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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Dec 29. 2019

스타워즈 에피소드 9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후기

영혼 없는 팬무비

《스타워즈 에피소드 9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Star Wars: Episode IX - The Rise Of Skywalker, 2019)》 후기·리뷰_영혼 없는 팬무비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은 시리즈 중 가장 어렵게 출발한 에피소드이다. 일단 [라스트 제다이]가 무너뜨린 시리즈의 근간을 재건하고, [깨어난 포스]에서 쌍제이 본인이 흘렸던 떡밥을 회수해야 한다. 그리고 42년간 끌어온 전설적인 시리즈의 결말을 내야 하는 힘겨운 미션도 남아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전개해야 할 드라마가 엄청난데, 덤으로 관객들을 만족시킬 볼거리까지 선보여야 한다. 

   


할 일이 많은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은 크게 3부 구성이다. 1부에서 에이브람스는 '8편'이 파괴한 전통을 복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오직 ‘팬들이 이 상황에서 무엇을 좋아할까?’를 골머리 싸맨 채 이곳저곳으로 무대를 옮겨가며 줄줄이 해명한다. 신규 관객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불친절함은 덤이다.    


그 와중에 에이브람스는 라이언 존슨에게 전달했지만, 폐기 처분된 자신의 8편 아이디어들을 되살린다. 안 그래도 할 얘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라스트 제다이]를 아예 흑역사로 부정한다. 



2부가 되어서야 본격적인 9편이 시작된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쌍제이 특유의 날림 전개가 벌어진다. 이를 눈가림하기 위해 <스타트렉 다크니스>처럼 연달아 주인공에게 시련을 주고 위기를 안긴다. 


이상하게도 시퀄 3부작은 카일로 렌을 빼면 핀, 레이, 포 등 캐릭터들이 일관성이 없이 오락가락한다. 레이는 예고편에서 보여줬던 '시스 레이'까지 등장한다. 핀과 포에게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발을 무마시키고자 비슷한 피부색을 지닌 여성 파트너를 붙인다. 포에게는 오래된 동료인 조리 블리스(케리 러셀)와 재회하고, 핀은 자신처럼 탈주한 스톰 트루퍼인 잰나(나오미 애키)와 만난다. 그러나 시간 관계상 신 캐릭터를 묘사하지 않는다.




3부는 팬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에이브람스는 회심의 카드를 등장시킨다. 이때부터 [제다이의 귀환]과 [제국의 역습]의 재탕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레이가 팰버틴을 막기 위한 '제2의 아나킨'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황제의 부활' 아이디어는 디즈니가 멋대로 폐기한 '레전드'에서 가져왔다. 시스(Sith)의 ‘둘의 규율’ 같은 건 간단히 씹고, 오직 스펙터클을 위해 몸집을 부풀리고, 전쟁을 벌이기 위해 허무맹랑한 음모를 획책된다.     

전술기동 개념은 깡그리 무시된 전투 장면은 6편의 '엔도 전투'를 짧게 리뉴얼했고, 레이와 황제의 대결은 3편의 메이스 윈두와 황제의 검술 장면과 판박이다. 에이브람스는 최선을 다했지만,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한 자신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걸로 디즈니가 [스카이워커 사가]를 완결 짓는다고 홍보하는 꼴은 우습다. 레이가 우주를 구원하는 9편은 '포스의 균형을 가져온다는 아나킨의 예언'이 실현되는 [제다이의 귀환]을 똑같이 리메이크하면서 아나킨은 '선택받은 자'가 아니라는 상호모순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메카닉 디자인와 캐릭터, 줄거리, 장면까지 기존 [스타워즈 6부작]에서 실컷 가져와놓고 [스타워즈 6부작]의 주제의식을 부정하는 속편을 만들었다. 제작진이 얼마나 시리즈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결여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8편에서 혈통은 상관없고, 제다이와 시스의 대립도 없다고 선언했었다. 그런데 또 한 번 막장 가족사를 그린 9편에서는 팬들의 바람대로 8편의 설정 파괴를 하나하나씩 콕콕 집어서 부정한다. 그 반박과 해명을 하느라 이리저리 끌려다닌 9편은 일관된 서사를 포기했다. 떡밥 회수를 부지런히 하면 할수록 ‘떡밥’을 또 다른 ‘떡밥’으로 막는 형국이 벌어진다. 


레이와 포스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마구 남용되면서 플롯은 구멍이 숭숭 뚫린다. 결과적으로 무너진 전통을 복구하면 할수록 또 다른 전통이 파괴되는 아수라장이다. 이런 9편의 '과정은 없고 결과만 있는 스토리텔링'은 무리하게 (라이언 존슨의 8편을 기록 말살하고) 자신이 구상한 8편과 9편을 한편에 담는 바람에 생긴 부작용이다.



후속편이 나올수록 전편을 부정하는 시퀄 3부


애초에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왜 이리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을까? 8편은 7편을 무시하고, 9편은 8편을 부정하는 사태는 왜 생겼을까? 캐슬린 케네디 대표가 감독 간의 조율을 전혀 하지 않았고, [시퀄 3부작]에 대한 로드맵이 없었다는 게 이로써 명백해졌다.




★★☆ (2.5/5.0)      


Good : 라제의 설정 파괴가 너무 컸다, 쌍제이는 최선을 다했다.

Caution : <제국의 역습>과 <제다이의 귀환>의 리메이크, 그런데 포스의 묘사가 이질적이었다. 




●욕받이가 된 쌍제이 

J.J. 에이브람스는 스타워즈 9편의 비판적인 반응에 대해 질문을 받았는데, 그는 스타워즈 영화에서 자신을 비롯한 제작진의 결정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는 반면으로 누군가를 화나게끔 만들 수도 있단 걸 알고 있었음을 밝혔다. 


에이브람스는 '다른 의견을 가진 관객을 동일한 선상에서 존중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적으로서 취급한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는 스타워즈뿐만 아닌 다른 영화를 비롯한 모든 것에 대한 거'라고 덧붙였다.


쌍제이는 원래 9편 연출 제의를 고사했지만, 캐슬린 케네디의 간곡한 부탁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9편을 끝으로 디즈니와 파라마운트와의 계약이 끝나며, 자신의 회사 '배드 로봇 프로덕션'을 이끌고 2억 5천만 달러의 이적료를 받고서 워너브라더스로 이적한다.디즈니 안녕!






■스타워즈 시퀄 3부작이 망한 이유는? (스포일러)

막상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보니까 [엔드 게임]이 얼마나 훌륭한 팬 무비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엔드 게임]도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처럼 과정 없이 결과만 나열하는 영화이다. 그러나 [엔드 게임]은 11년간 MCU를 추억하지만,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은 감정적 동요가 일지 않는다.


첫째, [시퀄 3부작]은 각각의 작품성으로만 보면 나쁘지 않지만, 시리즈 전체적으로 보면 어긋난 퍼즐처럼 맞질 않는다. 8편은 7편의 떡밥을 죄다 무시해버렸고, 9편은 8편을 흑역사로 규정해버리고 기록말살 형에 처한다. 속편이 나올 때 마다 전편을 부정해버리니 시리즈의 연속성이 생길래야 생길 수 가 없다. 시퀄 내에서도 설정충돌이 빈번히 이뤄졌다는 점이다.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하이퍼스페이스 동귀어진’, ‘레아의 포스능력’은 빼더라도 9편<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8번 <라스트 제다이>가 노력했던 ‘신화성의 해체와 재해석’을 전면 부정한다. 케슬린 케네디 루카스필름 대표는 씨퀄 3부작 내내 후속작 한편씩 나올 때마다 전편을 부정하는 사태를 어떻게 해명할지 궁금하다. 이제야 그녀와 의견 충돌을 빚었던 감독들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간다.


둘째, 시퀄 3부작은 포스의 균형을 가져올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예언을 깨면서까지 무엇을 남겼는가? 이처럼 42년 동안 진행된 ‘스카이워커 사가(Skywalker Saga)’의 주제의식을 훼손했다. 그 뿐만 아니라 한 솔로, 레아, 루크의 캐릭터성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린 벤 솔로의 타락과 갱생이 할아버지에 비해 턱없이 약했다.


셋째, 예전 스타워즈를 처음 접하는 친구 2명과 함께 보고나서 그들이 제게 그냥 "개연성도 부족하고 재미없는" 시리즈라고 소감을 밝혔었던 때가 기억난다. 대개 장르물이 그러하듯 스타워즈가 대단한 완성도를 지닌 작품은 아니다. 조지 루카스가 창조한 독창적인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에 이끌려서 입문했을 뿐이다. <시퀄 3부작>속의 레이, 핀, 포 다메론의 설정은 앞서살펴봤듯이 뒤죽박죽이다. 이같은 스타워즈의 정수를 놓치고 있다.


 그리고, 시퀄, 정확하게는 7편에서 왜 '신 공화국'이 무너진 과정을 그리지 않았을까? 클래식은 반제국주의 독립운동을, 프리퀄은 로마 공화국이 제정으로 넘어가는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시퀄 3부작>이 은하공화국을 재건하겠다는 저항군과 제국을 재건하겠다는 퍼스트오더 간의 대립을 밑바탕에 깔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스타워즈>가 개연성이 부족해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데에는 의외로 탄탄한 세계관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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