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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03. 2020

SF영화 추천 110편, PART X

TOP 110 SCI-FI MOVIES OF ALL TIME (10)

사이언스 픽션(Science-Fiction). 약칭 SF는 "사이언스 판타지", "사변 소설", "우화 소설 (fabulation)", "철학 지향적 과학 소설(philosophically oriented science fiction)" 등 다양하게 문학적 관습과 규약을 논의되었지만,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 인간의 인식이 닿을 수 있는 부분을 다루는 장르'로 받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직도 논쟁 중이므로 이것이 정확한 정의는 아니다. 크게 자연과학에 기초한 '하드 SF', 사회과학에 기반한 ‘소프트 SF'로 분류된다. 그 아래에 희망찬 미래를 표현한 ’ 유토피아‘, 어두운 미래를 예상한 ’ 디스토피아‘, 원시 문학(신화)적인 ’ 스페이스 오페라‘, 종말 이후의 세계를 그린 ’ 포스트 묵시록‘ 등이 SF의 하위 장르들이다.        


과학사학자 로버트 K. 머튼은 “모든 창조자는 시공간에서 타인에게 둘러싸여 있고 죽은 자와 산 자를 불문하고 수많은 타인에게 개념, 맥락, 도구, 방법론, 데이터, 법칙, 원칙, 모형을 물려받는다.” 즉, 모든 창조 영역은 광대한 연결 공동체이므로 어떤 창조자도 지나치게 많은 공을 차지할 자격은 없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그 장르의 역사를 110편의 영화로 정리해보겠다. 덧붙여 사이언스 픽션계의 노벨상인 ‘휴고상’에서 영상매체에게 수여되는 ‘최우수 드라마틱 프레젠테이션’에 후보작 위주로 목록을 짰음을 미리 알려드린다. 1-2개 빼고는 전부





#10 : 칠드런 오브 맨 (CHILDREN OF MEN·2006) 알폰소 쿠아론 

베니스영화제 기술공헌상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따르면, 인간은 유전자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한다. 오늘날 전세계적인 저출산과 고령화현상, 기후 변화, 원전 사고, 테러리즘, 불법난민, 환경호르몬에 의한 생식능력 감소, 원인불명의 불임 바이러스 창궐은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된다. 쿠아론은 현시점의 우려와 근심을 이 바이오펑크에 담았다.




#9 : 잠입자 (Сталкер·1979)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칸 영화제 에큐메니칼 배심원상

<잠입자>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에 대한 사회과학적 해설'이라는 SF 장르의 뿌리에 근접했다. 이 소프트 SF는 금지구역에 사람들이 몰래 들어갔다가 겪게 되는 <서던 리치: 소멸의 땅(2018)>등의 일련의 영화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녹색과 청색을 강조한 지저분한 미장센은 <지구 최후의 밤(2018)>에 인용했다. 타르코프스키답게 느린 카메라는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종교(안내인), 예술(작가), 과학(교수)은 핵 낙진으로 출입이 통제된 '스토커'로 알려진 모든 소망이 이뤄지는 공간을 탐험한다. 영화 전반에 걸쳐 인간의 욕망에 대한 웅장한 심문이 이뤄지고, 그 논쟁이 축적되어 우리 자신을 알고자하는 갈망을 마주한다.


결론은 대략 이렇다. 세계는 통제할 수 없고 앞날은 예측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철의 장막 아래 서서히 썩어가던 공산당 일당독재의 미래(체르노빌 사고)를 정확히 예언했다. <잠입자>를 찍은 이후 타르코프스키는 소련 당국에 찍혀 자국에서는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애초에 타르코프스키는 검열 문제를 피하기 위해 SF 장르를 취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파헤치기 힘든 만큼 <잠입자>는 우주만큼 광활한 내면을 성찰하게 이끈다.




#8 : 브라질 (BRAZIL·1985) 테리 길리엄

미국은 중국공산당의 실각을 꿈꾸고 있다. <브라질>은 체제 전복의 가능성을 꿈꾸는 최고작이다. 감독은 조지 오웰의 <1984>의 기술독재 사회와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2분의 1>의 정체성 문제를 꺼내든다. 조지 오웰이 걱정했던 단일 가치가 사회를 지배하는 전체주의, 통제사회, 폐쇄적인 관료화, '효율적 감시체계(빅 브러더)'라는 기술발전의 어두운 단면을 다뤘다. 역설적이게도 과거에서 현재를 상상한 '레트로 퓨처리즘(복고풍 미래주의)'을 '디젤 펑크'로 개성있게 표현했다.


그리고 꿈과 환상을 다루는데 능했던 페데리코 펠리니처럼 통제사회에서 현실 도피적인 환상을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묘사한다. 테리 길리엄은 블랙 코미디에 슬랩스틱, 자유를 향한 인간의 내재된 욕망에 관하여 가히 최고라 불릴만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7 : 메트로폴리스 (METROPOLIS·1927) 프리츠 랑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프리츠 랑의 걸작만큼 SF장르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친 영화는 없다. <메트로폴리스>는 지난 100여 년 동안 SF장르의 표준 단위를 정의하는 원기(原器)다. 프리츠 랑은 단 한 번의 특수효과를 사용하는 일 없이 미래 도시의 경관을 예언하고 미래 과학기술(사이보그)을 정확히 예측했다. 


이 디스토피아 영화에 등장하는 아르데코 건축양식, 독일 표현주의 양식, 기독교적 메시아사상, 사랑과 상실, 자본주의 비판은 <스타워즈>에서 <블레이드 러너>에 이르기까지 그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6 : 언더 더 스킨 (UNDER THE SKIN·2014) 조너선 글레이저

리얼리티 방송처럼 외계인의 시선에서 지구를 면밀히 관찰한다. 외계인의 심경변화를 관찰자적 중립기어를 넣은 채 초월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덕분에 감독의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강요된 결론이 없기 때문에 그 다의성과 모호함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되었다.      


이해를 돕고자 몇 마디 설명을 더하겠다. <언더 더 스킨>은 SF 장르가 주로 쓰는 후설의 ‘현상학적 환원’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였다. 객관적 재료와 주관적 인식을 분리하는 것이다. 여기 황금이 있다고 치자, 우리가 알고 있는 ‘황금’이라는 개념을 지우면, 보석이 남는다. 다시 한번 ‘보석’을 지우며 노란 금속만 남게 된다. 이런 현상학적 환원을 통해 인간의 민낯을 낱낱이 벗겨 보자는 것이다.




#5 : 에이리언 1,2 (ALIEN/S·1979-1986) 리들리 스콧/제임스 카메론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아카데미 시각효과·음향편집상 

리들리 스콧은 <에어리언>에 영향을 준 3편의 영화를 꼽았다. 영화 속 우주 장면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1977)》에서 영감을 얻었다. 또 우주를 경이롭고 치명적인 공간으로 설정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서 영향을 받았고, 《텍사스 전기톱 학살(1974)》의 스크림 퀸을 여전사로 비틀어 『SF호러』라는 新장르를 창시한다. 당시 ‘리얼 호러’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70년대에 체스터 버스터를 선보이면 영화사의 흐름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제임스 카메론은 리들리 스콧으로부터 여성주의(페미니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H.R. 기거의 상징적인 디자인’을 상속받고, 밀리터리 SF 영화로 탈바꿈시킨다. <에어리언 2>로 연타석 홈런을 친 제임스 카메론은 연관성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인간의 병기로 대처가 가능해지면서 SF 호러로써 절대적인 위용을 자랑하던 궁극의 유기체는 단번에 일개의 괴수로 그 지위가 추락한다. 즉, 제노모프의 행동반경을 관객이 계산할 수 있는 범위로 몰아넣었다. 데이비드 핀처와 장 피에르 주네의 속편은 더 이상 호기심을 자아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시리즈를 놓을 수 없었던 20세기 폭스는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 제작을 결정하자 5편을 준비 중이던 카메론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프로젝트에서 하차했다. 


한편, 리들리 스콧은 에이리언 시리즈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그가 맡은 <프로메테우스>, <커버넌트>에서 ‘제노모프’를 영화의 중심에 되돌려놓으려는 시도를 감행했다.




#4 : 스타워즈 (STAR WARS: EPISODE IV - A NEW HOPE·1977) 조지 루카스

아카데미 편집·미술·의상·시각효과·음향·음악상

《스타워즈》를 좋아하지 않거나 스타워즈 영화를 본 적이 없더라도 할리우드와 그를 뒤따르는 전 세계 영화사들은 조지 루카스가 일러준 비결을 따랐다. 영화사들은 복합장르·스페이스 오페라·소프트 SF·블록버스터,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고, 할리우드 극작술에 ‘원형신화’이 도입되고, 앞 다투어 가상세계를 다루기 시작했다. 이로써 SF장르가 영화산업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3 : 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1977) 스티븐 스필버그 

아카데미 특별업적·촬영상

이 유토피아 SF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가장 개인적인 작품이다. 10살 무렵, 아버지는 그에게 하늘을 보라고 가리켰다. 그때 하늘에서는 거대한 유성비가 쏟아졌다. 그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우주적인 광경에 두렵기도 했지만, 그 유성비가 궁금해졌다. 이날의 일은 그의 기억에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 그의 아버지를 위해 각본을 썼다. 그리고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하던 어머니에게서 착안해서 '음악'을 의사소통수단으로 삼았다. 그 결과, 이제껏 SF 장르에서 외계인을 '외부의 침략'으로 그린 것을 180도 뒤집었다. 같은 해 1977년에 개봉한 <스타워즈>와 더불어 기존의 ‘스페이스 오페라’가 상징하던 ‘인류종말’이나 ‘외계침공’의 어두운 면을 걷어냈다. 이로써 할리우드는 SF영화의 상상력과 특수효과의 볼거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스필버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첫 번째 변곡점이기도 하다. 특수한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이 경험하는 휴머니즘이 담겨있다.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세계에서 계속 등장하는 주제다. 




#2 :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1982) 리들리 스콧

<매드 맥스: 로드 워리어>가 멸망 이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문법과 어조를 정했듯이 <블레이드 러너>는 멸망 이전의 쇠락을 예견한다. 현대 유전공학, 인공지능, 로봇공학을 예견한 놀라운 대본, 초집약된 시각정보, SF장르를 새롭게 정의 내린 완벽한 시네마토그래피(촬영), 룻거 하우어의 영화 역사상 최고의 독백은 기계문명 속에서 인간실존을 묻는 ‘사이버펑크‘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게 된다.

    

세월이 흐를수록 이 영화가 주목받는 요인에는 그 모호함에 있다. 힌트를 주자면, 주인공 데커드는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를 영어로 읽었다. 리들리 스콧은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회의를 시각화했다. 인간과 똑같은 복제인간을 식별하기 위해 조작된 기억을 테스트한다. ‘경험으로 얻는 기억’을 의심할 수 없을 때까지 회의하라고 요구한다. 자기 자신을 끝없이 성찰하며 얻은 깨달음이 ‘인간성’이라고 영화는 주장한다. 




#1 :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 A SPACE ODYSSEY·1968) 스탠리 큐브릭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닐 암스트롱이 달에 도착하기도 전에 태블릿PC, 인공지능, 우주정거장, 인공지능, 핵융합 엔진, 우주재난, 월면기계를 예견했다. 우주 스펙터클, 기계의 반란, 시간여행, 꿈의 영역 등 SF소재를 전방위적으로 독창적으로 풀어냈다. 이렇게 큐브릭은 마이너 B급 장르였던 SF를 메이저로 끌어올렸다. 전례 없는 시각효과와 우주여행의 실감 나는 묘사를 통해 SF장르에 리얼리즘을 도입했고,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미래지향적 이미지, 철학과 종교적 구원의 충돌이 SF장르가 가야 할 길이라고 계시한다. 그 교리를 <인터스텔라>, <월-E>, <더 문>, <그래비티>, <선샤인>가 열심히 추종했다. 이렇게 '하드 SF'사조를 열었다.


관객에게 깊이 있는 성찰을 요구하지만, 영화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는다. 외계의 모노리스가 유인원을 진화시키고, 보우먼을 스페이스 차일드로 환생시킬 때까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증을 야기시킨다. 인간을 살해한 인공지능 HAL 9000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로 밝혀졌을 때 인간다움에 관해 곰곰이 생각하게 이끈다. 영화는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를 숙고하도록 담론을 형성한다. 더 놀라운 건 약 60년이 흘렀음에도 당신이 본 그 어떤 SF영화보다 사실적이다. 이것이 SF세계에서 황금률이 된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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