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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01. 2019

가장 보통의 연애: 기름기 짝 뺀 현실연애

Crazy Romance, 2019 영화리뷰

광고회사를 다니는 재훈(김래원 분)은 전 여친과 헤어진 후 매일 술로 슬픔을 달랜다. 아침에 일어나보면 기억도 나지 않는 카톡 메시지를 그녀에게 왜 그리 보내는지 후회한다. 그러던 어느날, 모르는 번호의 누군가와 밤새 2시간이나 통화한 기록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상대가 바로 경력직으로 새로 들어온 회사동료 선영(공효진 분)이다. 이직한 첫날 헤어진 전 남친이 꽃다발을 들고 찾아오자 깔끔히 헤어지려고 주차장에서 그와 다투던 때에 재훈과 우연히 목격한다. (그 이후에 벌어지게 되는) 상처 입은 두 남녀가 썸타는 과정은 지금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최신 연애 일화들처럼 어딘가 익숙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로코물이라 여길지 모른다. 거기다 영화 속 회사생활은 전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보통의 연애>는 놀랍게도 관객들의 감정을 멋지게 훔친다.   

   

선영과 재훈은 한 잔하면서 전 연인들을 함께 흉보다가 점점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까워지게 된다. 일단 돌직구는 기본 장착에다 팩트폭격을 더하고, 19금까지 꽤 적나라한 대사들은 흠칫흠칫 놀라다가도 관객들 자신도 모르게 지난날의 연애일기장을 천천히 열어보게 만든다.


물론 낮뜨거울만치 부끄러운 자신의 흑역사를 목도하게 되기에 관객들은 더 열심히 남녀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왜냐하면, 헤어진 연인을 나쁜 X라고 욕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부분이 한가득하기 때문이다.      


진행될수록 순정남 재훈에서 점점 아픔을 극복해나가는 선영의 영화로 바뀌어간다. 공효진은 평소처럼 공블리를 연기한다. 이 캐릭터에 김한결 감독은 디테일을 더한다. 전 남친이 선영을 OO라고 표현하며 업신여길 때 날리는 팩폭, 입사 첫날 반말로 하는 동갑내기 상사에게 반말로 되갚아주는 자세, 뒷담화를 날린 직장 동료 앞에서 당당하게 앞담화을 날려주는 사이다 등은 30대 커리어 우먼이라면 누구나 쌍수들고 ‘공블리! 공블리!’를 목놓아 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못난 남성을 구원하는 여성서사에 이르러서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완성시킨다.     


지질하게 궁상떨지만 왠지 듬직한 김래원도 좋지만, 영화에서 가장 빛난 배우는 강기영이다. 그가 떴다하면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왜 그런 친구 있잖아요? 눈치는 지지리도 없는데 오지랖 넓은 친구를 어쩜 그리 능청스레 연기하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여기에 부인에게 늘 구박받는 정웅인에다 직장동료로 등장하는 장소연과 주민경 등 주조연 모두 맡은 바 웃음을 빵빵 터뜨린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처럼 기름기를 짝 뺀 채 담백하다. 적당히 달달하고, 적절히 웃긴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경종도 슬쩍슬쩍 건드려주고, 연애에 실패한 분들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  (3.1/5.0)   

   

Good : 뻔한데 100% 현실 연애를 꾹꾹 담았다.

Caution : (로맨스라기 보다) 종종 여자친구들끼리 남친에 관한 수다 떠는 기분이 든다.    

 

●주연 배우 김래원과 공효진은 눈사람 이후 16년 만에 재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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