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영화계의 상징이 《스타워즈》라면 21세기에는 《마블》이다. 코믹스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상호 간에 연결된 방대한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현재 어벤저스 실사영화 시리즈를 중심으로 히어로 개별 영화와 드라마를 단계별로 진행해 나가는 방식으로 세계관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공식적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로 알려진 이 프랜차이즈는 뚜렷한 가족주의 성향, 작품별 서로 다른 장르적 개성, 현실 정치-군사 분야를 반영한 핍진성 추구, 캐릭터 코미디답게 균형감 있는 영웅별 배분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2008년 이후로 226억 달러 이상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기록하며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성공한 문화 콘텐츠로 꼽힌다. 그렇다면 이 프랜차이즈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34 : 더 마블스 (The Marvels·2023) 니아 다코스타
장점은 영화만 봐도 무리가 없을 만큼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데에 있다. 그 반대급부로 〈엑스맨〉, 〈미즈 마블〉, 〈완다비전〉, 〈호크아이〉의 연계된 스토리를 마무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여 본작에 거의 집중할 수 없다.
지지부진한 전개 없이 거침없이 전개되나 마블스의 결성과정은 얼렁뚱땅이다. 박서준이 등장할 때 디즈니 뮤지컬이 뜬금없이 등장하고, 액션은 부실하며, 다르-벤의 악행은 축소되고, 감흥없는 대사들이 쏟아진다. 즉 차기작을 시청하기 위한 숙제처럼 너무 급하게 생뚱맞고 빈약해졌다.
#33 :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Black Panther: Wakanda Forever·2022) 라이언 쿠글러
아카데미 의상상
티찰라 왕의 승하를 애도한다. 페이즈 4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삐걱거렸지만, 서구 제국주의가 현재진행형이라는 당위성을 통해 반동인물을 소개하고, 세대교체를 꾀하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멀티버스 사가》는 우리와 동떨어진 코믹스를 지향한다. 리얼리티와 동떨어진 MCU 전체가 붕 떠있는 느낌이다. 이 영화가 그 단점이 두드러진다. 《와칸다 포에버》의 정치, 외교, 군사는 허무맹랑하다. 특히 국가 간의 전쟁에 걸맞은 스펙터클을 제공하지 못했다. 인종문제, 식민 역사, 민족말살, 서구의 침략을 다루는 정치스릴러가 추모로 시작해서 추모로 끝나서는 안되었다.
#32 : 블랙 위도우 (Black Widow·2021) 케이트 쇼틀랜드
마블은 나타샤 로마노프와 소원해진 KGB출신 ‘유사가족’을 화해시키기 위해 첩보물 본연의 색깔을 많이 희석시켰다. 태스크마스크를 추후에 《썬더볼츠》에 합류하기 위해 명목상의 빌런으로 둔다. 이 결정은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추락시킨다.
디즈니 가족주의가 짙어지면 질수록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를 후계자로 론칭하려는 속내를 숨기지 못한다. 이쯤되면 과연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을 위한 헌사인지 의심스럽다.
#31 : 토르: 다크 월드 (Thor: The Dark World·2013) 앨런 테일러
옆 동네의 《맨 오브 스틸》와 비슷한 로튼 토마토 지수를 받은 문제작은, 로키의 입체적인 캐릭터성이 유일한 성과다. 무매력 빌런 말레키스와 부실한 설명, 빈약한 액션이 거듭 발목을 잡는다.
#30 :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Ant-Man And The Wasp: Quantumania·2023) 페이튼 리드
《블랙 팬서 2》을 장송곡으로 소모한 마당에, 이 가족 영화에게 할당된 업무량이 늘어났다. 향후 3년간 '멀티버스 사가(10편 이상의 영화와 5편 이상의 TV시리즈)'를 책임질 악당의 내적 완결성과 서서의 유기성을 확보해야 했다. 《더 마블스》와 개봉시기를 바꾸는 바람에 135일이나 개봉이 앞당겨졌다.
디즈니는 저작권 분쟁 소지가 없는 자사의 IP(스타워즈)를 레퍼런스 할 것을 권유했다. 그 과정에서 과부하가 걸리고, 이질적인 요소들이 덜컹거린다. 속편을 향한 거대한 야심과 소박한 가족 시트콤 사이의 갭이 커졌다.
#29 : 캡틴 마블 (Captain Marvel·2019) 애나 보든, 라이언 플렉
〈원더우먼〉의 시대정신이 지배하는 여성 히어로 시장에서 〈메멘토〉처럼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과정으로 재구성했다. 그러나 두 감독은 SF(스페이스 오페라)답지 않은 투박하고 평범한 묘사로 일관한다.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의 과거사를 마리아 램보의 대사 몇 줄로 축약시켜 버린 것은 패착이다. 그 결과 주인공보다 '닉 퓨리(사무엘 잭슨)' 혹은 '탈로스 더 스크롤(벤 멘델슨)'이 더 반짝인다.
남성들의 차별에 굴하지 않고 굳세게 일어서는 여성상을 그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캐롤은 지구인을 딱히 의식하거나 배려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페미니즘과 외계 침공 서사가 엇나가면서 슈퍼히어로의 덕목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대자로 크리 제국의 '욘-로그(주드로)'을 내세웠던 것이 실수였다. 페이즈 6, 정확히는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을 염두에 둔 것이 이런 참사를 불러왔다.
#28 : 아이언맨 2 (Iron Man 2·2013) 존 패브로
차기 프로젝트를 위해 불필요한 사건들과 캐릭터들이 난입하면서 영화는 난잡해졌다. 마블의 간섭에 지쳐서 그만두려던 존 패브로를 억지로 잡은 결과가 이 모양 이 꼴이다.
흉흉한 일례로 제임스 로드/워머신 역의 테렌스 하워드를 돈 치들로 배우 교체하면서 '흑인은 똑같이 생겨서 관객이 모를 거"라는 아이작 펄머터 마블 부회장의 망언에서 제작 당시의 흉흉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27 : 토르: 러브 앤 썬더 (Thor: Love & Thunder·2022) 타이카 와이티티
신에게 복수를 결심했던 악당은 복수의 대상인 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아이러니, 신으로서 세상을 구했으나 애인을 지켜주지 못했던 역설이 만나 러브와 썬더만 남는다는 컨셉은 훌륭했다. 디즈니가 가족 관객을 의식한 나머지 편의주의적 편집을 고수한 것이 드라마의 흐름을 자주 끊어놓아 영화의 잠재력을 가로막았다.
그 결과, 크리스천 베일이 연기한 '고르'의 진지한 비극과 유치한 코미디가 충돌한다. 또 '제인 포스터(나탈리 포트만)'에 집중하느라 주인공 토르에 대한 대접이 시원찮아졌다.
#26 : 인크레더블 헐크 (The Incredible Hulk·2008) 루이 르테리에
이 작품의 역사적 의의는 크로스오버가 실현된 첫 번째 MCU영화라는 점이다. 닉 퓨리의 언급과 스타크 인더스트리, 슈퍼 솔저 프로젝트, 토니 스타크의 등장은 드림 프로젝트《어벤저스》를 향한 포석이다.
액션을 강화된 것은 좋았지만 '헐크(에드워드 노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렁 뚱땅이다. '에밀 블론스키(존 로스)'가 어보미네이션이 되는 과정이 엉성하게 그려졌고, 존재감이 희미한 '베티 로스(리브 타일러)'는 MCU 역사상 가장 역할이 적은 히로인으로 전락했다.
#25 : 앤트맨과 와스프 (Ant-Man And The Wasp·2018) 페이턴 리드
시원찮은 삼류 악당에도 불구하고 깨알같이 소소하게 웃긴다.
디즈니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가족영화’로 암울했던 《인피니티 워》에 지친 관객들을 위로한다. 더욱이 양자역학을 이용한 과학적 상상력은 작품의 개성을 더한다. 마블은 본격적으로 《다중우주(멀티버스)》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22 : 토르: 천둥의 신 (Thor ·2011) 케네스 브래너
로키(톰 히들스턴)가 영화에서 이복형제의 애증관계로 극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지상에 내려와 인간 세계에 동화되면서 겪는 내적 갈등의 요소가 전무하다시피 하고, 궁정 음모와 로맨스, 액션을 115분에 욱여넣다 보니 수습하지 못했다. 그렇게 그저 《어벤저스》를 향한 예고편이 전락한다.
그렇지만 북유럽 신화와 현실세계를 융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왜냐하면 케빈 파이기는 'MCU를 현대의 그리스 로마 신화로 만들겠다.'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상호 연결된 공유세계관으로서 마법과 신화를 이물감 없이 융화시킨 공로는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23 :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2021) 데스틴 대니얼 크레튼
과거 찬란했던 홍콩영화에 존경을 보내며, MCU 전체에서 가장 멋진 전투 장면을 보여줬다. 성룡이 연상케 하는 맨손격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는 거의 최초로 동양의 신수(주작, 기린(또는 용마), 혼돈, 구미호, 중국풍 사자상, 용)를 스크린에 옮겼다. 등장인물들의 고뇌가 자신의 꿈과 가족의 기대에서 씨름해야 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공감할 요소가 많다. 하지만 어둠의 드웰러가 등장하면서부터 그전까지의 과정을 다 무의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덕이 존재한다. 바로 '웬우(양조위)'다. 그는 때로는 영웅들의 동기가 되고 시련이 되다가도 애정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 까다로운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양조위는 완벽하게 표현하면서 동시에 극 전체를 무게감 있게 이끌어갔다. 앞으로 마블이 빌런을 묘사할 때 웬우와 킬몽거의 사례를 참고했으면 하는 바이다.
#22 : 이터널스 (ETERNALS·2021) 클로이 자오
MCU에서 유일하게 작가주의가 발현된 케이스다. 슈퍼 히어로 영화 공식을 철저히 해체시키고 있다. 그러나 클로이 자오의 개성은 히어로 영화와 계속 충돌한다. 10명의 이터널들의 사연, 그들 사이의 관계와 갈등, 7000년이 넘는 역사적 진화에 이들의 존재론적 고민을 담기에는 2시간 37분의 러닝타임이 턱없이 모자라다.
다시 말해 너무 많은 인물, 방대한 세계관과 생소한 용어로 인해 도무지 '마음 줄 캐릭터'가 보이질 않는다. 진정으로 우리가 이 이야기와 사랑에 빠지게 힘들게 한다.
#21 :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Avengers: Age Of Ultron·2015) 조스 웨던
속편을 위해 종종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해친다는 시리즈의 단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더욱이 조스 웨던은 불친절하고 쓸데없는 시퀀스를 잔뜩 추가하는 바람에 플롯과 배경이 산만해졌다. 울트론 군단은 치타우리 종족보다도 전투력이 너프 되어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디즈니는 《에이지 오브 울트론》를 실패작으로 판단하고, 케빈 파이기에게 마블 스튜디오의 전권을 일임하고 아이작 펄머터를 결제라인에서 내쫓았다.
#20 : 데드풀과 울버린 (Deadpool & Wolverine·2024) 숀 레비
MCU의 첫 번째 R등급 영화는 엑스맨 유니버스를 합병한다. 데드풀이 울버린을 고용해 시간선의 소멸을 막기 위해 길을 떠난다. 〈로키〉의 보이드로 추방되어 비즈니스 마인드로 프랜차이즈에서 버려진 슈퍼히어로를 여럿 만난다. 제4의 벽을 허무는 이 영화의 진정한 목적은 추억의 마블 영화를 기념하는 것이다. 이것이 멀티버스 스토리텔링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19 : 아이언맨 3 (Iron Man 3·2010) 셰인 블랙
토니 스타크의 PTSD를 탐구하며, '슈트를 입지 않아도' 히어로라는 정체성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매력(아이언 슈트)이 줄어들고, '페퍼 포츠(귀네스 팰트로)'는 막 나가고, 필생의 숙적'만다린'마저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거기다 그 흑막인 '올드리치 킬리언(가이 피어스)'은 MCU 최악의 찌질이로 불리는 형편이다.
토니 스타크의 캐릭터성도 문제인데, 《어벤저스: 엔드게임》과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비교해 보면 그 이질감이 두드러진다.
#18 :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2022) 샘 레이미
샘 레이미는 ‘광기’를 주제로 ‘다중우주’라는 도구로 누구나 볼 수 있는 호러 블록버스터를 완성했다. 디즈니+와의 연계로 진입장벽이 높고, 다수의 카메오는 무의미하게 소비되고, 공허한 CGI 환경에서 액션은 허우적거린다. 이런 이질감이 기존 마블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 당혹감을 줄 수 있다.
샘 레이미가 완성한 게 대단할 정도로 제작 과정이 험난했다. 마블 스튜디오는 개봉 2달 전까지 재촬영을 계속했다. 마이클 월트론은 3주 만에 각본을 완성해야 했고, 대니 앨프만은 1주일 내로 음악을 작곡해야 했다. 엘리자베스 올슨은 마블이 《완다비전》을 감독과 작가에게 공지하지 않아 본인이 알려주고 다 함께 각본을 재검토했다고 한다. 당시 마블은 8편을 동시에 제작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17 : 스파이더 맨: 파 프롬 홈 (Spider-Man: Far From Home·2019) 존 왓츠
토니 스타크의 부재를 이겨내는 피터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지만, 흥미롭지 않은 냉랭한 10대 로맨스에 무게추가 실려 있다.
이런 불균형이 위협적인 빌런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의 활용에 걸림돌이 되었다. 설상가상 피터의 각성이 히어로로써의 책임감 부족으로 오해를 샀다.
#16 : 퍼스트 어벤져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2011) 조 존스턴
성선설의 화신 ‘슈퍼맨’이 그러하듯 고전적인 영웅주의는 얼핏 평면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제4의 벽을 깨는 것이 유행하는 시대에 이렇게 1940년대 코믹스 황금기의 분위기를 재현하려는 연출은 고풍스러울 수 있다. 그렇게 드라마 구축에 힘쓰다가 액션이 빈약해졌다.
이후에 스티브 로저스가 《어벤저스》에서 리더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일 만큼 인물의 성격을 잘 부여했다. 돌이켜보면 이 영화의 중요성은 더욱 올라간다. '바른생활 사나이의 모험', '절친 버키와의 우정', '페기 카터와의 순애보' 등은 <인피니티 사가>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스토리 라인이지 않은가? 그래서 인피니티 사가가 종료된 현시점에서 재평가해야 마땅하다.
#15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Guardians Of The Galaxy Vol. II·2017) 제임스 건
이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80년대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 혹은 추억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것이 마블민국에서 가오갤 시리즈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까닭이다. 물론 발번역이 유머를 짜게 식혔다.
#14 : 앤트맨 (Ant-Man·2015) 페이턴 리드
페이즈 2의 마지막 작품은 어벤저스 원년멤버 ‘앤트맨’을 재치 있게 소개한다. 페이즈 3부터 부각되는 ‘가족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첫 작품이기도 하다.
#13 : 블랙 팬서 (Black Panther·2018) 라이언 쿠글러
아카데미 음악·의상·미술상
슈퍼히어로 영화 최초의 오스카 작품상 후보작은 어떻게 문화현상이 됐을까? 왜냐하면 흑인들이 줄곧 주장하던 블랙 파워 정신이 영화 곳곳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흑인들의 문화코드가 꾸준히 할리우드를 두드린 결실이다. SAG 어워드에서 최우수 앙상블 부분을 수상한 최초의 코믹스 영화이기도 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의 블록버스터는 안타깝게도 볼거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 액션 연출이 단조로워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또 흑인 인권문제를 고찰하려 했지만, 상업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다. 그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쳐버렸다는 인상을 줄 여지가 있다.
#12 : 닥터 스트레인지 (Doctor Strange·2016) 스콧 데릭슨
다수가 지적한 대로 이야기는 《아이언맨 1》 공식을 반복해서 진부했다. 결정적으로 '에이션트 원의 화이트 워싱 논란'처럼 오리엔탈리즘은 거북하다. 하지만 유심론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비주얼 텔링은 일품이다.
#11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 (Guardians Of The Galaxy Vol. III·2023) 제임스 건
팬들이 기대하는 사랑스러운 괴짜들, 거대한 마블 액션, 유쾌한 농담 다 있다. 특히 로켓 라쿤의 과거에 무장 해제당한다. 이제 유사가족이 된 그들은 서로를 다독이는 법을 터득한다. 그러나 ‘가다 서다’하는 서사 구조로 인해, 본래 갖고 있었던 친밀감과 추진력이 조금 더디다.
#10 : 스파이더맨: 홈커밍 (Spider-Man: Homecoming·2017) 존 왓츠
샘 레이미의 3부작을 뒤이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이어 2번째 리부트 즉 동어반복임에도 가벼운 청소년 드라마로 생동감을 얻는다. 피터 파커가 MCU에 합류하면서 삼촌의 부재와 빈곤이 배제되고, 원작 코믹스처럼 유쾌하게 진행된다.
빌런 벌쳐 역의 마이클 키튼은 적은 분량 이상의 압도적인 캐릭터 해석을 통해 극을 휘어잡는다.
#9 : 토르: 라그나로크 (Thor: Ragnarok·2017) 타이카 와이티티
이 영화가 저평가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서적 거리감도 있지만, 형편없는 번역 탓에 유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프랜차이즈에서 100% 순수한 코미디를 해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왕위 계승자가 검투사로 격하되지만 복수에 성공한다는 《글래디에이터》의 서사를 더한다. '헬라(케이트 블란쳇)'의 어설픈 퇴장처럼 허점이 많지만, '헐크'와 '그랜드 마스터(제프 골드블럼)'가 선사하는 유머로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8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Spider-Man: No Way Home·2021) 존 왓츠
순수한 이벤트 영화로써 테마파크 영화의 개념에 부합한다. 다중우주를 통해 20년 넘게 이어져온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집대성하며 스파이더맨 서사를 완결 짓는다. 히어로와 빌런이 함께 치유하며 상생을 논한다. 따라서 「노 웨이 홈」은 잊지 못할 영화적 체험을 선물한다.
#7 : 아이언맨 (Iron Man·2008) 존 패브로
모든 것이 시작한 작품이다. 〈아이언맨〉은 팝콘 엔터테인먼트 전체를 변화시켰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지구상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장르로 끌어올렸다. 특히 개과천선하는 영웅의 각성은 이후 슈퍼히어로 영화 플롯의 핵심이 되었을 정도다.
#6 : 어벤저스 엔드게임 (Avengers: Endgame·2019) 루소 형제
위대한 마침표, 만인을 만족시키고 누구나 납득할만한 결말을 내놓는다는 건 쉽지 않다. 케빈 파이기와 루소 형제는 지난 11년간 함께했던 영웅과 세계관을 사려 깊게 존중하면서도 〈인피니티 사가〉를 훌륭히 마무리한다. 이 거대한 피날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마침표로 들리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5 : 어벤저스 (The Avengers·2012) 조스 웨던
케빈 파이기는 인터뷰에서 MCU가 지금의 규모만큼 거대해질 수 있다고 스스로 믿게 된 시점이 《어벤저스》의 성공 직후였다고 밝힌 바 있다. 왜 그러냐면 디즈니가 마블의 인수를 진행했을 때 월가에서 부정적으로 반응했었다. 모두가 마블의 미래에 대해 의문부호를 보내고 있을 때, 이 영화는 당시 블록버스터로써 드문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크로스오버를 성공시켰다. 이 성공을 지켜본 할리우드는 팀업 무비에 열을 올렸고, 우리나라 역시 '마블민국'으로 거듭난다.
순위가 높은 또 다른 이유는 'MCU사상 가장 탁월한 캐릭터 코미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4 :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2014) 루소 형제
MCU의 최대 장점은 여러 장르를 슈퍼히어로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데에 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이종교배가 주는 쾌감'으로 국한하면 백미에 해당한다. 1970년대 포스트 워터게이트 첩보 스릴러(《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코드네임 콘돌》)를 끌고 와서 ‘내부의 적’을 다룬다. 스티브 로저스의 올곧은 신념을 흔들며 대중을 감시하는 빅브러더의 도래를 경고한다.
예상보다 순위가 낮은 이유는 MCU에서 더 이상 이 영화의 액션 스타일을 계승하지 않아서 영향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The Volume(배우를 그린 스크린이 아닌 LED스크린에 세워 미리 만들어놓은 배경을 재생하는 기법)와 편집으로 모든 액션을 손쉽게 대량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3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Captain America: Civil War·2016) 루소 형제
히어로의 내부분열을 똑같이 다룬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보다 한층 더 깊이를 갖췄다.
원작 코믹스의 거대담론을 점점 사적 복수의 영역으로 축소시킨 것은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제모 남작이 기획한 복수극은 티찰라에 의해 용서와 회개로 무마된다. 심리 스릴러 기법(하워드 스타크 부부의 죽음)을 히어로 장르에 도입시켰고, 존 윅 제작진이 담당한 '공항장면'은 MCU의 절정이다.
#2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2014) 제임스 건
듣보잡 코믹스 였지만 멋지게 성공했고, MCU의 시제품을 출시했다. 스페이스 오페라, 끝내주는 올드팝 사운드트랙, 재치 있는 대본, 레트로한 비주얼 스타일을 유행시켰다. 기원담은 후다닥 건너뛰고 본론으로 곧장 넘어가는 파격적인 구조도 신선했다. 거부할 수 없는 파토스와 무모한 불경함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1 :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Avengers: Infinity War·2018) 루소 형제
거악에 정의가 패배하는 마블판 《제국의 역습》은 실로 용감한 영화다. 주인공이 거듭 실패하는 광경은 분명 관객들의 기대를 배반하는 리스크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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