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루카스가 구상한 <스카이워커 사가>은 한마디로 '다스 베이더의 비극'이라는 거대한 서사시다. 그 비극을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파토스(Pathos, 연민을 자아내는 힘, 측은지심)'을 자아내기 때문에 전설의 위치에 올랐다.
프리퀄 3부작 오리지널 3부작 = 클래식 3부작 씨퀄 3부작 마블과 DC를 포함한 대부분의 장르물이 그렇듯이 <스타워즈> 역시 개연성을 지닌 영화는 아니다. 지난 42년간 <스타워즈>는 MCU처럼 독창적인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무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이전에 팬들에 의해 대중문화 최초로 ‘확장 세계관(EU)’를 정립했다. 그런데 <시퀄 3부작>은 <스타워즈> 특유의 ‘설정 놀음’을 간과했다. 캐슬린 케네디가 대표적이다.
평가기준
1순위 프랜차이즈에 남긴 유산
2순위 시리즈에서의 의의
3순위 단일 작품으로써 완성도
#24 : 에피소드 8 : 라스트 제다이 (EPISODE VIII - THE LAST JEDI, 2017)
당연하게도 시리즈물은 단 한 편의 완성도로 평가할 수 없다. 라이언 존슨은 우리가 익히 알던 스타워즈의 영웅 서사를 해체시킨다. 영화 전체에 걸쳐 낡은 스타워즈를 새롭게 갈아엎지만, 5편 <제국의 역습>처럼 하는 일마다 죄다 실패하는 통에 다 보고 나면 허무하다. 왜 <제국의 역습>을 레퍼런스한 <라스트 제다이>는 감흥이 적을까? 비극은 공포와 연민을 통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완수한다. <제국의 역습>은 '부살(父殺·Patricide)' 모티브를 차용해 루크에게 감정 이입하게 되지만, <라스트 제다이>에서는 성장 자체가 없는 레이에게 어떻게 연민과 공포를 가지겠는가?
라이언 존슨이 전통에만 기반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미래주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따르는 건 좋다. 해체하기에 앞서서 우선 시리즈의 본질을 제대로 통찰했어야 했다. 아니면 아예 과거와는 선을 긋고 독자적인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덧붙여서 차라리 <라스트 제다이>를 첫 번째 영화로 내세워 <시퀄 3부작>에 걸쳐 차근차근 진행되었다면, 훨씬 순조로웠을 것이다. 결국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일부터 저지르는 8편은 J.J. 에이브람스를 포함한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40년 동안 쌓아왔던 공유 세계관에 대한 '반달리즘'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라이언 존슨이 제다이와 시스로 구분 짓지 말자고 계속 설득하지만, 정작 '저항군 VS 퍼스트 오더' 선악구도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또, 영화 내내 탈영웅 서사를 부르짖지만, 결국 시련과 고초를 한 번도 겪지 않는 완전무결한 레이의 영웅 서사를 보면 자기모순처럼 읽힌다. 거기다 서스펜스에 약한 라이언 존슨의 약점이 겹치면서 저항군을 계속 위기로 몰아넣지만, 지켜보는 관객 입장에서 긴박감이 전혀 와닿지 않는다. (<나이브스 아웃>을 보면 그는 미스터리에 강점이 있는 감독이다.) 전부 라이언 존슨이 별다른 설득 없이 시리즈의 요소들을 본인 입맛대로 취사선택하고 변용한 결과였다. 왜 그랬을까?
포스트모더니즘의 거두, 자크 데리다는 흔히 '선과 악' 같은 이항대립 체계를 종언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 가르침대로 라이언 존슨 역시 제다이와 시스의 대결을 종식시키고 싶었을 테다. 그러나 사실 데리다는 이항대립의 경계, 울타리를 이야기할 뿐 종언을 고하지 않았다. 데리다는 이항대립을 해체하되 이항대립 그 자체가 종결될 수는 없다고 봤다. 왜냐하면 성경을 포함한 서구인의 사고체계 전부를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라이언 존슨도 그런 포스트모더니즘의 맹점에 빠졌던 것이다.
결국에는 괜찮은 완성도임에도 불구하고, 후속작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그 즉시 기록 말살형에 처해진다. 이제 루카스 필름 내부에서조차 ‘흑역사’로 공인된 셈이다.
#23 : 에피소드 9: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Episode IX: The Rise Of Skywalker, 2019)
디즈니는 ‘스카이워커 사가의 종결’을 홍보했지만, 9편의 실제 임무는 ‘브랜드 관리’다. J.J. 에이브람스의 최우선 과제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팬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이다. 거기다 자신이 던져놓은 7편의 떡밥을 회수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따지고 보면 라이언 존슨이 8편에서 7편의 떡밥을 싹 무시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제작을 맡은 밥 아이거 디즈니 회장이 ‘팬 서비스’를 핑계 삼아 8편의 아이디어를 깡그리 쓰레기통에 버린다. 속편이 나올 때마다 전편을 부정하는 <시퀄 3부작>은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팬들의 반응만 살피며 돌려 막기 하다 보니까 캐릭터, 설정, 세계관, 스토리 전부 일관성을 잃어버린다. 거기다 캐슬린 케네디가 꺼내 든 황제 클론 아이디어는 그 자신이 2014년 4월 25일에 폐기한 레전드에서 가져왔다. 캐슬린 케네디의 '빈곤한 상상력'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느라 포스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만능키)'가 되고, 레이는 '메리 수(천하무적)'로 설정하면서 시리즈 전통을 더더욱 망가뜨린다. 이게 다 라제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부 다 수습하려고 노력하면서, 9편은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다. 돌이켜보면 시퀄 3부작 내내 기존 시리즈에 대한 지나친 오마주를 하면서 전통 파괴를 일삼는 모순을 매번 일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도통 <시퀄 3부작>의 주제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세 편 모두 제각각 따라 놀며 [시퀄 3부작]의 정체성과 주제를 전부 잃어버렸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문제는 빈곤한 상상력과 방향성의 부재다. 캐슬린 케네디 루카스필름 대표는 로드맵 없이 <시퀄 3부작>을 제작했다고 데이지 리들리를 비롯한 배우들의 폭로로 사실임이 밝혀졌다. 디즈니가 '새로운 스타워즈'를 내세우면서도 <스카이워커 사가>에 의존하는 <시퀄 3부작>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창의적인 비전이 결여되었을 뿐 아니라 제작진이 <스타워즈> 시리즈 자체를 오독하고 있다는 말밖에 더 되겠는가? 실로 안타깝다.
#22 :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 (EPISODE VII - THE FORCE AWAKENS, 2015)
첨 볼 때는 클래식 느낌이 나서 반가웠다. 다시 보니 <깨어난 포스>는 <에피소드 4·5>을 리뉴얼했을 뿐 아니라 개봉 당시 과대평가보다 실제 완성도가 떨어지고, 의미 없는 서사가 많았다.
물론 당시에는 이러한 구멍들이 차기작을 위한 떡밥으로 간주하고 넘어갔었는데, 라이언 존슨의 8편 [라스트 제다이]이 떡밥 자체를 무시하고, 세계관 자체를 붕괴시키는 바람에 에이브람스가 직접 연출한 9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망가진 세계관을 수습하고, 설정 구멍을 막는데 급급하게 되었다.
문득 왜 에이브람스가 ‘떡밥의 제왕’이 되었을까? 가 궁금해진다. ‘쌍제이 특유의 떡밥 투척’은 독창성이 부족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가리기 위해서다, 맥거핀(떡밥)을 많이 설정해서 재빨리 흥미를 유발하고, 연속된 위기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며 돌려 막기일뿐이다. 7편과 9편에서 쌍제이의 단점이 크게 부각되는데, 새로운 맥거핀이 파생될 때마다 또 다른 플롯 포인트가 생긴다는 점이다. 무언가 흥미로운 떡밥을 던지긴 하는데 전체적인 흐름은 전진된 게 없다. 게다가 쌍제이가 캐릭터들 조차 도구적으로 정보와 아이템을 주는 용도로 쓴다. 아마 데이지 리들리 조차도 레이가 어떤 역할인지 잘 몰랐을 것이다. 3편 내내 자꾸 설정이 바뀌니까 말이다. 핀과 포 다메론도 마찬가지다.
디즈니가 안정된 돈벌이를 위해 ‘추억 팔이‘에 안주한 결과, 시리즈로의 신규 관객 유입에 실패한다. 진부한 <시퀄 3부작>으로 스타워즈를 처음 접한 세대들에게 "개연성도 부족하고 재미없는" 시리즈로 받아질 수밖에 없다. '영혼 없는' 팬 무비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여기서 영혼은 무엇이냐고?
7편의 운카 풀럿(좌)과 1편의 와토(우) 시퀄과 프리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깨어난 포스>에서 레이가 모아 온 고물을 수거하는 배급소 주인 '운카 풀럿'은 뚱뚱한 구두쇠 정도로 단편적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관계>에서 부품가게 주인으로 나오는 '와토'는 어떤가? 이방인인 '콰이곤 진'을 경계하지만 장사치답게 흥정을 건다. 자신의 노예인 아나킨의 포드 레이싱 재능을 인정해서 포드를 제공해 준 적이 있으며, 도박을 하기도 한다. 또, 자바 더 헛을 두려워하고, 세불바가 아나킨에게 해코지 못하도록 단속한다.
조지 루카스는 '단역'이라고 해도 그 전후 배경과 상호작용을 미리 설정해 둔다. 그렇기에 루카스의 형편없는 연출력에도 불구에도 <스타워즈>가 확장 세계관의 선구자로 매김 할 수 있었다. 간과하기 쉽지만, 조지 루카스 세계관과 캐릭터를 설정할 때 입체적 사고로 그린다. 거대한 세계관을 창조하려면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언뜻 별 관계가 없는 대상과 우리는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문화와 관습이 있지 않은가? 제임스 카메론도 조지 루카스처럼 인류학적·미학적 맥락을 철저히 따진다. 그는 <아바타>를 제작할 때 나비족 언어·종교·규범·문화·지리까지 미리 설정한 다음에야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6편 <제다이의 귀환>에서 은하 제국이 멸망하고, 들어선 신 은하 공화국이 어떤 과정으로 붕괴되었는지 7편 <깨어난 포스>가 전혀 설명하지 않아서 납득이 가지 않았다. 즉, 정체불명의 퍼스트 오더가 왜 위협적인지를 관객 입장에서 와닿지 않기에 <시퀄 3부작> 내내 ‘긴장감의 부재’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부실한 세계관 구현이 현재 <시퀄 3부작> 관련 작품보다 이전 <프리퀄 3부작> 혹은 <클래식 3부작>에 기반한 미디어 믹스 및 파생상품이 더 많은 이유다.
#21 : 북 오브 보바 펫 (THE BOOK OF BOBA FETT, 2022)
《북 오브 보바 펫》은 보바 펫이 등장하지 않는 에피소드들이 재밌는 아이러니한 작품이다. 총괄 프로듀서 존 패브로 쓴 극본은 이 현상금 사냥꾼에게 부응할만한 스토리를 찾기 위해 <아라비아의 로렌스>, <늑대와 함께>, <듄>, 존 웨인, 마틴 스콜세지 등을 참조했다. 그러나 IP의 연장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급조된 느낌이 든다. 자바의 뒤를 이어 다이묘에 오른 보바와 그의 부관 ‘페넥 섄드(밍나 원)’이 파이크 족과의 결투를 벌이는 게 이야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루크 스카이워커, 딘 자린, 그루그, 아소카 타노, 캐드 베인 레거시 캐릭터를 출연시킨다. 자바의 공포를 종식하고 타투인에서 존경을 쟁취하는 보바 펫의 모험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만달로리안>의 떡밥을 회수하는 용도로 대체된다. 10회 중 6회가 만달로리안과 관련된 에피소드다. 게스트 조연들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40년 동안 팬들이 기대해왔던 보바 펫을 위한 서사적 토대가 크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즉, 제작자 캐슬린 케네디는 인기 캐릭터들에게 어울릴만한 의미 있는 이야기가 없으면서 그저 팬서비스에 의지한 졸속 기획을 답습한다.
#20 : 저항군 (Star Wars Resistance, 2018-20)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스타워즈 저항군>은 유일하게 씨퀄 3부작에 기반한 작품이다. 퍼스트 오더에 저항하는 신 공화국 조종사를 따른다. 요즘 미국에서 보기 힘든 2D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을 선보여서 호불호가 나뉘었다. 결정적으로 시퀄 3부작이 스타워즈 캐넌에 기여한 바가 매우 미약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내용이 많지 않다는 태생적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결국 시즌 2로 조기 종영을 맞았다.
#19 : 오비완 케노비 (Obi-Wan Kenobi·2022)
6회짜리 단막극에서 신(新)캐릭터를 띄어주겠다고 ‘오비완 vs 베이더’의 서사를 희생시켰다. 세 번째 자매(모제스 잉그램)의 서사를 제대로 쌓을 수 없는데도 무리하게 진행시켜 배우만 비난을 감수하고 있다. 배우 모제스 잉그램은 로즈 티코 역의 켈리 마리 트랜처럼 인종을 내세워 비난을 줄이려는 케네디의 희생양이다.
<오비완 케노비>의 제작자들은 이완 맥그리거의 오비완에서 알렉 기네스 경으로 갔는지 보여주고 싶었지만, 우리가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세번째 자매와 어린 레아 공주 외에 오비완의 새로운 이야기가 많지 않다. 오비완이 옛 제자와 싸운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은둔했다는 것 외에 화면에서 보여주는 것이 거의 없다. 홍보만큼 팬들을 납득시키지 못한다. 그저 디즈니 플러스의 편성을 채워주는 콘텐츠로 무의미하게 소비되었다.
#18 : 제다이 이야기/제국 이야기 (Tales Of The Jedi/Empire, 2022-)
<제다이/제국 이야기>는 회차당 약 13-15분짜리 단편 6회차 애니메이션이다. <제다이 이야기>는 두쿠 백작과 아소카 타로을 다뤘고, <제국 이야기>는 모건 엘스베스와 베리스 오피에 초점을 맞췄다.
사려깊은 스토리텔링에도 불구하고, 데이브 필로니의 애정이 지나쳐 몇몇 설정을 해쳤다. 일개 단역에 불과한 엘스베스나 소설과 설정 충돌을 일으킨 아소카의 행적은 오류 투성이다. 결국 이 애니메이션은 스타워즈 캐논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내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고 있는 셈이다.
#17 : 배드 배치 (Star Wars: The Bad Batch, 2021-)
그간 다루지 않았던 제국의 초창기를 배경으로 새로운 스타워즈 세계관을 확장한다. 실질적으로 <클론전쟁 시즌8>로 꽤 주목을 끌었으나 적은 분량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복선과 너무 잦은 카메오 출연에 감당해야 할 서사가 비대해졌다. 아동친화적인 애니메이션이라고 하지만 유머가 지나치게 어리석은 농담에 의존하고 있다.
<만달로리안>을 의식한 전개 역시 기시감이 들게 한다. 데이브 필로니는 스타워즈 캐논을 개척하는 모험 대신에 안전하게 스타워즈 캐논에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 오메가의 성장담, 공화국에서 제국으로 변화하는 과정, 클론 트루퍼가 스톰트루퍼로 대체되어 가는 과정을 상세하게 풀어가는 재미가 있다.
#16 : 아소카 (Ahsoka, 2023)
<아소카>는 <반란군>과 <클론 전쟁>의 후속작이자 다가올 영화를 소개하는 임무를 짊어졌다. 귀하의 마일리지에 따라 이 드라마를 이해하는 척도가 결정된다. 주인공인 아소카보다 에즈라 브리저와 사빈 렌의 흥미로운 후일담을 들려준다. 아소카는 본의아니게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쓰론 대제독을 은하계로 복귀시킨다. 또한 파다완을 훈육하는 스승의 길을 걷는다.
우리는 우주에서 불꽃 튀는 광선검 대결, 우스꽝스러운 드로이드, 귀여운 외계 생물을 얻는다. 스타워즈 원작이 지닌 모험과 신화, 전투를 전면에 내세우며 너무 진지해진 프랜차이즈에 가족드라마와 유머를 되살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아소카>는 프랜차이즈의 미래를 예약한다. 포스의 본질과 제다이가 되는 가르침을 다루고, 멀고 먼 페리디아를 소개하고, 매혹적인 악당진의 귀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이 세계에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바뀌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한다. 디즈니와 데이브 필로니의 큰 그림이 어떨지 지켜보도록 하자!
#15 : 애콜라이트 (The Acolyte, 2024)
레슬리 헤드랜드 감독은 봉준호, 〈라쇼몽〉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도덕적 모호성을 강조한다. 〈대취협〉, 〈와호장룡〉의 무협 액션으로 프리퀄 이후 가장 훌륭한 검술 장면을 완성했다. 그러나 캐슬린 케네디 대표가 만든 디즈니 스타워즈 작품들, 시퀄 3부작부터 쭉 메리 수의 여성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을 밀어주기 위해 시리즈의 근간을 뒤흔든다. 《애콜라이트》의 주인공인 메이와 오샤 자매는 〈라스트 제다이〉의 레이, 〈아소카〉에서 모건 엘스베스, 〈오비완 케노비〉의 세 번째 자매 같은 문제점을 반복한다 그 세계관이 인기를 얻은 전통적 가치를 외면한다.
#14 : 솔로 : 스타워즈 스토리 (SOLO: A STAR WARS STORY, 2018)
크리스 밀러 & 필 로드의 급작스러운 해고로 말미암아 캐슬린 케네디가 싹 다 갈아엎도록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워즈> 간판을 떼고 보면 괜찮은 하이스트 무비다. 다만, 구원투수로 등판한 론 하워드가 산으로 갈 뻔한 작품을 겨우겨우 수습한 티가 난다. 예를 들면, 항공권이 없는 한은 제국군에 의해 수배령이 내려지지만, 정작 제국군 입대 담당관은 그에게 성을 붙여준다. 이렇듯 얼렁뚱땅 넘어가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도 베테랑 론 하워드가 촉박한 제작 기한 내에서 균열을 최소화했다.
해리슨 포드를 닮지 않은 엘든 이렌리치는 차분하게 연기를 잘했고, 까칠한 드로이드 L3-37와 도널드 글로버의 랜도 칼리시안은 씬 스틸러다. 그럭저럭 즐길만하지만, 애초부터 3부작으로 기획되어서 그런지 '기원담'을 제대로 들려주지 않는다. 꽁꽁 싸맨 채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다 보니 자꾸만 여타의 SF 영화들이 연상될 뿐 특별한 인상을 안겨주지 못한다.
문제작 <라스트 제다이>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프랜차이즈 최초로 적자 흥행을 기록하게 된다. 이 사단의 원흉인 캐슬린 케네디는 어쩔 수 없이 한 솔로의 속편 계획과 [오비완 케노비], [보바 펫]의 앤솔로지 시리즈를 취소한다.
그러나 <더 만달로리안>에 앞서 시리즈 최초로 '암시장의 밀수와 범죄조직'을 조명한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자바 더 핫이 이끄는 핫 카르텔, 코렐리아 행성에서 제국 전함이 건조되는 장면, 우주 공항의 묘사, 코악시움 광산의 묘사, 츄바카와 우키 종족의 묘사 등 <시퀄 3부작>이 등한시했던 세계관 구현에 노력했다.
#13 : 스타 워즈 비전 (Star Wars: Visions, 2021-3)
당신은 이런 스타워즈를 본 적이 없다. <스타워즈 비전스>의 장점과 단점 모두 앤솔로지 쇼라는 데에 있다. 논 캐논이기에 부담없이 실험적인 도전을 할 수 있는 반면에 정사에 영향을 주지 않아 잊혀지기 쉽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스타워즈풍 모음집답게 과감하고 포스, 제다이, 멀고 먼 은하계에 대한 매우 다른 해석을 들려준다.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멋진 순간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제국에 대한 반란, 남미 대량 학살의 실제 역할을 결합한 시즌2-3편<별빛 아래에서>와 같이 매우 대담한 순간을 만나볼 수 있다. 독립된 형식이 가진 특별하고도 스릴 넘치는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12 : 만달로리안 (THE MANDALORIAN, 2019 -2026)
존 패브로와 데이브 필로니는 조지 루카스보다 구로사와 아키라에 경의를 표한다. 제작진은 원작 영화에 영감을 준 사무라이와 서부극 요소에 주목한다. 미즈미 켄지의 <아들을 동반한 검객>에 착안한 신비로운 아기 그로구와 얼굴을 갑옷에 가린 입체적인 성격의 현상금 사냥꾼 딘 자린의 버디 물을 표방한다. 둘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은 《제다이의 귀환》으로부터 5년 후에 펼쳐진다며 세계관 아래에서 독자적인 스토리를 펼친다.
시즌 1이 단조로운 패턴으로 일관했지만, 디즈니 스타워즈 실사 영상물 중 가장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했다. 더욱이 시즌 2에서 프랜차이즈의 과거로 돌아가서 레거시 캐릭터를 데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서사에 녹아냈다. 팬이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신규 시청자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또 기존의 스타워즈 음악을 재탕하지 않고 존 윌리엄스만의 감성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상징적인 음악을 만들어낸 루드비히 고란손도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
#11 : 클론 전쟁 3D (Star Wars: The Clone Wars, 2008-2014; 2020)
이 작품은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 과소평가하기 쉽다. <클론 전쟁>은 프리퀄의 세계관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디즈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한다. 3년 반 동안 벌어진 클론 전쟁을 7개의 시즌 133개의 에피소드를 할애하여 전쟁의 전개를 소개하기보다는 아소카 타로, 캡틴 렉스, 보바 펫, 보-카탄, 쏘우 게레라 등 일부 캐릭터들의 옴니버스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가 질질 끌어서 여러 모로 반감을 샀다. 시즌 3부터 프랜차이즈 전체에서 가장 가슴 아프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다루면서 여론이 바뀌었다. 아나킨이 어둠의 포스에 갑자기 타락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감이 서서히 비극적으로 변해과는 과정을 심도있게 다뤘다.
디즈니의 시퀄 3부작이 망하면서 스타워즈 캐논의 중심이 되었다. 디즈니의 후속작들이 모두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스타워즈에 입문하고자 하는 신규 팬들에게 필수적으로 답방해야 할 명승고적이 되었다.
#10 : 클론 전쟁 2D (Star Wars: The Clone Wars, 2003-5)
<클론의 습격> 이후, 조지 루카스는 애니메이션의 전설 겐디 타르콥스키와 함께 <클론의 습격>과 <시스의 복수> 사이의 간극을 메울 단편 시리즈를 만들었다. 타르콥스키는 단순히 다음 영화를 예고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성 강한 TV쇼를 제작했다. 더이상 캐논은 아니지만, 필로니의 <클론 전쟁>에 의해 가려졌지만, 타르콥스키의 단편은 제다이 역사의 공백을 채웠다. 디즈니에 의해 최근 몇년 동안 캐논에 포함됐다.
제다이가 얼마나 강력한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아사즈 벤트리스, 그리버스 장군 같은 멋진 악당과 메이스 원두와 요다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선보였다.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업적은 제다이를 전사, 승려, 장군이 아니라 불가능한 위업을 이룬 신화 속 영웅으로 재창조했다는 데에 있다. 제다이는 빛의 속도로 싸우고 놀라운 높이로 점프하는 등 신체능력의 제약을 초월한 존재로 그린다.
#9 : 반란군 (Star Wars: Rebels, 2014-8)
<스타워즈> 자체가 조지 루카스이 유년시절을 추억하면서 기획된 프랜차이즈인 만큼 아동친화적이다. 반란군 시리즈는 완전히 독창적인 캐릭터로 <시스의 복수>와 <새로운 희망> 사이의 암흑기를 탐구한다. 오리지널 캐릭터인 조종사 헤라, 전직 제다이 케이난, 만달로리안 전사인 사빈, 드로이드 쵸퍼, 전직 군인 젭, 그리고 에즈라라는 어린 아이가 제국에 맞서 반란을 일으키는 과정을 따라간다.
에피소드와 연재 서사의 균형을 맞추며 오리지널 3부작을 특별하게 만든 요소를 포착하고 캐릭터 모험을 제공한다. 동시에 반란 동맹(Rebel Alliance)의 탄생기를 장대하게 펼친다. 강대한 제국에 대항하느라 빚어진 반란군 내부 갈등을 다양한 이데올로기 및 투쟁노선으로 다룬다. 1991년 출간된 쓰론 대제독을 다시 캐논으로 불러들이고 클론 전쟁과 오리지널 3부작의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권선징악을 내세워 단조로운 구성에도 불구하고 매 시즌마다 명장면이 즐비하다. 시즌 1은 그랜드 인쿼지터가 등장할 때 긴장이 고조되고, 시즌 2는 아소카와 베이더의 결투, 시즌 3의 쓰론의 등장과 오비완과 다스 몰의 운명과 시즌 4의 케이넌의 장렬한 최후 장면들은 정말 짜릿하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타워즈의 길을 닦은 것은 반란군이며, 그 영향력을 어린이친화적이면서도 야심차고 성숙한 서사를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8 :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 (EPISODE II - ATTACK OF THE CLONES, 2002)
<클론의 습격>은 조지 루카스의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사와 형편없는 연출,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발성 문제가 겹치면서 '역대 최악의 로맨스 영화'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100% 디지털 촬영으로 완성된 첫 블록버스터이며, 이 영화를 기점으로 영화 산업은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다와 두쿠 백작의 라이트세이버 결투, 제다이 기사단과 분리주의 연합의 드로이드 간 전투 등으로 액션을 강화했으며, 의회를 장악한 팰퍼틴 의장이 무역 연합에 대항하고 분리주의자들로부터 은하 공화국을 방어할 목적으로 비상 권한을 부여받는다거나 보바 펫과 클론 트루퍼를 결부 짓는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이다. 루카스의 탁월한 기획력에 비해 <시스의 복수>을 위해 아껴둔 '드라마의 부재'를 막을 캐릭터 묘사에 실패하면서 시리즈 사상 가장 지루하다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조지 루카스가 프리퀄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동기인 '클론 전쟁'의 개전만을 알린다는 점이다. 추후 전쟁의 진행 상황은 <클론 전쟁(2003-2021)>로 대체됐다. 있으나 마나 한 ‘제다이의 결혼 금지 규율’ 따위보다 '클론 전쟁' 자체에 포커스를 뒀다면, <에피소드 1·2>가 이리 허무하게 낭비되지 않았을 터인데, 무척 안타깝다.
하지만 2편의 숨은 장점은 비극의 단초인 ‘하마르티아(Hamartia)’를 제공했다는 데에 있다. '하마르티아’의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화살이 과녁을 맞히지 못하고 빗나가다’, ‘길을 잃고 헤매다’이지만, 하마르티아는 주인공이 지닌 결함으로, 아나킨은 금혼 계율을 어기고 파드메와 결혼하고, 제다이 답지 않게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감행한다. 이것이 아나킨의 하마르티아다. 그의 판단 실수는 '비극'이라는 커다란 기계를 작동시킨다. 마치 브레이크 페달이 고장 나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된 자동차의 결함처럼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2편의 빌드업이 있었기에 3편에서 극적으로 반등할 수 있었던 것이다.
#7 :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 (EPISODE I - THE PHANTOM MENACE, 1999)
<프리퀄 3부작>의 밑바탕을 깔기 위한 거대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포드 레이스 장면과 다스 몰과의 검투신만 보거나 <보이지 않는 위험>을 통째로 건너뛰더라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상상력이 결여된 <시퀄 3부작>으로 말미암아 <보이지 않는 위험>의 세계관 확장이 긍정적인 평가로 돌아섰다. 살다 살다 <프리퀄 3부작>을 응원하는 날이 오다니
1편은 무역협상, 분리주의 연합 등 진지한 정치적 담론, 자자 빙크스의 고통스러운 CG 슬랩스틱, 부재한 주인공, 처참한 대사, 느슨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클래식 3부작>과는 확연히 차별화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바로 로마 공화정이 제국화 되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결함으로 인해 자신과 주변인이 파멸로 치닫는 셰익스피어리언 비극을 시리즈에 훌륭하게 이식시켰다.
또, <클래식 3부작>과는 이질적이었던 디자인이 클래식의 변영에 지나지 않는 진부한 디자인을 선보인 <시퀄 3부작>으로 말미암아 지금에 와서는 과감한 도전으로 재평가를 받았다.
끝으로 미디클로리언을 통해 '기(氣)'에서 착안한 포스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이 개념으로 노예신분인 아나킨을 '선택받은 자'로써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8편 이전부터 누구나 포스를 가질 수 있다는 '포스 에브리웨어' 설정은 이미 존재했었다.
#6 :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 (EPISODE VI - RETURN OF THE JEDI, 1983)
놀란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처럼, 3부작을 마무리 짓는 일은 어렵다. <제다이의 귀환>은 전편 <제국의 역습>이 근사하게 던져놓았던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고, 지금까지 끌어온 시리즈의 결말을 내야 하는 힘겨운 미션이 남아있었다. 그럼 <스타워즈>의 주제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파우스트>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 동일하다. 메피스토텔레스의 유혹에 넘어간 인간이 어떻게 타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결국 자신의 구원을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제다이의 귀환>라는 제목은 아나킨이 메피스토텔레스(팰버틴)를 원자로에 던져버리며, 인간성을 회복하는 걸 의미한다. 가면을 벗어던지고 아들의 얼굴을 마주함으로써 부자간의 화해가 이뤄진다. 여기서 그리스 비극과 <스타워즈>의 차이점이 발견한다. 그리스 비극은 신이 정한 운명론에 의존하지만, 팰퍼틴에게 끌려다니던 다스 베이더가 자신의 의지로 다시금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타락한 영웅이 스스로 선택해서 악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 바로 '포스의 균형'이다.
더욱이 6편은 분명히 4편 <새로운 희망>의 아이디어를 재탕하고, 인물 간의 갈등구조가 할리우드 영화답게 안전하다. 그것이야말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게 <배트맨 비긴즈>을 참고하라는 교훈으로 받아졌다.
이렇게 <제다이의 귀환>는 클래식 3부작이 남긴 수많은 질문에 대답함으로써 무용담을 장중하고 우아하게 마무리했다. 이후 루크와 레아를 중심으로 레전드 확장 세계관(EU)이 진행되고, 팬들로 하여금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악당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뒤에 팬들의 소원은 마침내 이뤄진다.
#5 : 안도르 (Andor, 2022-4)
토니 길로이가 제작한 <안도르>는 제국은 개념이 아니라 실재로 옮겨 놓는다. 기존의 모호한 제국의 독재를 권위주의 국가에서 역사적으로 벌어졌던 무자비한 잔인함으로 업데이트하며 반란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현재의 권위주의 정권처럼 그려진 제국의 가혹한 통치구조가 마치 독재 시절의 안기부(중정)를 떠올리게 한다. 반대로, 제국의 감시를 피해 반란을 준비하는 과정이 민주화운동이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카시안 안도르(디에나 루나)'는 제국에 의해 고아가 된 비극적인 인물이자 궁극적으로 반란군에 가담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 솔로의 새로운 버전 같지만, 고뇌의 척도가 다르다. 왜냐하면 반란군에 동참한 테러리스트이자 자유 투사이지만 그들이 내린 모든 결정이 전적으로 윤리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도르>는 반란을 미화하거나 단순화화지 않는다. 모든 인물들이 각자의 이익과 동기에 의해 움직이기에 그들을 옮은 일을 하는 정의로운 투사로 미화하지 않는다. 전개가 느리고, 복선은 제국에 압제에 맞서는 시민불복종에 귀기울인다. 제국군 역시 관료조직으로 겪는 알력과 파벌싸움에 초점을 맞춘다.
등장인물들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이 반란이 은하계 전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끊임없이 상기시켜주기 때문에 원작영화보다 훨씬 더 실감나게 느껴진다. <클론전쟁>이 프리퀄 3부작의 기초를 잡고 하위 텍스트를 채워나갔다면 <안도르>는 반란군 이야기를 가져와 정치혁명으로 승화시킨다. 프랜차이즈가 재밌는 모험이나 농담에 가려진 복잡한 주제를 공개한다. 기존 스타워즈와 매우 흡사하지만 프랜차이즈에서 본 적이 없는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4 :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 (ROGUE ONE: A STAR WARS STORY, 2016)
드디어 디즈니 스타워즈가 재탕을 멈추고, <스타워즈>의 감춰진 이면을 파헤친다. 전쟁의 한 복판에서 저항군 특공대들의 희생을 다룬다. 원래 <스타워즈> 자체가 제2차 대전 전쟁 영화들에게서 착안한 작품이었다. 은하 제국 군복은 나치 독일과 매우 유사하며, 저항군은 연합 군을 연상시키지 않은가? [로그 원]은 한발 더 나아가 ‘레지스탕스‘의 이미지를 덧입힌다.
다시 말해 스타워즈 특유의 유치한 가족영화의 틀을 버리고, 본래 스타워즈 세계관에 지니고 있던 2차 대전 특공대를 내세운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6부작>과 연결성을 중시한다. 무엇보다 가렛 에드워즈의 장단점이 다 발휘됐다. 무미건조한 캐릭터 구축과 초반부의 산만한 드라마가 아쉽지만, 스펙터클하게 규모를 살리는 연출이나 사실성을 강조한 서사구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요즘 <만달로디안>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로그 원>과 동일하다. 기존 스타워즈 설정을 존중하면서도 세계관을 확장하려는 참신한 시도가 병행되었다는 점이 성공 비결이다.
#3 :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EPISODE III - REVENGE OF THE SITH, 2005)
조지 루카스의 여전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이야기의 본질에 다가선다. 아나킨은 한 개인이 막을 수 없는 불행이 연달아 닥치며 타락하게 되고, 공화국 역시 멸망하게 되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동정심을 가지게 한다. <프리퀄 3부작>을 통해 ‘제다이 vs 시스’로 세계관이 확장하게 되면서 <클래식 3부작의 ‘부자간의 골육상잔'은 수 천 년간 이어진 제다이와 시스의 대립 중 하나로 재정립한다.
시스 로드인 황제가 제다이 기사단의 '선택받은 자'를 회유하며 시스의 복수를 완성한다. 스타워즈 팬들은 아니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가 되는 결말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창시자가 새롭게 공개한 사실들에 놀람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스승과 제자의 처절한 혈투는 물론이고, 요다가 황제 암살에 실패하면서 은거한다거나 '오더 66'에 의해 제다이 기사단이 몰락하고, C3P3와 R2D2가 기억을 잃는 과정, 오비완이 포스의 영이 되는 법을 요다에게 전수해 준다거나 파드메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들쑥날쑥한 <프리퀄 3부작>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면서도 <클래식 3부작>에서 빠진 빈틈을 세심하게 메웠다.
만약 ‘다스 플레이거스의 비극’이 없었다면 9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의 황제 클론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휴지조각이 되었을 것이다. 시리즈 최초의 배드 엔딩에도 불구하고, 라이트 세이버가 누군가에 전해지면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서사와 액션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 유일한 스타워즈 작품이며, 밝고 유쾌한 <클래식 3부작>과는 180도 다른 어둡고 진지한 <프리퀄 3부작>을 성공적으로 완결 지었다.
만약 ‘다스 플레이거스의 비극’이 없었다면 9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의 황제 클론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휴지조각이 되었을 것이다. 시리즈 최초의 배드 엔딩에도 불구하고, 라이트 세이버가 누군가에 전해지면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서사와 액션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 유일한 스타워즈 작품이며, 밝고 유쾌한 <클래식 3부작>과는 180도 다른 어둡고 진지한 <프리퀄 3부작>을 성공적으로 완결 지었다.
#2 :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EPISODE IV - A NEW HOPE, 1977)
대중문화를 영원히 바꾼 영화다. 처음으로‘블록버스터’ 영화를 정의 내리고, '콘텐츠 산업'으로의 패러다임을 바꿔, 부가상품을 대중화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영화산업 역시 [스타워즈]를 기점으로 현실의 영역에서 ‘판타지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국내에서 <스타워즈>가 유치하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그러하다. 원래 조지 루카스가 어릴 적 즐겨본 코믹스 <플래시 고든>, 구로사와 아키라의 <숨은 요새의 세 악인(1958)>, 조지프 캠벨의 원형 신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동양의 '기(氣)'개념을 서양식으로 재해석한 포스 등의 철학적 우화, 전쟁영화, 갱스터, 호러, 뮤지컬, 서부극의 요소를 섞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이자 밝고 경쾌한 어드벤처 SF 영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 복합장르 전략은 이후 영화 제작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스타워즈>는 조지프 캠벨의 원형 신화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라이트 세이버로 레이저 빔을 막거나 우주를 배경으로 18세기 라인배틀을 펼치는 광경이 의아할 것이다. 이는 시대와 문화권에 구애받지 않는 원형 신화를 차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5편부터 '다스 베이더'를 그리스 비극처럼 그리면서 시리즈로써 환골탈태한다. 이때부터 할리우드 극작술에 '원형 신화'가 도입된다.
#1 :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EPISODE V - THE EMPIRE STRIKES BACK, 1980)
루소 형제의 말마따나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이 관객의 예상과 기대를 배반한 용기는 <제국의 역습>에서 배웠다. 당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모두 "도대체 뭘 본 거지?" 싶었다고 한다. 악에게 패배한 주인공, 어긋난 로맨스, 새드 엔딩은 상업영화의 오래된 금기들이었다.
전편 <새로운 희망>이 한 편의 독립된 영화로서 완결성을 갖춘 반면에 <제국의 역습>은 어떻게 이야기를 확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선례로 여전히 남아있다. 스타워즈 9부작의 밑그림은 여기서 출발했다. 한편 팬들은 <새로운 희망>과 <제국의 역습> 사이의 설정 구멍을 메우며 '확장 세계관 (EU)'로 만들고 놀았다. ‘원 소스 멀티 유즈의 기원’인 것이다, 이것이 <스타워즈>를 신화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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