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기억하는 지난 11년
[줄거리] 인피니티 워 이후 절반만 살아남은 지구, 마지막 희망이 된 어벤져스 먼저 떠난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위대한 어벤져스 운명을 바꿀 최후의 전쟁이 펼쳐진다!
많은 대중을 만족시키는 상업영화는 누구나 쉽게 받아들여야한다. 허나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같은 거대한 공유세계관은 어느정도 연차가 쌓이면 그 공유세계관 자체가 하나의 진입장벽이 된다.
<인피니트 워(이하 인워)>에서 맨 마지막에 "Thanos Will Return(타노스는 돌아온다)"라는 문구가 뜬다. 즉 주인공이 타노스라는 반증이다. 빌런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히어로들이 패배하는 파격적인 구성을 선보여서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무시무시한 공포를 안겨줬다.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지만, 대중들의 예상에서 빗나가면서 어떻게 하면 팬들을 만족시킬지 고민에 또 고민을 한 흔적이 산재해있다. 오죽하면 레퍼런스 삼았던 영화들을 직접 대사로 언급하겠는가? 제작진은 팬보이들을 달래면서도 관객들의 예상을 뛰어넘기위해 최선을 다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캐릭터활용을 색다르게 하거나, 인물들이 가진 지난날의 트라우마(앙금)들을 해소해주고, 깨알같은 카메오를 등장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불호는 왜 갈리는 걸까? 일단 등장인물 수가 지나치게 많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블랙위도우, 호크아이, 워머신, 앤트맨, 로켓, 네뷸라, 캐럴 댄버스까지 총 11명이다. 결국 감독은 원년맴버 중에서도 토니 스타크, 캡틴 아메리카, 토르, 총 3인에게 집중하며 캐릭터 분배하였다.
이렇게 캐릭터 비중을 최소인원에게 집중하지 않았다면 <엔드게임>은 산만한 구성으로 후반부에 급격히 무너졌을 것이다.
<엔드게임>는 지난 11년간 진행되어온 인피니트 사가(Infinity Saga)를 마무리하며 계약이 만료된 배우들을 위한 성대한 송별회 같은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새롭게 런칭되는 스트리밍서비스 '디즈니+'에 새롭게 시작할 드라마와 '영 어벤져스'에 대한 떡밥을 심어놔야했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설명할 수 없는게 아쉽다.
히어로물로는 이례적일정도로 3시간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서사를 차곡차곡 쌓기보다는 지난 MCU영화를 샘플링했다. 기존의 음원을 복사해서 작곡하는 샘플링 방식처럼 지난 마블영화 21편을 셀프오마주하면서 팬무비가 되는 길을 택했다.
결국, <엔드게임>는 MCU 11년 역사를 3시간에 압축해서 그 속에 숨어있는 이스터에그를 찾는 영화가 되버렸다. 문제는 <엔드게임>은 확고한 메인 플롯이 있던 <인피니티 워>와는 다르게 MCU영화, 코믹스, 인터넷 밈까지 마블세계관에 정통하지 않다면 풀기 어려운 시험이 되버렸다. 시험에 안 나올거 같은 구석구석에서 발췌한 문제를 푸는 기분이 든다고할까?
그리고, 디즈니 특유의 가족주의로 개연성의 빈틈을 메운다. 이별을 앞두고 있다는 명분아래 <엔드게임>은 감성에 의존한다.
지난 11년간을 되돌아보고, 원년맴버들을 위한 송별회라고 해서 신파로 치장할 필요는 없다. 루소형제의 초기작들은 죄다 코미디영화였고, <인워>의 씁쓸한 결말와는 정반대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엔드게임>의 구조적 약점은 앞서 말했듯이 등장인물수와 서사분량이 많다는 점이다.
쉽게 설명하면, 전투장면이 등장하다가 대화장면으로 휙휙 바뀌며 맥을 끊어먹는다.
전개와 설명을 하기위해 대화장면이 필요한데, 루소 형제는 유머로 구조적 약점을 가린다.
캐릭터들의 색다른 이면을 끄집어내거나 인터넷에서 회자되던 밈을 이용하거나,
코믹스와 MCU작품들에서 일부 차용하며 유머를 만든다.
코미디를 내세우며, 변화된 캐릭터성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킨다.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탓에 인물들이 지닌 앙금을 힐링하며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끝으로, 액션연출만 따로 보자, 루소형제는 각각 캐릭터들의 특성에 따라 맞춤액션을 부여하는 능력을 뛰어나나 <인워>와 <엔드게임>에서 봤듯이 대규모 전투장면 묘사가 굉장히 투박하다.
<엔드게임>만 따로 놓고보면 러닝타임의 한계가 더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그래도 전개과정 자체가 매끄럽지 않다. 전투상황을 쉽게 파악되지 않았다.
<엔드게임>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만족시키려고 최선을 다했다. 이토록 훌륭한 마무리는 영화역사 전체를 뒤져봐도 없을만치 훌륭하다.물론 오마주가 많아서 (21편을 챙겨본) 마블 팬들로 한정짓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건 <엔드게임>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단점은 히어로 장르가 가진 내재적 한계일 것이다.
히어로물이 결국은 '캐릭터무비' 라는 명제만 재확인시켰다는 의미다.
이토록 한계가 명확하지만, 전례를 찾을 수 없을만치 훌륭한 마무리를 해냈다. 마블이 또 해냈다.
★★★☆ (3.7/5.0)
Good : 팬들을 위한 완벽한 선물
Caution : 21편 복습, 준비되셨나요?
● 쿠키는 없습니다.
●호크아이의 딸로 나온 사람은 조 루소의 딸이다,
심리 모임에 나온 사람도 조 루소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