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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pr 17. 2019

유랑지구, 대륙의 SF굴기

流浪地球.The Wandering Earth.2019

[줄거리] 가까운 미래, 태양이 확장하면서 적색거성화 되고, 지구에 온갖 재해가 발생하면서 인류는 멸망의 위기에 빠진다. 지구정부는 지구 곳곳에 지하도시를 건설하여 인류를 도피시키고, 여러 곳에 행성추진기를 건설하여, 광속의 0.05%의 속도로 2500년간 항해하여 지구를 알파 센타우리계로 옮긴다는 계획 (유랑지구 프로젝트)을 세우고 실시한다. 


17년간의 항해 끝에 지구는 목성 궤도를 지나게 되지만, 목성의 강한 인력권에 지구가 빨려 들어가면서 유랑지구 프로젝트는 위기에 처한다.


《유랑지구 流浪地球. The Wandering Earth. 2019》후기·리뷰_대륙의 SF굴기 


#참신한 세계관을 가진 SF우주재난영화 

<유랑지구>는 SF소설에 있어서 노벨문학 상격인 휴고상을 받은 류츠신의 '삼체(三體)'의 설정을 가져와 <아마겟돈>과 <투모로우>, <지오스톰>같은 SF 재난물로 각색했는데, 그 기술력이 할리우드 못지않았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제작진의 90%가 중국인으로 구성돼 있고 특수효과도 4분의 3은 중국에서 만들었다는 점이다. 


일단, 재난영화의 규모로는 할리우드 전체를 뒤져봐도 사상 최고의 스케일을 자랑한다. 

왜냐하면, 지구를 태양계 밖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목성마저 박살 내는 대륙의 기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통 SF인 원작에서 중요 설정만 가져와서 인지 <유랑지구>는 자연과학을 다루는 '하드 SF'나 사회과학을 다루는 '소프트SF' 보다는 가족주의를 내세운 상업 대작이다. 단지 주인공만 '중국인'일 뿐 <유랑 지구>가 하는 이야기는 할리우드 재난 공식을 복제한 <해운대> 같은 국내 재난영화와 거의 유사하다.


스토리는 낡았지만, CG와 FX(특수효과)는 미국 언론에서도 상당히 찬사를 보냈고, 국내업체가 30% 정도 수주해 맡았다고 한다. 각색된 시나리오가 원작의 치밀함을 따라가지 못하고, 편집도 고르지 못하지만, '가족주의와 인류애'를 내세우는 감성적인 호소로 빈틈을 메꾼다.


다만,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백 스토리가 옅어서 부자간의 갈등이 와 닿지 않아 아쉬웠다. 그래도 사건과 위기가 끊임없이 이어져서 지루하진 않았다.  



#고리타분한 프로덕션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기술력이다.

<유랑 지구>는 지구 자체를 다른 항성계로 이주시킨다는 참신한 세계관을 제시한다. 

그런데 <유랑 지구>의 프로덕션 디자인(미술)은 여러 SF영화들이 절로 떠오른다. 


인공지능 MOSS는 당연하게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 9000과 매우 흡사하다. 

우주정거장 영항자 (領航者)호에서 류 페이창(오경)이 벌이는 우주유영은 <그래비티>의 오프닝 같고, 

'지하성'이라 불리는 지하도시 장면은 <블레이드 러너>의 LA장면과 대단히 유사하다. 


지구가 태양에서 멀어짐에 따라 영하 80도의 강추위가 지배하는 지표면은 <투마로우>와 <설국열차>가 연상되고, 상하이 지진 장면은 <2012>가 떠오르고, 목성 장면은 <인터스텔라>가 절로 연상되었다. 


그래도 목성의 대적점에 대한 몇 가지 뛰어난 해석과 마치 빙하기를 맞은 듯한 세계에 대한 표현, 디테일한 세트 디자인, 희망적이고 인도적인 메시지만큼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에게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중국 스스로 이 정도 수준의 SF 블록버스터를 만든다는 점에서 할리우드에 대항할만한 시장은 역시 중국뿐임을 실감케 한다. 



# 중국뽕은 얼마나 될까?

'중국인만이 세계를 구할 수 있다'라고 한 중국 언론과 달리 생각보다 국뽕은 옅었다.

우주정거장이 중국이 건설했고, 지구를 구한다는 아이디어가 중국 불꽃놀이에서 착안했다는 정도만 빼면 말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유랑 지구>는 중국이 패권국으로써 군림하고 싶음을 드러낸다.

바로 지구연합(United Earth Government)이 상임이사국 5개국 위주로 운영된다는 장면이 그렇다.

이때, 공용어로 영어가 아닌 불어를 쓸 만큼 미국을 철저히 배제했다. 역으로 미국을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 (2.5/5.0) 


Good : (할리우드 빰치는) 압도적인 볼거리 

Caution : 신파와 국뽕으로 채워진 허술한 이야기



●영화는 원작과는 플롯이 전혀 다르다. 즉, 영화는 원작의 설정만 가져왔고, 나머지는 모두 영화적 각색이다. 원작에서는 영화의 주된 스토리인 지구가 목성과 충돌할 위기는 나오지 않고, 지구를 알파 센타우리가 아니라 토성 궤도까지 옮기는 것으로 나온다. 


또한 원작은 정통 SF 답게 행성추진기를 부착한 지구가 자전을 정지하고 행성추진기의 연소로 기후변화가 나타나며, 지구가 궤도를 벗어나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묘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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