넓혀간다. 빅터와 로사 부부의 성숙한 태도는 '부모란 어떠해야하는가?'에 대한 모범답안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샤잠>은 삼촌부부의 애정 아래서 성장한 <스파이더맨> 보다는 청소년의 일탈을 다룬 <크로니클>에 가깝다.  하지만, <크로니클>처럼 막 나아가진 않는다. 


빌리 뱃슨 역의 재커리 리바이는 그냥 끝내준다. '어른의 몸을 지진 초딩'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프레디 역의 잭 딜런 그레이저는 아역과 성인 배우를 맞상대해야 함에도 흔들림 없이 연기한다. 그의 코미디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극중 빌리 뱃슨의 행보를 가만보면, 혈연중심주의에서 벗어난 진지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음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후반으로 진행될수록, 피붙이가 아닌 남남인 형제자매들이 어떤 형재애를 발휘하는지도 지켜보길 바란다. '힘이란건 나눌 사람이 없으면 쓸모없는 것'라는 대사로 대변되는 <샤잠>만의 독특한 철학도 만나볼 수 있다. 




# 문제는 번역과 감독에게 있다.

<샤잠>은 8500만불짜리 중저가 히어로영화다. <데드풀>같은 저예산은 아니지만, <맨 오브 스틸>의 1/3에 불과하다. 반대편 <캡틴마블>도 여타 1편들처럼 액션을 많이 보여주지 않았던걸 떠올려봐라! 즉 <샤잠>가 내세울 무기는 (앞서 말했듯이) 유머와 감성이다. 그런데 우리는 원어민이 아니다. 전작 <아쿠아맨>과 마찬가지로 번역이 별로다. 코미디영화에서 늬앙스와 의미전달이 안 되니 분명 웃긴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데이비드 F. 샌드버그는 앞서<라이트 아웃>과, <애나벨: 인형의 주인> 같은 호러전문 감독이다. 제임스 완이 <아쿠아맨>에서 힘을 많이 뺀데 반해 샌드버그는 지나치게 호러스럽다. 샘 레이미도 <스파이더맨2>에서 닥터 옥토퍼스가 탄생하는 과정을 호러스럽게 연출했지만, 청소년 성장물이라는 기조와 유리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샌드버그는 가족영화치고는 지나치게 어둡고, 히어로영화로는 '빌런과의 사투'가 적었다.



#<총평>DCEU 최고의 극본

이제 총평을 해보겠다. 

첫째 DC 답지 않게 극본에 굉장히 공을 들였다. 원작과 달리 차기작 <블랙 아담>을 위해 블랙아담(드웨인 존슨)을 빼고, 오로지 시바나 박사 (마크 스트롱)이 7대 죄악과 엮이는 식으로 꽤 신선하게 풀어냈다. 그리고 시바나 박사 같은 과학자가 왜 그리 마법에 집착하는지 동기에 대한 설명이 짧았다.  


둘째, 벤자민 월피쉬가 작곡한 스코어(영화음악)가 약했다. 

요즘 유행하는 한스 짐머 류와는 다른 고전적인 스코어였지만, 지나치게 영화 내용과 매치를 이뤄서 뻔하게 들렸다. 


이런 단점을 제외하고는 주인공의 여정과 성장, 주제, 빌런과의 대립이 잘 짜여 있다. 유치하고 뻔한 초반부 에피소드가 후반에 긴요하게 쓰이는 구성은 매우 탄탄하다. 그러면서도 DC 히어로들 한 번씩은 언급해준다. 


왜 쫄쫄이부터가 유치찬란할까?  <사잠>은 슈퍼맨을 표절했다고 소송을 당할 만큼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영웅상이다. 소년만화답게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극중 빌리 뱃슨은 중학교 2학년 정도다. 누구나 중2병이던 시절이 있지 않은가? 이처럼 <샤잠>은 코믹스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1938년부터 1954년까지 '골든 에이지 (Golden Age)'시기를 추억한다. 




<번외>북미와는 살짝 다른 국내반응이 예상된다.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토르 : 라그나로크>, <블랙팬서>, <캡틴 마블>처럼 스페이스 오페라풍의 슈퍼히어로물이다. 쉽게 말해서 비현실성을 바탕에 뒀다. 자! 여기서 리얼리즘계열 히어로물의 대명사<다크 나이트>를 소환해보자! 갑부이면서 무법자인 배트맨, 혼돈의 화신같은 조커, 선에서 악으로 타락한 투페이스 같은 존재는 실재가 아닌 가상이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도널드 트럼프, 이재용 같은 재벌들이 범죄자와 맞써는 일은 현실에 없음에도 우리는 배트맨에 열광한다.


우리는 '영화는 현실이 아니다'라는 기본명제를 가끔 까먹는다. 흙수저 아가씨가 (한순간에) 재벌집 며느리가 되는 한드와는 다르게 이상하리만치 영화에는 리얼리즘 혹은 개연성을 강조한다. 영화뿐 아니라 모든 예술장르는 허구의 요소들로 이루어졌다. 각본, 연기, 의상, 분장, 소품, 세트, 음향과 음악까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든 가짜다. '버닝선사태'같은 걸 어떤 작가가 상상해내겠는가? 이는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이건만, 동시에 잊어버리기 쉬운 진리기도 하다. 


작년 한해 가장 논란이 많았던 <블랙팬서>를 툭 까놓고 말을 해보자. 이 영화의 최종대결은 급하고 약했다.

이처럼 <블랙팬서>는 한계가 명확한 작품이다. '와칸다'라는 가상의 공간을 소개하느라 '영웅의 각성'과 '악당과의 대결'부분이 축소됐다. 그리고,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과학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가축과 냉병기가 등장시키는 비논리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관객들은 열광했다. <스타워즈>에는 '광선검'이라는 열병기도 아니고, 냉병기도 아닌 구식무기가 나온다. 반대로 '왜 미국관객들은 너그러울까?'를 생각해보길 바란다. <스타워즈>는 냉병기에서 열병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30년전쟁'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베이스에 깔고 있고, 서구관객에겐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다. <블랙팬서>의 액션은 중부 아프리카 부족간의 항쟁(정확히는 줄루 족)을 모티브로 다뤘다. 그래서 부족연맹체적 국가성격을 서두에 깔아 둔 것이다. <샤잠>같이 비현실적이고, 유치한 아동취향 히어로물은 <스페이스 오페라>가 한국에서 안 먹히는 이유랑 똑같다. 


우리는 '장르'에 대해 엄격하다. 우리가 오랫동안 만들어보지도 않았고, 폭넓게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의 장르문화가 90년대쯤되어서야 수입되어졌다. 미국은 지난 세기부터 장르를 정립하고, 외연을 확장했다. 이런 차이가 <샤잠>에 대한 국내와 해외 반응이 다른 이유 일 것이다. 



★★★☆  (3.5/5.0) 


Good : 원작코믹스의 10대 정서를 고스란히 재현하다. 

Caution : 맛깔스런 코미디를 죄다 딱딱하게 번역해놨다.


●제커리 리바이는 토르 시리즈의 '판드랄'로 출연한 바 있다. MCU와 DCEU  둘다 나왔다.


●두번째 쿠키영상까지 DCEU 단일 영화에서 이렇게 많이 유니버스의 연계성을 드러낸 영화는 없었다. 

첫번째 쿠키에 나오는 빌런은 후속편에 나올 예정인 '미스터 마인드'다.


●샤잠의 원래 이름은 <캡틴 마블>로, 1940년 포싯 코믹스가 출판한 코믹스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이듬해 디텍티브 코믹스(DC 코믹스의 전신)가 "슈퍼맨을 표절했다"라며 포싯 코믹스에 소송을 걸었고, 긴 법정 공방 끝에 DC 코믹스가 캡틴 마블의 소유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두 회사가 공방을 벌이던 사이 마블 코믹스가 자사 캐릭터 캡틴 마블의 상표권을 취득하면서, 결국 DC 코믹스는 캡틴 마블의 이름을 샤잠으로 바꾸게 된다.


●말이 나온김에 영화'빅'의 일화를 소개하겠다. 당시 20세기 폭스 영화사 간부들은 흥행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때, 20세기 폭스 사장이 간부들에게  "총으로 사람을 마구 학살하고, 자신은 멀쩡한 액션물은 말이 되는지 알아?"라면서 제작을 강행했고, 그 결과, 1억 5100만불이라는 초대박을 터뜨렸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