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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pr 09. 2019

미성년, 한국의 샘 멘데스 탄생

(Another Child, 2018) 리뷰

[줄거리] "알아?" 

"어떻게 모르냐. 배가 불러오는데..."


같은 학교 2학년 주리(김혜준)와 윤아(박세진)가 학교 옥상에서 만났다. 최근 주리의 아빠 대원(김윤석)과 윤아의 엄마 미희(김소진) 사이에 벌어진 일을 알게 된 두 사람. 이 상황이 커지는 것을 막고 싶은 주리는 어떻게든 엄마 영주(염정아) 몰래 수습해보려 하지만 윤아는 어른들 일에는 관심 없다며 엮이지 않으려 한다. 


그때, 떨어진 주리의 핸드폰을 뺏어든 윤아는 영주의 전화를 받아 그동안 감춰왔던 엄청난 비밀을 폭로해 버리고, 이를 본 주리는 멘붕에 빠지게 되는데…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성년 (Another Child, 2018)》 후기·리뷰 _한국의 샘 멘데스 탄생

#연출 목표는 개성 있게 찍는 것!


원래 연극 연출을 했던 김윤석은 2014년 12월 어떤 창작 희곡을 보고서 자신의 연출력을 조심스럽게 연습해본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두 학생이 부모의 불륜으로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미성년>은 식상한 소재인 불륜 그 자체를 다루는 대신 4명의 인물들의 내면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한마디로, 사건보다는 그 여파가 인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카메라에 담으려 애쓴다. 여기서 트릭을 꺼낸다.


바로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니 꽤나 신선하게 다가온다. <미성년>은 '어른 같은 아이, 아이 같은 어른'을 대조시킨다. 성인보다 의젓한 여고생들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은 문제를 일으켰지만, 방관하는 대원과 미희와 정확하게 대비된다. 


특별할 것 없는 치정극은  대원(김윤석)을 '안타고니스트(Antagonist=주인공을 가로막는 적대자)'로 놓지 않고 무기력하고 우유부단하게 그린다.  이 작은 차이가 확실한 개성을 발생시킨다. 게다가 불륜녀와 조강지처가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엄마와 아빠의 외도로 인해 상처받는 두 여고생이 유대감을 형성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대한 힌트가 감독 인터뷰에 있다.


김 감독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나이를 먹고 어른이라는 외형을 갖지만, 죽는 날까지도 성숙해지려고 노력할 뿐이다.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돼서 대학 가면 된다고 생각할 뿐이지만, 어른들은 점점 죽음에 가까워가는 처지이니까 오히려 아이들보다도 더 불안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종교에 기대거나 불륜에 빠진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장 실수하는 것이 그 상황에 무뎌지는 것이다. 자기 식으로 해석해야만 세상 살기 편해지니까. ‘내 행동이 옳아’라는 사고를 자신의 방패로 삼는다."라며 <미성년>을 읽는 힌트를 줬다. 


#연기자 동료이자 선배여서 가능했던 것


김윤석 감독은 등장인물마다 연민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좋은 쪽과 나쁜 쪽을 나누지 않고 균형감 있게 대사를 썼다. 데뷔작치고는 꽤나 설득력 있고, 안정감 있다. 특히 불륜에 자동적으로 따라붙는 불쾌함과 거부감을 최대한 덜어냈다. 아이들만의 성장을 이끄는 게 아니라 병실 장면에서는 어른들의 성장도 이끌어낸다. 개성 있는 영화를 찍겠다는 포부처럼 도 읽힌다.


연기자 출신 감독들이 그러하듯 연기 디렉션이 잘 된 편이다. 실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작업한 배우들도 편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김윤석 본인 캐릭터를 최대한 죽이면서 김혜준, 박세진, 김소진, 염정아 캐릭터를 살리는데 최대한 주안점을 뒀다.


다소 후반부 진행이 급하고, 충격적인 결말이 있긴 하지만, 오랜만에 서사와 인물이 살아있는 작품을 만났다. 뻔한 충무로 흥행공식에 지친 관객들이라면 이 개성 있는 <미성년>을 만나보길 바란다. 


앞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순간을 포착할 것'라고 포부를 밝힌 김윤석 감독의 차기작이 보고 싶다.




★★★ (3.1/5.0) 


Good : 올해의 데뷔작 

Caution : 다소 불편한 결말


● 샘 멘데스도 연극 연출에서 출발해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이보람 작가의 2014년 12월 젊은 연극인들의 창작 희곡이 원작이다.

단지 정식 공연이 되지 않았고 제목도 달라서 홍보되지 않은듯싶다. 


●요즘은 별로 안 쓰는 1.85:1 화면비와 여고생들이 움직일 때는 핸드헬드와 스테디캠의 중간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로닌 2’라는 장비로 촬영했다. 그래서인지 <미성년>은 독립영화적인 느낌도 강하게 든다. 김윤석 감독 인터뷰에 의하면 "예산상의 한계"로 그렇게 작업했다고 한다.


● 김윤석이 대원을 맡은 까닭은 간단하다. 대원이 호감형 캐릭터가 아닌 데다가 연기하기 까다로운 캐릭터이기 때문에 캐스팅에 난항을 겪었다.고심 끝에 자신이 직접 대원이 되기로 했고, 뒷모습이나 옆모습이 주로 보이게 정면샷을 최대한 피해가며 대원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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