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 In Black: International, 2019
과거에 흥행했던 프랜차이즈를 연장하는 것은 생각보다 리스크가 크다. 인지도도 높고, 고정팬층에 어필할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시리즈 전체의 평가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최근 '왕좌의 게임'의 마지막 시즌을 떠올려보면, 제가 어떤 의미로 말씀드렸는지 아실 겁니다.)
일단 '후속 편(씨퀄)'이 아니라 '스핀오프'라고 홍보했을부터 느낌이 싸했다. 본부를 미국에서 유럽으로 옮기고, 무대를 마케라 시, 파리, 런던, 뉴욕, 나폴리 등으로 국제화(인터내셔널)했다. 그러면서 에이전트 J(윌 스미스)와 에이전트 K(토미 리 존스)를 대신해 토르와 발키리 조합을 꺼내 들었다. 이렇게 변화를 줬건만 무엇이 문제였을까? 왜 로튼토마토는 터졌고, IMDB에서 혹평을 면치 못할까?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원작의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제목의 "맨 인 블랙"은 '정체불명의 요원'이란 뜻이다. UFO나 외계인 등의 목격자들을 찾아와 정부 요원 운운하며 그들을 취조하거나 위협하는 괴인들을 통칭하는 은어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UFO나 외계인을 봤다는 사실을 절대 누설하지 말라"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이런 음모론을 동명의 마블코믹스가 만화책(정확히는 그래픽 노블)으로 출간했다. 원작 코믹스에선 두 주인공은 둘 다 백인인데, 영화에서는 흑인인 윌 스미스가 등장시키면서 분위기도 환골탈태한다. 배리 소넨필드 감독은 원작 코믹스 속 진지한 음모론을 과감히 빼고, 개그 액션 버디 무비로 탈바꿈시켰다. (음모론에서) 대중을 조종하는 검은손이 아니라 외계인들의 존재를 감추면서 외계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지구 방위대스럽게 변화를 줬다.
로스웰 사건 등 수많은 외계와 관련된 음모론을 풍자하면 그 속에서 유머를 양산해냈다.
그런데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에서의 개그는 거칠게 요약하자면, 근본이 없다. 개그 씬들이 가득하지만, 양산형 개그일 뿐, 음모론을 비꼬고, 미국 사회를 풍자하는 블랙유머가 빠졌다. 토르 패러디 대사 장면 정도 빼곤 전혀 웃기지 않다. 이 맨 인 블랙이라고???
거기다 모호한 캐릭터성은 가히 최악이다. 일단 H(크리스 헴스워스)와 M(테사 톰슨)은 누가 신참인지 선배인지 모르겠다. 버디 물에서 흔히 캐미와 갈등을 끄집어내는 티격태격하는 유대감 형성에 실패했다. 훈련과정도 대충대충 그리더니 갑자기 에이전트가 된다. 갈팡질팡하더니 MIB 내부의 분열을 설렁설렁 그린다. 거기다 악당의 존재감은 부족하고, 다른 외계인들의 활약상도 미미하다.
이러니 '도대체 어디가 맨 인 블랙 시리즈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원래 M.I.B. (맨 인 블랙) 시리즈는 소소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작품이었다. 2편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음모론을 뒤집거나 비꼬며 유머를 이끌어냈고, 과거로의 시간여행로 변화를 줬던 3편에 비하면이번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는 전편에 너무 많이 기대고 있다. 그러니 뻔하지!
그런 와중에 SF 버디물과 첩보극 사이에서 중심을 못 잡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간단하다. F. 게리 그레이 감독이 '범죄영화'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자. <네고시에이터>, <이탈리안 잡>,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을 연출했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역설과 반어법으로 무장한 코미디 영화를 찍으려고 하니까 급기 기억을 삭제하는 뉴럴라이저를 찾고 싶었을 거다.
★☆ (1.5/5.0)
Good : 토르 패러디, 포니(쿠마일 난지아니)만 보자!
Caution : M.I.B.(맨 인 블랙)스러움은 BYE, BYE
●쿠키 없고요
●영화에 대한 평이 좋지 않다 보니 M.I.B 요원들이 정장을 입고 나오는 것에
빗대어 정장복동 혹은 양복동이라는 표현들이 벌써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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