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피센트 2 리뷰
[줄거리] 동화는 끝났다!
두 세계의 운명을 건 가장 사악한 전쟁이 시작된다!
강력한 어둠의 지배자이자 무어스 숲의 수호자 ‘말레피센트’는 딸처럼 돌봐온 ‘오로라’와 ‘필립 왕자’의 결혼 약속으로 인간 세계의 ‘잉그리스 왕비’와 대립하게 된다. 이에 요정과 인간의 오랜 연합이 깨지고 숨겨진 요정 종족 다크 페이의 리더 ‘코널’까지 등장하면서 두 세계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데…..
영화 '말레피센트 2'(감독 요아킴 뢰닝)는 2014년 개봉한 1편 '말레피센트'(감독 로버트 스트롬버그)의 속편이다. 말레피센트(maleficent)는 동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 나오는 마녀이다.
이 동화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초대받지 못한 마녀가 공주에게 물레에 찔려 죽을 것이라 저주를 퍼부었다. 물레에 찔린 공주는 잠들었으나 왕자의 키스로 깨어난다, 동화의 역사에서 가장 수동적인 공주를 그려 말이 많았다. 디즈니는 1959년 이 동화를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Sleeping Beauty)는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부었으나 흥행에 실패했다. 2014년 사악한 마녀였던 말레피센트의 관점에서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풀어냈고, 색다른 시각으로 호평받았다.
어떻게 재해석했냐면? 동화에서 구원자 포지션을 맡고 있는 왕자의 역할을 상당 부분 마녀 말레피센트가 가져갔다. 한마디로 ‘악당이 공주의 저주를 풀어줬다.’고 요약 가능하다.
앞서 살펴봤듯이 1편에서 오로라 공주(엘르 패닝)의 저주를 풀어줬던 말레피센트는 이제 구원자 포지션에서 ‘어머니’로 역할을 옮긴다. 2편에는 필립 왕자(해리스 딕킨슨)의 어머니, 잉그리스 왕비(미셸 파이퍼)가 등장한다.
예비 안사돈 관계인 안젤리나 졸리와 미셸 파이퍼의 외양은 대조적이다, 뿔과 검은색 의상으로 뒤덮은 말레피센트와 순백의 드레스로 분한 잉그리스 왕비의 외양은 전형적으로 사악한 마녀와 순결한 성녀의 구도 같지만, 실은 <슈렉>처럼 ‘겉모습에 속지 말라’며 동화를 비틀고 있다. 그러나 동화비틀기는 여기까지가 전부다.
《미녀와 야수》와 《라이온 킹》의 극본을 맡았던 린다 울버튼이 쓴 <말레피센트 2>는 러닝타임 15분도 안되어서 빌런의 계획을 공개하고, 말레피센트를 황급히 퇴장시킨다. 작가가 이런 선택을 내린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1편에서 말레피센트의 전사(前事)와 성장과정을 그렸기에 빌런의 매력을 뽑을 여지가 적다고 판단했는지 잉그라스 왕비의 야심으로 인해 요정과 인간의 연합이 깨지면서 거대한 전쟁이 그리면서 여타의 판타지영화같아보인다.
작가 린다 울버튼은 ‘말레피센트’에게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자신이 없다는 걸 고백이라도 하듯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오리엔탈리즘 가득한 요정 종족, 코널(치웨텔 에지오프)'과 '보라(에드 스크레인)' 같은 다크 페이들, 인간 왕국 얼스테드의 궁중 인사들을 등장시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이제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를 연출한 요하킴 뢴닝에게 죄다 떠넘긴다. 2시간 안에 캐릭터와 전쟁 과정과 종종간의 화합과 평화, 공주와 왕자의 결혼을 몽땅 그려내라는 미션 말이다. 그러나 이건 뢴닝이 아니라 히치콕 할아버지가 되살아나도 할 수 없다. 상영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극중 미셸 파이퍼, 치웨텔 에지오프 같은 명배우들도 평면적인 캐릭터에 종속된 반면에 오직 졸리 만이 관능미와 카리스마로 훌륭히 돌파한다.
<말레피센트 2>의 운명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번갯불에 콩 볶듯 인물과 사건의 서사가 숨 가쁘게 스쳐 지나간다. 관객들은 뻔한 이야기를 쫓아가기를 포기한다. 결국 작가와 감독의 무거운 짐은 의상과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이 떠맡는 지경에 몰린다.
그러나 단점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1편에서 애매했던 감정 묘사를 빼버린 탓에 영화가 단순하고 유치해졌지만, 오히려 무리하게 서사를 쌓기를 포기했기에 기대했던 영상의 화려함이 살아나고, 화려하고 커진 스케일에 더 눈에 들어온다. 다만 <아바타>가 종종 연상되는 프로덕션 디자인은 좀 아쉽다.
즐겁게 관람했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관람하면서 잠시 잊고 있었지만 <말레피센트 2>는 디즈니 영화가 맞다. 무수한 고난과 역경은 블록버스터다운 물량공세로 대체하고, 종국에는 잘생긴 왕자와 아름다운 공주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러나, 요정과 인간 사이의 대립이 전쟁으로 번져나가는 와중에서 잔혹한 홀로코스트(학살)가 등장한다. 그렇게 살육극을 펼치고서 요정과 인간, 믿음과 불신, 어머니와 딸의 고뇌를 ‘여왕의 야심’을 내세워 대충 얼버무리고 ‘WE ARE THE WORLD’를 외치며 끝낸다.
디즈니도 여타의 대기업처럼 안전한 장사를 한다. 고전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리메이크하면서 높은 인지도와 원작의 디자인, 줄거리, OST를 재활용한다. 답습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페미니즘과 유색인종을 더한다.
얼마 전 엘튼 존이 <라이온 킹 OST>를 비판했듯이 원곡을 무리하게 R&B로 번안하고, 아프리카가 배경이라는 이유로 흑인 배우들로 대거 캐스팅했다. 왜 디즈니가 애플, 르브론 제임스, 블리자드와 함께 언급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밥 아이거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 (1.5/5.0)
Good : 눈이 즐거워요. 별 한 개는 ‘스케일’에, 별 반개는 ‘의상’에 바칩니다.
Caution : 말레피센트에게 빌런으로서의 매력이 눈곱만치도 없어요. 아! 개연성도요.
●2015년 6월 16일 말레피센트의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에 고무된 디즈니가 후속편의 제작을 발표했다. 팬들은 예상치 못한 소식에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말레피센트 역을 맡은 안젤리나 졸리가 과거 출연하였던 《원티드》와 《솔트》의 후속편이 취소되었던 것이 안젤리나 졸리의 고사 때문이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후속편이 출연하는 것을 워낙 꺼려서 제작이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가 있었으나 2017년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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