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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Sep 27. 2020

SF영화 추천 110편, PART IX

TOP 110 SCI-FI MOVIES OF ALL TIME (9)

사이언스 픽션(Science-Fiction). 약칭 SF는 "사이언스 판타지", "사변 소설", "우화 소설 (fabulation)", "철학 지향적 과학 소설(philosophically oriented science fiction)" 등 다양하게 문학적 관습과 규약을 논의되었지만,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 인간의 인식이 닿을 수 있는 부분을 다루는 장르'로 받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직도 논쟁 중이므로 이것이 정확한 정의는 아니다. 크게 자연과학에 기초한 '하드 SF', 사회과학에 기반한 ‘소프트 SF'로 분류된다. 그 아래에 희망찬 미래를 표현한 ’ 유토피아‘, 어두운 미래를 예상한 ’ 디스토피아‘, 원시 문학(신화)적인 ’ 스페이스 오페라‘, 종말 이후의 세계를 그린 ’ 포스트 묵시록‘ 등이 SF의 하위 장르들이다.        


과학사학자 로버트 K. 머튼은 “모든 창조자는 시공간에서 타인에게 둘러싸여 있고 죽은 자와 산 자를 불문하고 수많은 타인에게 개념, 맥락, 도구, 방법론, 데이터, 법칙, 원칙, 모형을 물려받는다.” 즉, 모든 창조 영역은 광대한 연결 공동체이므로 어떤 창조자도 지나치게 많은 공을 차지할 자격은 없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그 장르의 역사를 110편의 영화로 정리해보겠다. 덧붙여 사이언스 픽션계의 노벨상인 ‘휴고상’에서 영상매체에게 수여되는 ‘최우수 드라마틱 프레젠테이션’에 후보작 위주로 목록을 짰음을 미리 알려드린다. 1-2개 빼고는 전부





#20 :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1993) 스티븐 스필버그 

아카데미 음향편집·음향효과·시각효과상

엄청난 상상력으로 관객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며, 앞으로의 SF영화의 표준을 설정한다. 영화사적으로는 <터미네이터 2>에 이어 <쥬라기 공원>이 연달아 터지면서 CG로 영상기술의 패러다임이 아예 바꿨다.




#19 :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1968) 프랭클린 J. 샤프너

아카데미 공로상 (존 챔버스-분장)  

유명한 반전 결말을 제외하더라도 대중문화 전반에 끼친 영향이 어마어마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어설퍼 보이지만, 존 챔버스의 분장은 1968년 당시로서는 할리우드 전체를 충격에 빠뜨린 매우 획기적인 수준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 부문이 따로 마련된 것은 1982년인데, 그보다 무려 13년 전인 1969년에 존 챔버스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특별히 분장 부문 특별상을 시상했을 정도이다.     


혹성탈출 시리즈는 <스타워즈>, <스타트렉>와 더불어 성공적인 SF 프랜차이즈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시리즈는  '진화론과 퇴화론의 충돌'을 주제로 역사왜곡을 통한 프로파간다, 인종차별, 계급 계층화, 과학 오용과 같은 사회문제를 다뤘다. 더욱이 <터미네이터>와 <매드 맥스>로 대표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묵시록)’장르의 기초를 제공했다. 




#18 : 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2004) 미셀 공드리

아카데미 각본상

사회과학은 변인통제가 어렵다. 왜냐하면 사회현상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환경을 조성하여 실험하지 않는 이상, 사회 그 자체를 대상으로 통제된 실험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프트 SF영화들이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실험을 감행한다. 상상을 시청각으로 번역하는 창의성, 감각과 논리의 영화적 결합에서 이 작품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찰리 카우프만의 각본은 결코 새롭거나 신선하다고 볼 수 없다. 인간의 의식을 DB화, 기억의 삭제와 조작은 1950년대부터 소프트 SF 장르의 단골 소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우프만의 재능은 인공적인 SF 소재를 서정적이고 로맨틱하게 하는 데에 있다. 카우프만의 인간관계에 대한 사려 깊은 관찰은 심리학에서 인간 행동의 본질적 논쟁에 대한 강한 사례를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미셀 공드리의 몽환적인 스타일, 짐 캐리의 진심 어린 호소력이 당신의 마음에 노크한다.




#17 : 시계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1971) 스탠리 큐브릭

이 소프트SF는 공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강제하려는 데에 의문을 던지는 동시에 성악설을 깊이 탐구한다. 히스 레저가 ‘조커’를 연기하기 위해 몇 번이고 반복 관람했을 만큼 극장 문을 나서도 곰곰이 사색하게끔 이끈다.




#16 : 지구가 멈추는 날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1951) 로버트 와이즈

해리 베이츠의 단편소설 <지배자에게 고하는 작별>을 통해 당시 냉전과 정치가에 진절머리가 난 관객들에게 사이다를 안겨줬다. 핵위협을 외계에서 온 ‘예수’의 고난에 비유하며 인류가 가진 결점들 ‘편견’과 ‘호전성‘ 탓이라고 차분히 설득한다. 지구인에 우호적이며, 아이들과 우정을 나누는 외계인 클라투의 존재는 <미지와의 조우(1977)>, <E.T.(1982)>에 유전됐다.


더욱이 버나드 허먼은 초기 전자악기인 ‘테레민’을 사용해 선구적인 스코어를 작곡했다. 또 휴먼로이드 ’ 고트‘는 ’ 아이언 맨 마크 1', <아이언 자이언트(1999)>, <로보캅(1987)>을 비롯한 수많은 로봇 디자인에 자신의 DNA을 남겼다. 조지 루카스 감독은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대사인 “클라투 바라다 니크토”에 오마주를 바치는 의미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1983)>에 클라투와 바라다, 니크토라는 조연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외계인의 방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정세는 <컨택트(2016)>에 영향을 미쳤다. 




#15 : 스타쉽 트루퍼스 (STARSHIP TROOPERS·1997) 폴 버호벤

로버트 A. 하인라인이 1959년에 출간한 원작은 ‘인공 신체’ 개념을 최초로 창안하며 밀리터리 SF라는 서브 장르를 창시했다. 오늘날 ‘강화복(파워 슈트)’으로 대변되는 인공 신체 개념은 <아이언맨>, <건담>, <배트맨>, <에일리언>, <스타크래프트> 등에 전 방위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폴 버호벤은 군국주의를 예찬하는 하인리인의 이상을 거부한다. 대신에 어린 시절에 2차 대전을 경험했던 트라우마를 영화에 반영했다. 그리고 할리우드 전쟁영화들이 영웅주의로 일관하는 관습에서 탈피한다. 이런 능동적인 해석이 이 영화가 오늘날 회자되는 이유다.  




#14 : 에이 아이 (A.I. ARTIFICIAL INTELLIGENCE·2001) 스티븐 스필버그

감정형 아이 로봇 데이비드(할리 조엘 오스먼트)는 인간 어머니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인간 아이가 되기를 갈망한다. 스필버그의 동화적 정서와 큐브릭의 인위적인 ‘인공 감정’은 평행을 이룬다. 주인공이 인간성을 배워갈수록 그가 접하는 세계는 점점 기계적이고 무미건조하게 바뀌어간다. 우리가 주인공에 이입해 나갈수록 종국에는 인간의 사랑이 ‘종족보존 본능’에서 비롯된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되었음을 깨닫게 해 준다.




#13 : 터미네이터 1.2 (TERMINATOR/JUDGMENT DAY·1984-91) 제임스 카메론

아카데미 시각효과·음향·음향편집·분장상

SF 장르는 미래에 관한 극단적인 가정을 통해 오늘의 삶을 이야기하는 일종의 사회 실험이다. 제임스 카메론은 어린 시절 겪은 쿠바 미사일 위기를 떠올리며 극본을 썼다. 그래서 죠셉 사전트의 <콜로서스(1970)>의 설정, 즉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거라는 공포를 통해 호러와 액션 장르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높다란 장벽을 허문다. 그렇게 함으로써 여주인공이 슬래셔 살인마를 기계 병기로  맞서는 SF액션으로 재탄생한다. 이러한 ‘포스트 묵시록’이라는 장르가 박스오피스를 강타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었다.


한편 <터미네이터 2>는 이전까진 영화 특수효과의 보조 역할로만 활용됐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내세웠다. 액체금속으로 만들어져 어떤 형태로든지 변할 수 있는 새로운 로봇'T-1000'의 특수효과 디테일은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수준이다. 이런 상상력은 재료공학과 증강현실 등 최근의 신기술에 영감을 줬다. 




#12 : 컨택트 (ARRIVAL·2016) 드니 빌뢰브 

아카데미 음향효과상

할리우드답지 않게 정통 SF문학을 영화화했다. 테드 창의 단편 <네 인생의 이야기>의 물리학과 과학철학에 관계된 내용은 각색되었지만, 영화는 소설의 주제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에 집중한다. 드니 빌뢰브는 영화의 역사에서 전무후무할 외계 언어 탐색을 통해 <컨택트>는 '고립'이나 '분열'이 전쟁을 불러오고, '소통과 연결이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순환론적 시제, 언어 결정론, 언어적 상대성(사피어-워프 가설)을 근거로 ‘모녀관계’를 소재로 울림과 잔향이 큰 드라마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의 영역마저 건드리고 있다.


드니 빌뢰브는 항상 사회적 폭력에 희생되는 개인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개인적 차원에서 각성에서 머문다.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거대담론 자체를 회피한다.




#11 : 매트릭스 (THE MATRIX·1999) 워쇼스키 자매

아카데미 시각효과·편집·음향·음향편집상

1980년대에 ‘사이버펑크’라는 SF의 서브 장르가 번성했었다. 하지만 1999년에 벌써 유행을 접고 그 다음을 모색하는 동안 워쇼스키는 뒤늦게 한물간 유행을 재활용하기 시작한다. 거기다 홍콩 무협물,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일본 애니메이션 장르의 조각들을 긁어모아 영화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후속작인 <… 리로디드>의 철학 장광설, <… 레볼루션>의 진지한 메시아사상은 <매트릭스>만의 독창적인 기반이 그리 탄탄하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매트릭스>의 진정한 가치는 철학적 담론이 아닌 영화 제작 방식을 바꾸어 놓은 '스타일'에 있다. ‘와이어 푸(Wire-Fu)’, ‘불릿 타임’ 같은 참신한 볼거리를 보여주지 못하자 후속편들이 개성 없는 기성품과 진배없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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